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배이자 고교 동아리 '기러기' 직속 선배인 한양대 김동식 교수님의 글을 옮겨봅니다.
한국교육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김동식,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 전 한국교육공학회 회장.
세계적으로 교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아서 교육에 대하여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다. 이렇게 누구나 전문적인 교육정책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경제적 위상에 비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이 높게 보기가 어렵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다.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교육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교육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5년마다 바뀌는 정부가 일관성없는 교육정책을 선거용으로 시험하고 지나가버리고 회복하기 어려운 기형적인 형태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인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큰 일이 터지면 결국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가장 힘없는 교육자들에게 화살이 날라 가지만 정작 돈이 드는 일이거나, 자기 집안의 문제가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안들은 쉽게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
이런 와중에 외국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데 매년 3조원 이상의 돈이 나가고 있고, 300여개의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서 동남아로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버티려고 하지만 폐교가 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하는 대학 졸업생의 비율도 매년 늘어나고 있고,
이렇게 학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은 공교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과 함께, 다문화가정의 교육문제, 등록금 문제, 학교 폭력 등의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여기에서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없지만 한 두 가지 평소 생각을 말하려고 한다.
그 중에 하나는 경쟁력있는 초,중등학교를 확보하는 일이다. 물론 대학도 그렇다. 그래야 기러기 아빠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아이들을 초등학교부터 외국으로 보내는 일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어렵게 벌어들인 달러가 외국으로 덜 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있는 사람은 귀족학교에 보내게 되어서 국민적 위화감이 생길 수 있고, 없는 것도 서러운데 좋은 학교도 못보내니 경제적 형편 때문에 사회적 계층을 고착시키게 된다고 결사적으로 반대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피하게 경제적 능력에 따라 질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짜장면 값도 가게에 따라서 다르다. 누구는 만원짜리 구두를 신고, 누구는 10만원 짜리를 신는데 그걸 보고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있는가? 많은 한국 학생이 가있는 외국의 유명학교들, 영국의 채드윅 스쿨, 케네디가 졸업한 미국의 로즈마리 쵸트홀 등과 비견될 수 있는 명문 초중등학교를 만들어서 우리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외국의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대학도 그렇다. 어떻게 전국의 대학들의 등록금이 비슷비슷할 수가 있는가? 숙박시설도 2-3만원짜리부터 100여만짜리 까지 그 시설과 서비스에 따라서 그 가격이 천차만별에서 자신의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데 대학이라고 해서 좋은 시설, 교육환경, 유능한 교수진을 갖춘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이 같은 등록금으로 운영할 수가 있겠는가?
미국의 주립대학의 경우를 예로 보면, 10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부터, 2-3천만원을 받는 주립대학까지 있어서 후자에 속하는 대학은 명문 사립대학과 별반 차이가 없는 교육환경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 선택의 폭이 넓다. 자본주의 사회다운 교육환경을 생각해보았다.
다음으로는 유능한 교사를 선발하여 그들에게 높은 사회적 대우와 함께, 높은 교육적인 책무를 요구하는 것이다. 교육이 살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능하고, 도덕적 인격과 열정이 있는 교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
40만 교육자들 중에는 이런 교사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알고 있지만, 58-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교육공무원으로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없는 곳에는 무사안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직장에서도 노력하여 승진하지 못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그 직장에 머물기가 어렵다. 물론 최근 교사평가제가 시험적으로 실시되는 곳도 있지만 그 평가 결과가 인사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면, 그 효과는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교사 양성, 선발, 인사 제도로는 그렇게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현재 교사양성은 대학 4년 과정을 거쳐서 임용고사에 합격하면 교사가 될 수 있다. 대학 4년 과정 중에 실습은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의사가 되려면 상당기간의 인턴, 레지던트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고,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이나 로스쿨 졸업후에도 2년간의 사법연수원을 거쳐야 한다. 결정적으로는 선발제도가 부적절하다. 하도 시험을 좋아하는 나라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2학년부터 학교 수업은 대충하고, 시험 준비만을 3-4년 해서 50대1의 경쟁을 거쳐 교사가 된다. 어떻게 좋은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할 수 있는지, 문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연습하고 연구하는 일은 자연히 등한시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되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준비만 해서 교사가 되어서 어떻게 열정과 도덕성을 갖춘 유능한 교사들을 선발할 수 있겠는가?
적정 수의 인력만큼 대학에서 철저하게 가르쳐서 일정한 최소한의 선발과정을 통해서 교사를 선발하고 그런 교사들이 신나게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요인력 이상의 대학에 사대를 만들어서 과잉배출을 하다보니까 그런 기형적인 시험을 통해서 선발하게 되었다. 난마처럼 꼬여있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따져서 해결해야 좋은 교육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국가발전의 여러 가지 원천 중에는 교육을 잘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 성장한 것도 교육에 대한 각별한 국민들의 관심과 수많은 교육자들의 헌신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육도 한 단계 도약시킬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말고 보다 강력한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강력한 방법의 단서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생각을 몇 자 적어보았을 뿐이다.
김동식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교육심리전공
미국 Florida State Univ.(플로리다주립대) 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및 박사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93- 현재)
한국교육공학회 회장(09-10)
교육과학기술부 교과서 심의위원, 연구위원 역임
한국대학이러닝협회 고문(09-10)
미국 교육공학회지 편집위원 및 터키교육공학지 편집위원장(현)
한국연구재단, 법무부, 국세청, 행안부 과제 심사위원 역임
소방방제청, 현대자동자, 한국고속철 자문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