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보살)행론 3-07, 08 사유]
몇 년전 아주 잠시 가슴에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 처럼 몇 달이 흘러 갔고, 다시 통증이 나타났는데 앞 전 통증의 시간보다 조금 더 길어진 느낌이었다. 역시 전과 갗이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는데 일주일 뒤 같은 증상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진땀까지 동반된 고통이 맨 처음 느꼈던 시간의 몇 배나 더 길어진 것 같았다. 그 뒷날 회사의 직장인 건강검진이 있어 검사 후 상담 선생님께 이 문제를 얘기했었는데 별일 아닌 듯 무성의하게 대답하여 다음 날 동네 내과를 찾아가서 병세를 이야기 하였는데, 특별한 진료도 처방도 하지 않은 채 다음에도 그런 증상이 있으면 큰 병원으로 가 보라는 이야기만 해주었다. 그냥 나오려다가 다시 의사에게 가서 선생님 지금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 같고 심장은 곧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인데 어떻게 그렇게 무성의하게 말씀하실 수 있냐고 한 마디 하고 병원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 뒷날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다시 통증이 왔고, 이때 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움의 감정들이 몰려 들어 곧바로 대학병원 심혈관센터를 찾아 진료신청을 하고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묻는 의사의 물음에 내 증상을 몇 가지 이야기 했더니, 청진기도 대보지 않고 간호사에게 이 환자분은 위중하니 곧바로 입원시키고 OO검사 시키라는 지시에 따라 급작스럽게 병실을 잡고 그 날 오후 몇 가지 테스트를 한 후 현재 상태로 보니 협심증 의심 증상이 있으니 내일 아침 정확한 검사인 혈관조형술을 해서 살펴보자고 한다. 그리고 혈관에 이상이 있을 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치료를 할 것인지, 또 그에 따른 비용은 얼마인지 미리 꼼꼼히 알려주었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각 간호사들과 도우미들이 병실로 와서 신분 확인을 한 후 수술실로 들어가 약 1시간의 관상 동맥 중재 시술을 끝내고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죽을 때 까지 약은 복용을 해야 한다.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니 같은 의사라고 해도 등급이 있어 자질이 부족하고 이타심이 결여된 의사도 있으며, 또 전문성을 겸비한 경험이 풍부한 의사도 있는데 후자는 꼭 환부를 들추어 보지 않고서도 환자의 말이나, 환부의 소리나 환부의 느낌을 만져보거나 환부가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보며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고 또 치료 방법도 알 수 있으며, 사후관리의 방법도 가르쳐 주며 그 병의 재발성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속의 의사는 우리의 육신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여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여준다.
훌륭한 의사란 병의 증상에 따라 그에 꼭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그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은 최고의 의사이다. 부처님은 중생들에 따라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는 다양한 처방으로, 다시는 번뇌에 물들어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여래, 응공지, 명행족, 선서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대의왕’이란 이름으로도 부른다. 대의왕(大醫王)은 불보살(佛․菩薩)을 일컫는 말로서, 어진 의사가 병에 따라 약을 주어 병자를 낫게 하듯이 불․보살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서 거기에 알맞은 교법을 설(說)하여 그 고통을 없애고 편안하게 하므로 세속의 의사에 견주어 이르는 말이 대의왕이다.
불교는 종종 의학에 비유되곤 한다. 그것은 의학이 병든 사람을 치료하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번뇌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체의 질병은 사람이 살아가는 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의학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에 반해 번뇌는 일단 제거하게 되면 다시는 번뇌로 인해 아파하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육체의 질병을 치유하는 의사보다 부처님의 의술이 더 높다고 하겠다. 부처님을 의왕에 비유하는 것은 그런 의미의 표현이라 하겠다.
의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검정고시를 통과 후 일반대학보다 더 많은 시간의 전문 의학공부를 하게 되는데, 보리심을 발하고 대의왕이 되기로 서원한 우리들은 의사가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 불교에서는 그것을 보살수행계위(菩薩修行階位)라고 한다. 즉 대승불교의 수행자가 처음 보리심을 발한 후 수행의 공덕을 쌓아서 불과(佛果), 즉 부처의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거쳐 가는 단계를 말하는데, 줄여서 보살계위(菩薩階位)라고도 한다.
초기불교에서는 사문으로서 최고위인 아라한이 되기 위한 수행단계를 성문사과 혹은 사문4과라 하고, 줄여서 4과四果라고 했는데,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네 단계가 있고,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의 수행단계를 세분해서 십신(十信),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등각(等覺), 묘각(妙覺)의 52단계로 나누어 설하고 있다.
이 52위 중 맨 처음인 십신(十信)은 부처님을 만나서 부처님을 따르고 믿는 것이 열 단계라는 말이다. 십선은 다음의 열 가지인데, 첫째 신심, 둘째 염심, 셋째 정진심, 넷째 혜심, 다섯째 정심, 여섯째 불퇴심, 일곱째 호법심, 여덟째 회향심, 아홉째 계심, 열째 원심인데, 그 중에 여덟째 회향심은 중생을 위한 대비심으로 현재까지 쌓은 공덕을 모든 중생에게 돌려서 그들을 구호한다는 것이다.
보리심의 마음을 낸 보살은 보리살타(菩提薩豊)의 준말로써, 자기 완성(自利)과 이웃 사랑(利他)을 실천하겠다는 원(願)을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뜻한다.
보살의 발에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두 수레 바퀴를 달고 있어야 한다. 그 수레에 고통받는 중생들을 태우고 피안으로 달려야 한다.
2564. 12. 11 종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