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 시조집 『만횡청, 보이는 것이 어디 전뷰랴』

[송가영(송정자)]

소매물도에서

 나 진즉 여기 와서 목 놓아 울어볼걸

 그랬다

 밀려오고 밀려와서 아물지 못해 스크랩된 스물여섯 날

의 그리움 

 저 끝없는 바다로 떠난 동백꽃

 슬픔 없는 세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이지러져 

 꺼이꺼이 울부짖는 소리 

 나 진즉 여기 와서 널 껴안고 울어볼걸

 그랬다 

 쉼 없이 떠가는 너울

 그도 같이 울어준 

맛있니

잊을까 덜컥 겁난

말 잊은 오후 나절

고독이나 묵언수행도 아닌 오두막스테이

전화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염소마저 키우지 않았으면 영영 잊어버렸을 것 같은 말

내내 침묵하는 겨울해는 짧다 

군불 연기 쫓아가며 내일을 약속하는 노을 속 갈바람

떡갈앞 한 잎 염소 앞으로 밀쳐놓는다 

맛있니

간간이 묻는

염소에게 하는 말 

장재 시조집 『만횡청, 보이는 것이 전부랴』 에서     책만드는집,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