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득시글한 日 시골 안경공장의 비밀
[박찬용의 물건만담]
박찬용 칼럼니스트 2026. 6. 24. 23:33
후쿠이縣 안경 신화
일본 안경 생산 95% 맡는 사바에市엔 작지만 강한 제조업체 많아
스위스처럼 깨끗한 작업장… “이렇게 해야 젊은이들이 좋아해요”
일러스트=박상훈
푸른 벼가 한창 자라는 6월 말 논 사이 작은 건물. 그 안에는 2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작은 부품을 깎고 있었다. 농촌 한가운데 가정집 건물을 쓰는 이곳이 구비한 측정기기의 허용오차는 0.0001㎜ 단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경 회사의 부품이 여기서 정밀 가공되고 있었다. 지역 방언 억양이 도드라지는 사람들이 각자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후쿠이 현 사바에 시에 있는 특수 절삭 전문 업체였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사바에 시까지의 여정은 렌터카 고속도로 통행료가 10만원이 넘을 만큼 길다. 이 외진 지역의 특산물은 안경이다. 일본산 안경 생산의 95%를 사바에 시에서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후쿠이 현의 안경 전통은 메이지 시대인 1905년으로 올라간다. 지역 지주인 마스나가 고자에몬이 농한기인 겨울의 수익원으로 안경 제조를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른다. 마스나가는 아직도 일본의 고급 안경 회사 중 하나다.
사바에시의 안경 제조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여성 근로자의 모습. '나이가 많아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소문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고령 근로자가 많아 문을 닫는 공장도 꽤 된다고 한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나는 내 책에 들어갈 어느 한국 안경 브랜드를 취재하다 내 돈 내고 여기까지 왔다. 그 브랜드 대표 역시 고급 고품질 안경을 만들려다 보니 일본 생산이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산 안경 생산 수요가 늘어나 요즘은 안경을 발주하기도 쉽지 않은 추세라고 한다.
이번에 나는 총 4개 회사를 방문했다. 안경 제조 공정의 특징 때문이었다. 안경은 특정 작업에 특화된 전문 소형 업체가 많이 필요한 구조다. 예를 들어 도금에 특화된 회사, 아세테이트 안경 제조에 특화된 회사 등이 각자의 특기에 맞춰 제조의 각 영역을 맡는다. 이 제조사들과 접촉해 생산을 관리하며 완성품을 거래처에 납품하는 회사가 따로 있다. 납품하는 회사가 얼마나 훌륭한 제조사와 관계하는지가 그 회사의 역량이 된다.
'안경 마을 후쿠이 현 사바에 시'를 이끈 마스나가 고자에몬의 흉상. 안경박물관 건물 1층에 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이 개별 회사들의 실력이 세계적이다. 후쿠이는 1983년 세계 최초로 티타늄 안경테 개발에 성공했다. 티타늄 안경은 구조적으로 도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지역 대표 도금 업체는 전착 도장, PVD, 이온 코팅 등 도금의 주요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렇게 작고 강한 경공업 업체가 모이는 덕에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키워드에 힘이 생긴다. 일본산 안경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품질을 인정받아 ‘일본 제조’가 고급품의 상징이 될 정도다.
후쿠이현의 안경 신화에는 그늘이 있다. 고령화다. 출장 며칠 전 SNS에서 ‘후쿠이는 안경으로 유명하지만 고령화가 심해져 일할 사람이 없다’는 소문도 보았다. 아니었다. 2024년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사바에 시의 고령화율 순위는 일본 시정촌 1741곳 중 1455위로 하위권이다. 0~14세 인구는 13.1%로 일본 평균(11.2%)보다 높다. 일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산다는 뜻이다. 혹시나 싶어 공장에 들어갈 때마다 개별 근로자의 나이를 가늠해 보았다. 내가 본 업체 근로자 중 적어도 반은 젊은 사람이었다.
일본 후쿠이현 사바에시(市) 곳곳에 있는 안경 관련 상징물과 '안경의 고장 사바에'라고 쓰인 문구들. 과장 없이 정말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후쿠이현 후쿠이시 농지 한가운데 위치한 '마스나가 안경' 본사. 창업자 마스나가 고자에몬이 1905년 이 회사를 시작했다. /마스나가안경주식회사
가장 충격적인 곳은 출장 일정 마지막에 갔던 안경 제조 공장이었다. 시골 한복판에 있는 신축 공장이 도회지 매장 못지않게 세련되었다. 보통 이런 공장에서는 1층에서 절삭 등 먼지가 나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 곳에서 바로 누워도 될 만큼 깨끗했다. 화낙의 다축 CNC 머신 등 설비도 최신형이었다. 그곳에서 세련된 차림의 젊은이들이 각자 역할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위스의 고급 시계 공장에서나 보던 풍경이었다. 이런 모습을 일본 시골에서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야 젊은이들이 좋아하니까요.” 깨끗한 첨단 공장에 찬사를 건네자 대표가 해준 답이었다. 놀라웠다. 그는 2대째인데 길 건너의 1대 공장은 여전히 옛날 설비들이 있다고 했다. 신식 설비와 깨끗한 공장은 더 수준 높은 제조를 위한 설비일 뿐 아니라 회사의 핵심자원인 인재를 유치하려는 투자이기도 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제조업이 위기다’ ‘젊은이들이 지방에 가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맴돈다. 그런 상황은 당신도 알고 나도 안다. 그 사이에서 젊은이를 모시려는 실질적 노력을 보니 한 방 맞은 기분까지 들었다. 제조업의 존속을 위해 필요한 건 컨설팅도 정책도 아니다. 지금의 현장을 사는 당사자의 각성과 노력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안경 부품을 정밀 절삭하는 기계(왼쪽)과 절삭 공정에 쓰이는 톱니바퀴(오른쪽). 기름을 사용하는 공정이 많아 지저분해지기 쉬워 매일 청소한다고 한다. 톱니바퀴에는 손글씨로 일일이 규격을 적은 메모지가 달려 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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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경 제작 지역 후쿠이! 어떤 곳일까?
https://www.youtube.com/shorts/mXJwV6fxxbE
@retina_glasses 2025.9.10.
당신이 몰랐던 일본안경에 대한 진실?!
베테랑 안경사가 안경의 나라 일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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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취업률 98%, 청년 실업 걱정 없는 日 2026.4.2.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O2NT/57
취업 너무 잘돼도 걱정 많은 일본 대학생들 2026.6.5. 조선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O2NT/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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