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이전개교기념으로 심은 화명초등학교 등나무
주남저수지 옆 용산마을 등나무 그늘
▢ 등나무
칡과 마찬가지로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등나무. 그래서 사람 사이의 다툼을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뒤엉켜 있다고 하여 갈등(葛藤)이라 한다.
또 등나무는 홀로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을 빚는 나무든 소인배 나무든 등나무만큼 쓰임과 혜택을 주는 나무는 많지 않다. 줄기는 지팡이를 만들었고, 가지는 바구니를 비롯한 옛날 생활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껍질은 매우 질겨 종이의 원료가 되기도 했다.
송나라 사신으로 왔던 서긍이 쓴《고려도경(高麗圖經)》*에 “백접선(白摺扇)은 대나무를 엮어서 뼈대를 만들고 등지(藤紙)를 말아서 덮어 씌운다”고 했다.
*《고려도경》: 고려 인종 원년(1123)에 서긍이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가 보고 들은 풍물을
기록한 책
부산 범어사 앞에는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된 등나무 군락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가꾸고 보호한 흔적으로 짐작되고 있다.
등나무의 쓰임에 관한 인상 깊은 이야기가《삼국지》에 나온다. 제갈량이 현재의 윈난성 혹은 베트남쯤 되는 남만(南蠻)의 맹획을 일곱 번이나 붙잡았다가 매번 놓아 주는데 일곱 번째 마지막 싸움에서 제갈량은 맹획의 부탁을 받고 출병한 오과국의 왕 올돌골이 거느린 등갑군(藤甲軍)에게 크게 고전한다. 등갑은 기름을 먹인 등나무로 만든 갑옷을 말하는데, 금속제보다 가볍고 물에 뜨면서도 화살이 뚫지 못할 만큼 단단하다.
등갑의 재료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등나무(藤)가 아니다. 한자가 비슷하여 흔히 혼동하지만 래턴(籐, rattan)이란 전혀 별개의 나무다. 이 나무는 열대와 아열대에 걸쳐 자라는 덩굴성 식물로 대나무와 비슷하며, 래턴의 섬유는 식물섬유 중에 가장 길고 질기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하던 등가구가‘래턴가구’다.
경주시 오류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89호는 팽나무에 등나무가 뒤엉켜 있다. 여기에 얽힌 전설이 애처롭다. 신라 때 이 마을에는 두 자매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좋아하던 옆집 청년이 전쟁터에 나갔는데, 어느 날 청년의 전사소식을 전해들은 자매는 함께 마을 앞 연못에 몸을 던졌다.
그 후 연못가에는 등나무 두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고 얼마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청년은 훌륭한 화랑이 되어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자매의 사연을 듣고 괴로워하던 그 청년도 결국 연못에 뛰어들고 말았다. 다음해 두 그루의 등나무 옆에 한 그루의 팽나무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그래서 굵은 팽나무에 등나무 덩굴이 걸쳐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나무의 사랑이 너무 진한 탓인지, 광합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팽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비실비실한데 최근에 문화재청에서 철제지주를 세워 팽나무로부터 강제로 등나무 줄기를 떼어 놓았다. [Daum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