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호수, 순직한 영령 굽어보는 천혜의 인공 호수 / 이종영
무더운 도시의 밀도와 미세먼지를 씻어내고자 연녹색 숲과 호수를 찾았다. 언제 보아도 포근한 북한 강변. 봄날의 햇살을 반사하는 강물이 투명하게 빛난다. 춘천으로 가는 46번 국도를 달리다 상천리를 지나면 우측으로 청평 양수발전소 이정표가 나타난다. 색 바랜 이정표를 따라 굽이진 계곡을 한참 오르니, 옛날 호랑이가 울어댔다는 해발 632m의 호명산(虎鳴山)이다. 산 중턱에는 저가 심야 전력을 이용해 예비전력을 확보하고자 건설된 인공 호수가 있다. 한때 국가 주요 시설로 출입이 통제되었으나, 2008년 7월부터 일반에 공개된 호명호수(虎鳴湖水)다.
호명산 해발 538m 지점에 조성된 호명호수는 가평 8경(加平八景) 중 제2경이다.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용 상부 저수지로,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진 넓은 호공(湖空)은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킨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청평 호반과 더불어 감탄을 자아낸다. 봄이면 산벚꽃과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고, 맑고 푸른 호수와 어우러진 호명산 자락은 한 폭의 산수화다. 세계 곳곳의 7대 불가사의 건축물이 떠오른다. 이 높은 산 정상에 인위적으로 이토록 큰 호수(높이 62m, 길이 290m, 수심 55m, 저수량 267만 톤)를 축조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손 뻗치면 하늘 닿을 듯 / 순직한 영령 굽어보는 / 천혜의 인공 호수 / 고요한 갈색 물빛 / 소리 없는 이슬비에 / 낮게 피어나는 물안개 사이 / 호랑이 울음 들려오는 듯 / 바람 끝에 실려 온 한 자락 빛 / 피어나는 꽃망울 감싸 안고 / 낯선 그림자 하나 기다리니 / 흐르지 못하는 설움 " (이종영, 시 '호명호수' 중) 시 구절을 음미하며 2층 전망대에서 골짜기를 내려다본다. 넘실거리는 연녹색 그라데이션이 장관이다. 걸음마다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광에 몸과 마음이 이내 치유된다. 가을이면 산밑 주차장에서 호수까지 이어지는 굽이진 도로 변 단풍이 그렇게 고울 수 없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과 더불어 "걷고 싶은 길"로 꼽히는 호명산 단풍길. 가을이면 유독 등산객이 몰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좌측 계단 위에는 한국전력 직원 순직 위령탑이 묵묵히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전력 공급을 위해 근무하다 순직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탑이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일상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를 누린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진입광장 우측으로 걸어가면 색색의 바람개비가 도는 조그만 언덕이 나타난다. 언덕 위 아늑한 갤러리 카페는 호명호수의 아름다운 음영을 한눈에 담아내며 운치를 더한다. 호수 둘레길에는 벽천공원, 키다리 정원, 휴게광장, 난쟁이 정원 등이 조성되어 있고, 곳곳의 데크 그늘 쉼터가 땀방울을 식혀준다. 천천히 산책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산업 기반 시설로 태어났으나 이제는 우리에게 수많은 위로를 베풀어주는 호명호수. 이 소중한 호수를 온전히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리라.
첫댓글 虎鳴湖水의 높이와 깊이 넓이에 가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좋은 글 感謝합니다.
전에 가평 청평湖水에 가본 적이 있는데 虎鳴湖水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어서 몰랐습니다.
간접경험 李 作家님 德分에 잘했습니다.
感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