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낮 거리를 걷노라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다.
이곳의 시계는 오후 3시와 4시 사이에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조국의 근대화와 의식의 현대화란 거대한
시계의 톱니바퀴가 맛물려 돌아갈 때도
남도의 변방에 고립된 시계바늘은 진보의
역사로부터 이탈하여 한 번의 역사적 사건
도 가리키지 못한 채 제3의 분노와 제4의
각성 사이에 어정쩡하게 기울어져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호남 평야의 쌀을 일본
으로 수송하기 위해 내항까지 운행하던
열차는 바다로 흘러갔는지 돌아오지 않고,
버려진 레일만 녹슬고 구부러지고 휘어졌
어도 뱃고동소리가 들리면 금방이라도
꿈틀거리며 바다로 나아갈 것 같은 기세다.
나는 철로의 끝에 서서 내 삶의 방식으로
철로의 상실과 소멸과 망각을 이야기 할
뿐 폐 철로의 운명이 무엇인지, 그 영원한
현주소는 어디인지 진정 알지 못한다.
부두에 와서 달리지 않는 열차를 그리워
한들 무엇하랴.
비린내 나는 선창가를 거닐며 밀려가는
썰물에 폐선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꿈을
해체시켜 떠나보내는지를 지켜보리라.
내가 한 때 가졌던 꿈과 사랑이 어느 때
저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보리라.
-배홍배 산문집<추억으로 가는간이역> 에서
음악 - 나다니엘 가우 죽은 떠나간 동생을 그리는 노래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평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