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르테르력 4562년 10월 17일.
축제의 기간엔 언제나 그렇듯 푸르고 높은 하늘이 보이지.
축복의 코세르테르.
그곳은 모든 신의 축복을 받아 따로 섬기는 신이 없음에도 언제나 경건하고,
축복의 코세르테르.
그곳은 신에 버금가는 용의 축복을 받아 어린 용들의 웃음 속에 언제나 웅장하며,
축복의 코세르테르.
그곳은 자연을 운영하는 정령의 축복을 받아 정령들의 미소 속에 언제나 따스하며,
축복의 코세르테르.
그곳은 올곧고 거대한 크랑가 산의 축복을 받아 오염된 자는 발을 들이지 못할지니,
축복의 코세르테르.
그곳은… 모든 이들이 꿈꾸는 말 그대로 꿈속의 이상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 자체.
나는,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며 오직 달콤함만을 맛본다.
아무리 아플지라도, 아무리 슬플지라도, 그 속에선… 모든 것을 잊으리니.
"신님! 얼른 나오시라니까요!"
이른 아침, 모든 준비를 끝내고 문 앞에서 타키님과 나타와 함께 서서는 왠일인지 안 나오시는 신님을 소리 높여 불렀다.
"예에- 나가요, 카라."
대답과 함께 곧 서둘러 나오시는 신님의 모습이 보였다.
"어서 가죠. 바이제님이 기다리시겠어요."
"네, 미안해요."
신님이 멋쩍게 사과를 하시기에 웃어드리곤 집을 나섰다. 내일부터 시작될 축제 준비를 돕기 위해.
"그런데 넌 뭘 하느라 그렇게 꾸물꾸물 대냐?"
타키님이 불만이라는 듯 물으셨고 신님의 대답이 들려왔다.
"알 바 없어."
억, 저도 묻고 싶었는데 말이죠. 하핫.
열심히 걸어서 크리스탈 캐슬에 도착! 올해의 축제는 크리스탈 캐슬에서 행해질 것이라고 한다. 항상 코세르테르의 큰 공터에 모여 했었지만 올해부터는 크리스탈 캐슬에서 할거라고. 그 동안 이렇게 큰 장소가 없었으니 그런가보다.
학교에 들어서 스멀스멀 모여드는 사람들 중 아는 얼굴들에 인사를 건네며 학교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 카라! 이제 오는구나. 바이제님과 장로님들이 다들 기다리신단다. 얼른 들어가렴. 그리고… 옆에는?"
코세르테르의 환수인 부족 중 한 곳에 속하시는 시리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시며 회의실인 듯한 곳을 가리키셨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이 분들은 작년에도 뵙… 아, 아니다. 축제가 끝나고 오셨던가? 음, 잘 모르겠네. 어쨌든, 제 견습생 분들이세요. 여기 나타는 작년에도 보셨었죠?"
"견습? 아, 그래그래, 너 용술사가 됐다 그랬었지. 아이고, 그 조그맣던 울보가 용술사라니. 어쨌든 얼른 들어가봐라. 음, 견습생분들도 따라 들어 갈건감?"
"아, 그게… 어쩌실래요, 두분? 밖에서 구경하고 계시는 게 더 재미있을 지도요."
내 물음에 두 분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밖에 있게다 하셨다.
"나타는 어쩔래? 같이 들어갈래?"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는 나타. 그래그래, 두 분과 너만 놔뒀다가 크리스탈 캐슬을 날려먹고 싶진 않으니까… 하핫.
서둘러 들어간 임시로 마련된 회의실에는 각 마을의 장로님들과 가을의 정령의 대표와, 요 4,5년 간 제사장을 맡아오신 바이제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리고 올해 추가된 사람 둘, 카리온님과 데드이블님. 카리온님은 그렇다 쳐도 데드이블님이 와 계신 것은 정말 의외였다. 으음, 아마도 카리온님이 끌고 오신 것 같은데 말이지. 하핫.
"안녕하세요. 제가 제일 늦은 것 같군요?"
"오- 카라, 왔느냐? 나는 또 네가 술사가 되어 바쁘다고 안 오려나 했지."
바이제님이 웃으시며 반겨주셨다.
"설마요. 음, 그런데 제가 꼴찌가 아닌 모양이군요?"
인사를 나누며 주위를 살핀 결과 노픈님이 안 오셨다는 걸 깨달은 나는 그렇게 물었다.
"만년 꼴찌란 늘 그런 거지. 뭐 이제 곧 오지 않겠니?"
스폰스님의 말씀에 장로님들은 허허 웃으실 뿐이었다. 하긴, 노픈님은 나이가 꽤 많은 분이심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만년 꼴찌시다.; 내가 축제 준비 위원에 참가하면서부터도 한번도 바뀐 적 없는 기정 사실이랄까.
그렇게 다들 여유롭게 앉아 사담을 나누며 아마도 데드이블님이 내어주신 듯[내가 오기 전부터 내어져 있었다.]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이거 또 내가 마지막인가 봅니다."
"노픈, 뭘 새삼스레 그러시는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레이프님의 말씀에 노픈님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으셨다.
내가 이 어른들만 잔뜩 모인 곳에 있을 수 있게 된 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고아가 되어버린 나를 코세르테르의 분들이 가끔씩이나마 들여다보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코세르테르니까.
바이제님이 장로로 계신 마을에 들어와 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지만, 내가 혼자 살겠다며 버틴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그 지독하리 만치 쓰디쓴 외로움이란 것은 알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왜 그리 고집을 피웠던 걸까. 어쨌든 모두가 즐거워야 할 축제 때조차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혼자 슬퍼하던 날 끄집어내어 준비 위원회의 회의실에 앉혀다 논 것은 바이제님이셨다. 나에겐, 너무나 고마우신 분. 그리고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난 계속해서 이 회의실에 앉아 의견을 낼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지. 쿡쿡.
"자,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일년에 한번이긴 해도 몇 년씩이나 해온 일들이니 기억해내는 데 문제는 없겠지? 문제가 있다면 오늘 내로 내일 아침부터 시작될 축제의 준비를 마치고 제를 올릴 제물들을 꼼꼼히 확인하시게. 요새들어 사람의 출입이 잦아진 코세르테르네. 왠만해선 생명들이 그리 늘어나지 않는 곳이지만 아마도 올해는 다를 것이네. 그러니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이야. 뭐, 딱히 할 말은 없으이. 각 부족들의 도움에 감사를 드리며 준비가 끝나는 한 서너 시경에 다시 모이시게나."
언제나 그렇지만 정말 간단하다니까. 딱히 바뀌는 사항이 없을 때에는 왜 모이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하핫. 뭐, 원래 바쁠 거 없고 평화로이 순회하는 삶을 사는 게 코세르테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우유부단한 회의에는 용술사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실상 이 회의가 열리는 이유라고 해봐야 장로들끼리 축제 전에 인사나 나누자는 것이니 실질적으로 일을 맡아 하는 바쁜 용술사들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걸 잘 알기에 참여할 수 있음에도 참여하지 않는 용술사들이기도 하고.;
"카라, 잠시만 이야기 좀 나누자꾸나."
장로님들이 회의실에서 빠져나가시고 나 역시 나가려는데 바이제님이 그런 날 붙잡으셨다.
"아, 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바이제님을 바라봤다.
"…그래, 이젠 좀 살아있는 것 같구나."
"예?"
난 뜬금없는 바이제님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전 언제나 살아있었다구요.
"쯧쯧, 일이년 전까지의 네 몰골이 어쨌는 줄이나 아느냐? 몸은 있는데 영혼이 없는 것 같았단 소리다. 애가 생기가 없으니 웃어도 한기가 돌고 있어도 없는 듯했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바이제님은 말을 끄시며 나타를 쳐다보셨다.
난 이미 바이제님의 말씀을 충분히 알아듣고 있었기에, 그랬기에, 함께 나타를 보며 미소지었다.
"살아있는 것 같구나."
그렇게 말을 맺으시는 바이제님께 난 생긋 웃어드렸다.
"예! 이젠 혼자가 아니니까. 아니, 언제나 혼자였던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젠 지킬 대상이 있으니까."
난 혼자였다는 말을 하면 바이제님이 섭섭해 하실까봐 얼른 말을 정정했다.
"그래. 하지만, 명심하거라. 다른 존재를 지키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널 지켜야 한다는 걸. 네가 없다면 그 존재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걸."
난 바이제님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저런 말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지만 무엇이든 알고 있는 듯한 바이제님의 눈 속엔 내가 읽을 수 없는 감정이, 지혜가, 슬픔이, 기쁨이 무엇이든 담겨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생긋 웃을 뿐.
"…그래, 얼마 전에 카스피안을 보았지. 너에게 찾아갔다가 외부로 돌아가는 길이라더구나. 그 아이도 많이 컸더구나. 혼자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더구나. 그리고 그 아인, 외부에서 자신의 '집'을, '돌아갈 곳'을 가진 모양이더구나."
아, 오빠… 난 혹시나 오빠가 내 병 이야기를 한 건가 싶었지만 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쩌겠는가? 난 그냥 그러냐는 듯 웃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좀 있다 뵈요, 바이제님. 전 나가서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려무나."
다시금 푸근한 얼굴로 돌아오셔선 웃으시는 그분의 모습에 난 꾸벅 인사를 하곤 나타와 회의실을 나섰다.
밖으로 나서니 이미 많은 분들이 축제 준비를 돕기 위해 와 계셨다.
"아, 카디오님, 샤렌님!"
목룡일가의 분들. 언제나 그렇듯이 목룡일가가 축제의 밑바탕을 만드는 일을 하실 모양이었다. 올해는 술사가 둘이니 뭔가 좀 수월하겠지.
"여어, 카라. 잘 지냈어?"
"안녕하셨어요, 카라님."
카디오님과 샤렌님의 인사에 밝게 웃어드리곤 올해도 잘 부탁드린다고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에 함께 꾸벅거리시는 샤렌님과 내 머리를 툭툭 치며 새삼스레 뭘~이라는 카디오님. 으으음-;
잠시 두 분과 축제에 관해 짤막한 상의를 한 후, 카디오님이 축제 준비를 돕기 위해 모여주신 분들에게 전달 사항을 전하기 위해 소리를 치시려다 말고 주머니를 뒤적거리시다가 창백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셨다.
"무슨 문제라도?"
내 질문에 대답하시는 카디오님.
"그, 그것이, 안 가져왔어."
난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바람의… 상자."
아, 목소리를 증폭할 수 있는 바람의 상자를 들고 오지 않으셨다는 건가? 난 어째야 하나를 외치며 절규하고 계신 카디오님을 보며 쿡쿡 웃고는 내 배낭을 뒤적거렸다.
"여기 있으니 걱정 마세요. 술도구를 조금씩 가져왔으니까요."
카디오님께 그렇게 상자를 건네 드리곤 카디오님을 마구마구 째려보는 나타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카디오님은 나타의 눈길을 외면하며 바람의 상자를 여시곤 증폭된 목소리로 크리스탈 내의 이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자~ 모두 이쪽으로 모여 주세요. 전할 말이 있습니다!"
이 한마디에 카디오님이 올라가 계신 단상 밑으로 모여드는 이들. 많은 환수인들과 간간히 인간도 보였고, 정령들고 있었다. 물론 술사들 역시 모여들었다.
"우선 음료는 크리스탈 캐슬 뒤쪽으로 모아주십시오! 모여드는 음료를 관리해 주실 것은 언제나처럼 수룡가입니다! 그리고 축제 테이블 쪽은 이 곳 운동장의 왼쪽편에서 저희 목룡가가 맡을 것이고, 축제 메인 이벤트인 빵쪽은 오른편에서 화룡가입니다. 아, 그런데 빵은 오후부터 만들 거니까 그 이전까지는 비어 있다가 점심을 저기서 만들 겁니다. 자, 모이신 분들은 대부분 세팅에 투입되시고 필요 인력만 음료와 거대빵 쪽으로 빠지겠습니다. 우선 술사! 어이, 거기! 미류! 너 또 작년처럼 귀찮다고 도망갔다간 메리아씨한테 일러버리겠어!"
"아하하하하하핫-!"
슬금슬금 빠져나가시는 미류님을 발견한 카디오님의 외침에 모여있던 이들은 웃음을 터뜨려야만 했다.
"이, 카디오! 너 말이지!"
미류님이 소리를 증폭하여 카디오님께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뭔가 말을 하려 하셨으나 카디오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또한 풍.룡.가.는 크리스탈 캐슬 내의 교실에서 악단의 연습을 도와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술사들, 잠깐 이 앞으로 모이도록 하죠."
풍룡가를 또박또박 강조하시는 카디오님의 능글거림에 다시 한번 웃어버리곤 다들 흩어져갔다.
그리고 단상 쪽에는 술사들과 그들의 보조용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류, 작년 축제 때 그렇게 안 보이던 이유가 정말 도주였나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라루카 대신 엘리제만을 옆에 데리고 계신 메리아님의 질책에 미류님은 카디오님을 무섭게 째려볼 뿐. 다른 이들은 다시 한번 한바탕 웃곤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듣고 흩어졌다. 올해도 역시 암룡가는 그리 할 일이 없다.; 그저 허울 좋은 총지휘의 지휘에서 도움을 요청해오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잔심부름꾼. 하핫. 올해는 메리아님을 한곳에 앉혀놓곤
"메리아님은 이곳에서 감시만 해주시면 되요! 메리아님이 이곳에 계셔야 다들 딴청을 못하죠. 후훗."
이라며 미류님을 흘끗거렸다. 자, 올해의 잔심부름은 제가 다 하겠습니다! 하핫.;
"아차, 로이! 노이!"
저~기 카디오님과 멀어져가는 두 목룡을 나는 목청껏 부르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응? 왜요, 카라?"
"미리 경고해두지만… 축제에 쓸 과일이나 곡물들에 장난을 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쳇."
동시에 들려 오는 둘의 실망음. 미리 말하긴 잘했군 이라는 생각에 다시 돌아서려는데 카디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설마 또 장난을 치려 한 거냐? 다신 안 하겠다며?"
"그게 벌써 몇 년 전 얘긴데 그래요?"
에휴, 카디오님, 힘드시겠어요.;
"카라님! 나뭇잎 그릇들이 도착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카디오님과 테이블을 어디에 놓을까 상의를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샤렌님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다보니 샤렌님과 미류님과 젠과 타타가 보였다.
"아, 다녀오셨군요."
아까 투덜거리며 악단으로 올라가신 미류님께 부탁해 샤렌님과 목룡가에 가서 나뭇잎 그릇들을 옮겨와 주실 것을 부탁했기에 카리온님과 미리 상의를 해놨으므로 난 학교 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들어가셔서 빈 교실 한곳에 놓으시면 되요. 아마 들어가시면… 아, 펜네! 펜네! 이리와 봐!"
난 설명을 하다말고 저 앞에서 친구와 함께 열심히 뛰고 있던 한 환수인 아이를 불렀다.
"카라누나, 왜?"
아이는 여우의 귀를 쫑긋거리며 내 쪽으로 뛰어와선 물었다.
"아까 카리온님과 내가 하던 이야기 들었지? 그 교실로 이분들을 좀 안내해 드리렴."
"응? 왜?"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펜네의 질문에 젠은 헤실헤실 웃으며 자신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와와- 나뭇잎 그릇이네!"
펜네의 말대로 젠의 머리 위론 바람 속에 갇혀 움직이고 있는 나뭇잎 그릇들이 잔뜩 있었다.
"자, 그럼 부탁해, 펜네."
"응!"
펜네가 풍룡술을 하도 신기하게 바라보자 미류님이 씨익 웃으셨다. 그리곤 '둥실-'하고 펜네와 그 옆에 있던 친구의 몸이 떠올랐다.
"으아아아-"
"하하핫-"
바둥거리는 펜네를 보며 짓궂게 웃는 미류님. 으음, 저거저거 펜네의 엄마가 보시기라도 하면 미류님을 잡아먹으실지도.;
어찌되었든 그저 어깨를 으쓱하곤 다시 카디오님과 이야기를 나누려다가 퍼뜩 생각이 나서 미류님께 소리쳤다.
"미류님! 점심시간부터는 집으로 돌아가셔서 전야제 준비를 하셔도 된다고 이프님께 전해주세요!"
"오케이!"
새로 풍룡술사가 되신 이프님의 제안으로 올해부터 실시된 전야제 이벤트 중 하나인 코스프레 파티 준비를 위함이었다.
"어, 어어? 으아?"
카디오님과 테이블 배치에 대해 실컷 논쟁 중인데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나를 경악케 했다.
내 비명에 카디오님 역시 내 눈길이 닿아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시곤 열심히 뛰기 시작하셨다.;
이상하게 올해들어 축제 세팅에 화속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모이셨다 했더니 결국 일을 내고 말았던 것. 커다란 테이블 하나가 통째로 타 들어가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열심히 나타를 안고 뛰어 도착한[꽤 먼거리였다.;] 곳에서 열심히 불을 끄려고 노력 중이신 분들을 붙잡고 물으려다 말고 우선 끄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혹시나 수룡가나 풍룡가가 있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건만 어째서 없는건데!
그렇다고 나타를 데리고 껐다간 난리 날텐데.;
난 에라 모르겠다 싶어 카디오님께 암룡술로 불을 끌테니 잔디를 보호해 달라 소리치곤 다른 이들은 멀찍이 물러나게 했다.
"나타, 부탁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내게 힘을 빌려주는 나타. 나는 카디오님이 바닥에 깔려 있는 잔디들을 보호할 수 있을 만한 술을 소동에 놀라 달려온 로이와 시전하시는 것을 보곤 불의 범위를 가늠코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이런 큰불을 실제로 꺼보는 건 처음인데, 메리아님이 불을 끌 때는 왠만하면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에- 라는 절규를 하면서도 술을 쓰고 있는 나. 흠흠 ;
'사아아- 쉬이이-' 괴이한 소리가 들려오며 주위에서 뭐라뭐라 웅성거리는 듯 하지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풍룡술과 비슷하게 공기를 진공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 폐해는 자칫하면 엄청나니까. '탈 수 있는' 환경 자체를 파괴해 버린다고나 할까…. 아아, 몰라몰라.
'팍-!' 불길이 다 잡힌 모양이었다. 술을 거두고 힘이 빠져 주저앉으며 대충 주변 상태를 확인하곤 이 곳을 맡고 계시던 분들을 멀뚱히 쳐다봐드렸다.
그러자 다가오시는 분들. 휴레이커님과 향님과 케이님.
"…저기요, 휴레이커님, 향님, 케이님, 불… 끄실 수 있잖아요?"
불의 정령과 화룡술사견습 둘이라. 불을 내기도 쉽지만 불을 끄기도 쉬운 집단이잖아!
아마도 크리스탈 캐슬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나오신 듯한 메리아님과 바이제님은 뒤늦게 오셔선 상황 설명을 들으셨다.
아무래도 화속성 강한 분들이 의욕이 넘쳐 흥분하신 듯.; 싸움으로 일어난 건 아니라니 다행이다.
그리고 화재진압을 못 하신 이유는 당황하셨던 듯 하다. 견습생 분들은 용이 없었으니 진압이 안 되는 거였나.;
어쨌든 힘 쭉 빠진 사건을 뒤로하고 어느새 모여든 이들을 다시 자리로 돌려보내곤 목룡가분들이 모여 태워먹은 테이블을 대신할 새 테이블을 만드시려는 것을 잠시 지켜본 뒤 크리스탈 캐슬 안으로 향했다.
"아!"
들어서서 이층으로 올라가자 한 교실에서부터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그 자리에 서서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곤 다시 걸어 그 교실의 앞에 가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교실 밖에 서서는 연주를 듣고 있었다.
여러 악기들이 어우러져 흘려보내는 음색은 가히 사람의 넋을 편안히 해줄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섰다가 한 곡이 끝나고 난 후 교실의 문을 노트하곤 들어섰다.
"아, 카라님, 오셨군요?"
이프님이셨다.
"네. 연주가 너무 듣기 좋은데요?"
내가 웃으며 칭찬을 건네자 연주를 하시던 분들에게서 뭐라뭐라 한마디씩 터져나왔다. 으음, 아, 섈리사와 에리안이 여기 있었구나. 호오- 데드이블님도 여기 계시네. 아, 케르님의 견습생 중에 한 분도 계시구나. 처음 뵙는 분들도 계시고… 그리고 저기 잔뜩 모여 있는 바람의 정령들은 그 자체의 악기를 다루는 자들. 바람의 정령들은 바람을 이용해 다른 악기 없이도 스스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뭐 관악기 비슷한 거랄까. 하핫. 그리고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연주하는 환수인들. 환수인들의 마을에선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등을 가르치곤 하니까. 그들이 가장 잘 만드는 악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려나? 어찌되었든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연주실력은 대단했다. 음, 이게 아마 일주일도 연습하지 않은 악단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걸?
어쨌든 언제나처럼 풍룡술로 허공에 그려놓은 악보를 보며 다들 다시 연주에 들어갔고 난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그곳을 나왔다.
다른 교실에 잔뜩 쌓여있는 나뭇잎 그릇들을 보며 이걸 만드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셨을 목룡가와 초목의 정령들을 생각하니 뭔가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리곤 일층에서 잠시 메리아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 메리아님, 라루카가 왔나 본데요."
코세르테르에 딱 셋뿐인 암룡중 이 자리에 없는 암룡은 라루카뿐이었으므로 우리 머리 위에 둥실 떠 있는 저 이동술의 주인은 아마도 라루카 이리라.
"그런 모양이군요, 카라. 엘리제?"
나에게 대답하시곤 엘리제를 시켜 이동술을 받게 하시는 메리아님.
스르르 열린 이동술 안에선 예상대로 라루카가 나왔다. 그리고 아카엘언니와 메피스토와 얼마 전 카엘언니의 알바로 들어간 에첼님과… 으음, 또 음료수통…들?
아마 저 음료수들 때문에 라루카가 이제야 온 듯 싶었다.
"라루카, 이제야 오는 거야? 안녕하세요, 카엘언니. 에첼님도 안녕하세요? 음, 그리고 메피스토오-"
나는 인사를 하며 메피스토에게 손을 뻗어 마구마구 부비대었다. 하핫.;
"그런데 언니, 이 음료수들 축제 지원하실 것들이예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시는 카엘언니.
"예, 카라. 어디에 두면 되겠습니까?"
"아, 으음, 풍룡가 분들은 바쁘시니까 암룡술로 옮겨야 하겠는데… 이거 혼자의 힘을 이용한 술로는 택도 없겠는데요? 통이 너무 많은데다 무거울 테니… 그럼 제가 나타랑 뒤쪽에 가있을 테니 라루카가 이동술로 모두 실어올래?"
내 제안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라루카. 나는 나타와 함께 크리스탈 캐슬의 뒤뜰 쪽으로 향했다.
뒤뜰에선 요수아님과 엘레님이 분주히 음료수들을 나르고 계셨다. 이미 꽤 많이 모인 음료통들 사이로 움직이는 것은 꽤나 조심스러웠다. 환수인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도 열심히 움직이고 계신지라 길이 더 좁아보였다.
"아, 카라님, 안녕하세요?"
요수아님이 먼저 날 발견하시곤 인사를 건네셨다.
"예, 요수아님, 바쁘신가봐요. 얼라? 신님, 여기 계셨어요?"
난 요수아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기 술통 위에 앉아 계신 신님을 보곤 소리쳤다.
"아, 카라! 여긴 왜 왔어요?"
"저야… 물론 일하러… 그런데 신님은… 뭐하세요?;"
난 컵에 무언갈 담아 계신 신님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아아, 시음이랄까요."
"……."
난 할 말을 잃고 신님을 바라봐야 했다.; 시음이라니…
"으앗?! 신님 술 드셨어요?"
난 자지러질 듯 놀라 신님께 향하며 물었고 신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게 왜요?"
"…신님은 미성년자잖아요! 코세르테르 내에선 미성년자는 술을 마실 수 없다구요!"
"에에? 그런 게 어딨어요? 나 술 잘 마셔요. 내일부터는 계속 마실 건데…"
으아아아악! 안 된다니까요.
"안 되요, 안 돼! 얼른 그 술잔 내려놓으시지요?"
"싫어요오-"
나와 신님이 계속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요수아님이 끼어드시며 멋쩍게 웃으셨다.
"하핫, 카라님, 신은 원래 저러니까 그냥 두세요."
"요수아, 너!"
사실을 말하시는 것 같은데 남이 말하니 기분나빠 하시는 신님의 속이란 참.; 어쨌든 요수아님은 신님의 말을 무시하시곤 계속 말을 이으셨다.
"그리고 저기, 나타가 카라님께 할 말이 있나 본데요?"
난 그제야 나타를 돌아봤고 나타의 째림을 외면해야만 했다. 무서워, 나타.;
그랬다. 라루카의 이동술이 바로 머리 위에 와 있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하핫.; 나타, 부탁해."
나는 나타의 술을 빌려 그 이동술을 받아내었고 이내 카엘언니와 라루카가 나왔다.
"카.라.언.니. 도대체 뭘하고 있던 거야? 언제부터 기다렸는데 받질 않아!"
라루카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다그쳐왔다.
"그, 그게~ 아- 하하하하하핫 -"
난 라루카를 외면하며 신님을 쳐다봤다. 그러자 역시 날 외면하시는 신님. 으윽- 당신말이야!
"쳇, 신님, 계속 술 마신다 그러시면 내일부터 집에다 꽁꽁 묶어놓을 거예요."
그렇게 협박(?)을 하곤 카엘언니가 요수아님에게 음료들을 종류별로 설명해 주시는 걸 뒤로하고 엘레님께 향했다.
"아, 카라, 왔구나? 자, 이것 좀 저 뒤쪽으로 옮겨다 놔."
인사를 건네기가 무섭게 일부터 시키시는 엘레님. 흐윽- 난 반박도 못하고 그러겠노라며 산딸기 쥬스가 들어있다는 통을 무심결에 들어올리려 하였으나…
"흐잇- 무거워요."
늙어서 그런가? 허리가 아파오네.; 하여튼 그런 내 반응에 엘레님은 한심하다는 듯 날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술사가 술을 쓸 생각을 해야지, 들고 갈 생각을 하다니, 너도 대단하다?"
"아아- 그렇구나."
"이봐이봐."
"헤헷- 음, 근데… 이 술통… 저보다 무겁지 않을까요?; 암룡끼리의 동조술이 아니면 술사의 무게를 넘어가면 이동시킬 수가 없는데요.;"
"어머, 그런 거야? 그럼, 젠!"
엘레님의 부름에 미류님과 젠이 나타났다. 아마 바람을 타고 오신 듯 순식간이었다.
"어, 미류님, 악단은…?"
"아, 점심 이후엔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 오전엔 자신이 하겠다고 이프씨가 그러던 걸? 그래서 난 이렇게 운송이나 해주고 있는 거지. 누구누구씨가 감시랍시고 메리아 어머님을 떡하니 앉혀놓은 덕에."
투덜거리시는 미류님을 보며 피식 웃곤 그럼 열심히 해달라는 말을 하자 미류님은 계속 투덜대시며 풍룡술을 이용해 산딸기 쥬스 통을 옮겨가셨다.
"와, 이거 맛있는데요?"
사과쥬스였다. 요수아님이 맛을 보라며 건네주신 것이었는데 시지도 않고 정말정말 맛있었다.
"그렇지요? 아이리스님이 가져오신 거예요."
"헤에- 정말 맛있네요."
그리곤 옆에 있던 술을 권하시는 요수아님?!
"으에, 술은 싫어요. 너무 맛이 없다구요. 또 마시면 안 되요, 장로님들한테 혼난다구요!"
내 말에 옆에 서 계시던 신님의 "쳇-" 이란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이런.;
"요수아님, 시음은 괜찮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특.히. 신님같은 사람들에겐 시음도 시키지 마세요. 아셨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카라! 그걸 마시면 어째!"
라는 엘레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손엔 아직 음료를 마신 작은 컵이 들려있었던 것이다. 흐엥, 나만 혼났잖아. 난 신님과 요수아님을 곱게 흘겨주곤 엘레님께 대답했다.
"죄송해요오- 안 마실게요! 아, 음, 하아님이셨던가? 안녕하세요~?"
내 옆에서 나타의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엘레님 옆에는 방금 음료는 들고 오신 듯 하아님이 서 계셨다.
하아님은 웃으며 대답해주시곤 다시 엘레님과 얘기를 나누셨다.
"푸훗- 카라,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지나가며 엘레님께 혼난 나를 보며 등을 두드리시는 환수인, 프로첼 아주머니께 멋쩍게 웃어드리곤 음료가 모여있는 곳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던 모양이다.
오후에는 거대빵을 만들 장소에서 환수인 아주머니들이 식사가 다 되었음을 알리고 계셨던 것이다.
"자아, 어서들 와서 식사 좀하고 마저 해요, 들."
그에 따라 빠른 속도로 모여드는 이들.
식사는 당연하지만 아주아주 간단했다.
야채 스프와 빵. 그래도 양이 많은 터라 배부를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싶었다.
함께 있던 나타와 식사를 받아선 함께 식사할 요량으로 메리아님 쪽으로 가고 있는데 신님과 타키님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타키님은 아침 이후로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어딜 가셨던 거지? 땡땡이인가… 싶은 마음에 한숨을 내쉬곤 그 자리에 서서 두 분을 기다렸다가 함께 메리아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아, 카라, 왔군요."
"네. 함께 먹으려구요. 아, 카엘언니 아직 안 가셨군요?"
정신이 없어 잊고 있었지만 카엘언니와 떨어질 라루카와 엘리제가 아니었으므로 카엘언니가 아직 가지 않았다면 이곳에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던 듯.
"예, 카라. 어서 앉으십시오, 스프가 다 식겠습니다."
그렇게 메리아님과 라루카, 엘리제, 아카엘님과 에첼님, 메피스토와 신님과 타키님과 나타와 모여 앉아 내일 있을 축제에 대해 신나게 떠들며[주로 떠든 건 나와 엘리제와 라루카와 에첼님이었지만.]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난 타키님께 여쭸다.
"아, 타키님, 오전 내내 뭐하셨어요?"
"옥상에서 잤지."
"……그러…십니까.;"
하핫. 난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나오는 한숨을 어쩌지 못하고 "오후부터는 일하세요, 일!" 이라고 강조에 강조를 하고는 메리아님께 타키님을 부려먹어 주세요, 라며 떠넘겨버렸다.
오후부터는 거대빵을 만들기로 한 지라 나 역시 그쪽으로 향했다.
이프로프님과 케르님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하타를 안고 계신 분은?
"안녕하세요-!"
"아아- 카라로군…."
여전히 묵묵하신 이프로프님.;
"카라? 아아- 아버지가 말하시던 그 새로운 암룡술사!"
"에?"
이프로프님 옆에 계시던 분은 날 아시나 보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엔 저런 분이 안 계신데.;
"난 아그리나예요. 얼마 전에 코세르테르로 다시 돌아왔죠. 하핫."
아그…리나? 그러고보니 언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내 딸이지. 얼마 전까진 코세르테르를 떠난 마세르를 찾아오겠다며 무턱대고 외부로 나가 있었으니 카라는 처음 보겠군."
아, 하긴 그 전에는 용술사분들과 완전히 교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러시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전 카르시아라고 합니다."
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고 아그리나님 역시 고개 숙여 인사해주셨다.
"하핫, 하지만 어쨌든 마세르는 찾지 못했어."
라며 나타는 쳐다보시는 아그리나님. 나타는 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흠흠, 안녕하세요, 카라님."
아그리나님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 케르님의 존재를 망각해버렸다.;
내가 이런다니까.;
"예, 케르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곤 손뼉을 짜악- 치며 말했다.
"자, 이제 빵을 만들어볼까요-?"
커다란 테이블을 우선 수룡술과 풍룡술로 깨끗이 닦았다. 이프님은 코스프레 파티를 준비하러 가신 터라 미류님이 풍룡술을 써주셨고, 엘레님이 음료를 지키고 계시는지 요수아님이 수룡술을 써주셨다.
실상 테이블을 만들 때 목룡술을 걸며 만든 것들이라 물을 먹지 않으니 썩을 걱정은 없는 것들이었으니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는 풍룡술을 써서 테이블 주변에 바람의 벽…이라기 보단 공기의 벽을 쌓았다. 반죽을 하는데 재료들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난감하니까.;
그 후엔 술사들은 도로 흩어지고 빵을 만들 이들만 남게 되었다. 환수인분들과 화룡가분들, 그리고 정령분들과 주민분들 몇몇 만이 남게 되었다.
"그럼 우선은… 재료 손질을 해야…겠지요?"
그에 따라 환수인 아저씨들과 정령분들이 아주머니들과 카엘언니, 하아님, 루이티님, 뮤리님, 그리고 나까지 상의해서 올해의 빵으로 낙찰 된 밤식빵을 위한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워낙 크게 만들 빵인지라 재료 가늠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한쪽에선 햇밤을 빵에 넣을 수 있게 손질하고 계셨고, 한쪽에선 밀가루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설탕과 우유를 확인하고 소금이 모자라 한바탕 난리를 치는 등 한참을 실랑이를 한 후에야 재료 손질이 끝나 그 재료들을 다시 한번 일하고 계신 미류님을 불러다가 반죽할 테이블 위로 올렸다.
그리…곤? 교대해 오신 듯한 엘레님의 수룡술로 물을 붓고 반죽하는 거지, 뭐.; 자칫 반죽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반죽을 끝낸 후 빵을 굽는 건 내일 할 것이므로 발효를 느리게 하도록 술을 걸어놓았다.
그리고는 세팅 쪽을 대충 점검하고, 청소를 한 뒤, 일하시던 분들을 해산시켰다. 그 후엔 음료 쪽으로 가서 음료의 양을 확인하고 또 다시 그 쪽도 해산. 미류님께도 악단을 해산해도 좋다는 말을 전했다.
물론 해산하는 이들에게 전야제때 보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다들 보내고 좀 조용해진 크리스탈 캐슬에서 카리온님과 데드이블님과 바이제님과 장로님들과 모여서선 수고했다는 말을 듣곤 집으로 돌아왔다.
"으으- 쓰러질 것 같아요."
집 앞에서 위트리 자매와 헤어지고 들어온 내 신음에 신님이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좀 자둬요. 이프님의 코스 파티에 가야 하잖아요?"
"에-에- 하지만 옷도 준비 안했는 걸요. 그냥 집에서 할로윈 사탕이나 나눠주고 있으면 안될까요?"
내가 최대한 불쌍한 눈으로 신님을 바라보며 말했건만, 신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안 되요.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신님을 바라보는데도 신님은 저녁에 알려줄 테니 지금은 자라며 날 떠밀었다. 도대체 뭐지? ;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난 대충 옷을 갈아입고 씻곤 침대에 누워버렸다. 이러다 저녁에 못 일어나면 안 되는데 말이지….
===========================================================
신님 ; 이상한 코스 시키지 마요 -_ㅜ [두려움에 떨고 있다? ;]
그리고 - 어떤 코스 시킬 건지 미리 말씀해 주셔야 이프님이 일기를 쓰시겠지요?
그리고 ; 이거 한글로 9장, 굴림 8입니다 -_-
무지막지하게 깁니다 ; 쓰러집니다 -_ㅜ
허접해도 어쩔 수 없다구요오오오오오 - [탕-!]
특히 저 빵만들기 -_-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안 서요오오오오 - ;
살려줘요오오오오오오 ;
후우 -_- 일기 너무 늦어서 죄송하구요.
이 일기를 밑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에서의 하루를 써주시면 되요.
만일 자신이 악단의 일부였다면 그 악단의 하루를 써주시면 되고… 그런거죠.
그리고 17일의 일기를 쓰신 분들은 쓰셨다고 이 글의 꼬리에 좀 달아주세요.
그냥 필요할 것 같아서요 ^^ ;
앞으로 추수감사절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런 식으로 그 날의 일기를 썼을 경우 꼬리를 달아주시면 됩니다아아-
첫댓글 나 올렸어요, 카라.
저도 올렸어요 카라님♡
두분 너무 사랑해요 -_ㅜ [탕-!]
....대략적 이거 너무 길어요................................................인간적으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
무지무지 힘드셨을것 같아요.....글 길이보고 충격.....읽는것도 시간이 좀 걸리는데 쓰는건 얼마나 걸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