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의 여행일기 (49) 강릉(江陵)
아침신문 기사다. “달궈진 지구 ··· ‘5월의 봄’을 도둑맞았다”는 제하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봄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가 달아오르며 우리나라도 ‘5월의 봄’이란 말이 무색하게 지난달 한여름 기온을 보였다.”
도둑맞은 봄은 찾을 길이 없고,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은 좀 시원하려나?
* 여행일정 (2015년 6월 1일)
이천출발 - 옥계IC - 옥계해변 - 정동진해변 - 등명락가사 - 통일공원
- 주문진시장 - 북강릉IC - 이천도착
1. 이천출발 - 옥계IC - 옥계해변
(1) 이천에서 강릉으로 가는 고속도로(50번)에서 언제나 쉬어가는 휴게소가 ‘문막’이다. 언제나 유람객들로 왁자지껄한 휴게소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강릉 가는 길에서 마지막휴게소인 강릉휴게소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2) 옥계IC의 톨게이트 수금원에게 물었다. “옥계를 갈라고 하는데?” 두말없이 “좌회전 좌회전해서 우회전하세요.” 옥계해변은 황량하다. 작은 배 하나가 해변에 나뒹굴어져 있다.
<옥계해변>
2. 정동진해변
(1) 그 유명한 정동진해변은 언제나 지나가는 길목이었으나, 오늘은 아니다. 모래시계공원에는 입구에 시계박물관인 정동진박물관(Time Museum), 삼성전자에서 만들었다는 모래시계, 언제나 북극성을 가리킨다는 해시계도 있다.
<정동진박물관>
<모래시계>
<해시계>
(2) 모래시계공원의 끝에는 요트장이 있다. 해변 가 언덕 위에 썬크루즈리조트는 한척의 유람선이 되어 산꼭대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요트장>
<썬크루즈리조트>
3. 등명락가사(燈明洛伽寺) - 통일공원
(1)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 우리나라 정 동쪽에 위치하고, 오층석탑이 강원도 문화재다.
<락가사 일주문>
<대웅전과 오층석탑>
(2) 락가사를 나서면 7번 국도상에 통일공원과 함정전시관이 보인다. 이 함정은 1944년 미국에서 건조된 퇴역함으로,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보니 12시가 넘었다. 점심은 경포호의 초당두부마을에서 해야겠다. 7번 국도에서 ‘경포‘ 안내판을 따라가면 경포호까지 갈 수 있다.
<함정전시관>
4. 경포호 - 농촌손두부
(1) 경포호를 한 바퀴 돌아가면 남쪽에 초당두부마을이 있다. 초당두부마을에는 두부집 식당이 너무 많아 어느 집으로 가야하는지 헷갈린다. 식당은 손님이 많은 집으로 가야 실수가 없다.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서 주차장이 꽉 찬 농촌손두부 식당으로 들어갔다.
(2) “무엇으로 먹을까?“ 생각하는데, 식당 종업원이 ”흰 걸로 드릴까요?“한다. 식당 주인을 불러 다시 물어보니, ”(흰색)순두부“라고 한다. 나는 정색을 하고 ”정식으로 주시오“하고 정정했다. 순두부는 8천원이고, 두부정식은 1만4천원이다. 정식 메뉴는 순두부 메뉴에 명태꼬다리, 이면수와 가자미 구이 등이 추가로 나온다.
똑같은 경험을 수원의 삼부자 갈비집에서도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식탁에 앉자말자 “갈비탕으로 하실꺼죠?” “아니오., 한우갈비구이 정식으로 주시오.” 갈비탕은 1만원이고 한우갈비정식은 2만3천원이다.
늙은이들은 식당에서 값이 싸고, 양이 적은 것을 먹는 것이 일반적인 모양이다. 사실 두부정식은 양이 좀 많았고, 수원 갈비는 양이 적지만 맛은 있었다. 우리들 세대가 “무얼 먹을까?”하는 기준은 양이 적고, 값이 싼 것으로 주문하면 시비 안 붙어도 되겠다. 하지만 좀 서글퍼진다.
(3) 1시가 넘은 시장기가 반찬이다. 허겁지겁 너무 많이 먹었는가보다. 특히 내자는 “돈을 준건데...“하면서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다. ”나이가 몇인데, 그러다 탈나지.“
<농촌순두부>
<경포호>
5. 주문진시장 - 북강릉IC - 이천도착
(1) 경포호를 돌아서 7번 국도를 타면 주문진항까지 갈 수 있다. 강릉으로 갈 때는 언제나 주문진시장에서 어물을 사서 돌아오곤 했는데, 몇 번이나 궂은 꼴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성게를 사서 집에 와 까보니 몽땅 썩었었고, 게를 샀는데 물통이었던 적도 있다. 해삼은 물주머니였다.
(2) 그 뒤로 주문진시장에서 생물은 사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외지 관광객들이 단체로 버스타고 와서 사가는 건어물가게는 많이 늘었지만, 국산인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내가 주로 사는 것은 이면수와 가자미 꼬다리와 손질된 복어다. 살아있는 복어는 한 마리에 5-6만원 하지만,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된 복어는 5-6만원에 5마리는 족히 된다. 단골인 “민수네”가게 주인아저씨는 내가 가면 이리를 듬뿍 추가로 준다. 그러나 복어는 겨울철이 제 맛 이다.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복어 한 마리에 3만원 받는 도시의 복어매운탕 보다는 내가 끓인 복어지리는 할아버지다. 칼만 좋으면 복사시미도 뜰 수 있겠다. 이제는 다른 어항으로 단골 어물시장을 옮겨야 하겠다.
<주문진항>
(3) 이천으로 돌아오는 50번 영동고속로상의 평창휴게소는 메밀꽃 선전으로 도배를 했다. 평창동계올림픽도 빠질 수 없다.
<평창휴게소>
* 여행후기
(1) 메르스(MERS) 때문에 온 나라가 법석을 떨기 직전이라, 겁 없이 갔다 왔다. 엊그제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건강은 좋으세요? 기침이나 뭐 그런 건 않하시는지?” “야 임마, 방정맞은 소리 그만하고, 고만 끊어라!”
(2) 강릉은 초행길이 아니다. 강릉시내에는 오죽헌, 선교장 등이 있고, 경포호 주변에도 경포대, 참소리박물관 등이 있다.
(3) 하루 만에 강릉까지 왕복도 이제는 힘들다. 그러나 내자는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집이 천국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