노인의 심리적 특성과 영성
1) 에릭슨의 노년기 특성
에릭슨(Erikson)은 생애주기 8단계 발달과정 가운데 노년기에 해당하는 단계를 "자아통합 대 절망감 및 혐오감(Integrity vs. Despair and Disgust)"이라고 보았다. 이 시기의 특징은, 인간의 모든 갈등이 조화롭게 통일되며, 성숙한 경지에 도달하는 시기이다. 노년기에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나름대로 보람과 가치, 인생의 의미를 인식하게 되면, 자아 통합을 얻게 된다. 이 시기에 중요하게 성취해야할 과업들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삶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삶을 만족과 감사로 받아들이며,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받아들이고 죽음으로 끝나는 생애주기를 초월하려는 궁극적 관심까지도 갖게 한다.
(2) 세대와 세대간의 계속성에 참여하는 일이다.
전 단계의 생산성이 타자에 대한 돌봄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자아통합은 이전 세대와 동지의식을 갖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위해 시공을 달리해서 몸바쳐 일한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3) 유년기의 순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젊은 날의 자만심이나 방어벽이 성숙함으로 흡수되어 거짓이나 위선이 '노숙한 순진성'(senile childishness)으로 순화되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부터 지혜가 터져 나오고 만인을 공감케 하는 기지가 넘쳐 나오게 된다(박노권, 1999).
그러나 통합과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대극이 혐오감이나 절망감이다. 신체적 노쇠와 직업으로부터의 은퇴, 그리고 친지나 배우자의 죽음 등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어 자신을 향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하거나 염세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타인을 향해서는 아무리 값진 일을 해낸 인물이라도 경멸하려 든다. 이것은 자신의 후회스러운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려는 것이다. 노인층이 차지하는 인구비례수가 낮았던 과거에는 노인이라는 신분 자체가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장수는 큰 축복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노인인구의 비례가 높고 장수가 보편화되어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혐오감이나 절망감은 늘어갈 요소가 많다. 이러한 노년기의 심리적 특징은 노인들로 하여금
(1)급격한 신체변화와 만성질환
(2)우울증의 증가
(3)내향성 및 수동성의 증가
(4)성역할 지각의 변화
(4)영적 혼란의 증상을 낳는다. .
2) 노년기 영적 혼란 증상들
사람들이 영적으로 혼란을 경험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①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하여 불안을 표시한다.
②신에 대하여 분노가 생긴다.
③고통의 의미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다.
④신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을 언어화한다.
⑤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다.
⑥일상적인 종교적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⑦영적 도움을 청한다.
⑧치료적 양생의 도덕적 그리고 윤리적 의문을 제기한다.
⑨유머가 블랙 유머(gallows homor)가 된다.
⑩정서적으로 분노, 절규, 철수, 집착, 불안, 적개심 또는 무감각 등의 행동이나 정조(mood)가 쉽게 바뀌어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은 노인의 심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노년기 자아통합을 이루어 남은 여생 동안에도 삶의 의미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하여 무엇인가 기여하며,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노년기를 맞도록 하기 위해서는 종교생활과 영적인 케어는 심리 사회적 안정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3) 영성과 노인건강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노인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최무열(1999)은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연구에서, 약45페선트의 남성과 55퍼센트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건강하지 못하며, 이것이 노령에 관계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로원에 수용되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약 14,4페선트의 여성들이 현재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였고, 64페선트는 앞으로의 건강에 대하여 염려가 된다고 하였다(중앙일보, 1984년 7월 25일자). 이처럼 노인들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장래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종교와 영성이 노인의 신체 및 정신건강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