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 개점한 편의점 간판을 보니 'fun' 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 온다. 이제 fun은 이처럼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 와 있다고 생각되니 새삼 우리 삶에서 재미의 중요성이 크다고 느껴진다.
몇 년 전 미국 포츈(Foutune)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기업의 첫 번째 특성이 바로 이 fun이었다. 요즈음 어느 일간신문을 보니 fun만을 위해 특별 섹션을 만들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사실 가정도 우리 일터도 마찬가지다. 재미가 없으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겠는가?
그래서 누가 뭐래도 유머와 웃음은 우리 직장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유머경영이 강조되다 보니 리더의 유머 솜씨는 이제 리더의 중요한 구비요건이 되었다. 필자가 아는 CEO 한 분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멋있는 유머를 열개 씩 준비하여 직원들에게 두루두루 선사하는 멋진 리더도 있다.
지금 시중서점에는 <로열티 레슨> 이라는 책이 날개 돋치듯이 팔려 나가고 있다. fun 경영의 대명사가 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실감나는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만족을 이끌어 냄으로써 외부고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승객들이 앞 다투어 이 항공사 비행기를 타는가 알게 된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멍석만 깔아 주면 한바탕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끼를 가지고 있지 않는가. 재미를 느끼게 해주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fun을 주는 일이야말로 보람의 일터를 가꾸는 첫 번 째 조건이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임파워먼트(empowermen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업무의 권한을 구성원들이 함께 나눠 갖는 것을 의미하니 권한위양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더 실감나는 표현은 기 살리기 일 것 같다.
우리 인간의 기본공동체인 가정에서 가족간에 기가 살면 삶의 의욕이 샘솟는다. 그래서 DJ대통령도 오정혜양 주례를 서면서 “ 첫 번째로 부부간에 기를 살려라”고 말한 바 있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사원들의 기가 살면 성취동기가 높아져 직무성과도 향상될 테니깐. 그렇다면 우리 모두 서로가 기를 살려주는데 신경 써 주는 일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미국 리바이스 청바지 회사에서는 매년 구입하는 운송트럭의 구매권한을 운전기사들에게 준다고 한다. 현장에서 직접 차를 모는 기사들이야말로 트럭을 가장 잘 안다는 점을 고려한 사장의 기 살리기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빗자루, 걸레의 선택권한을 줌으로써 사무실 바닥이 미끄러워 다닐 수 없었다는 이야기 등, 크고 작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리라고 본다.
최근 우리지역의 한 교육청에서는 ‘나작지’ 혁신운동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부터, 작은 것부터, 지금 바로 실천하자는 취지이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의 사소하고 하찮은 일부터 힘을 실어 주는 일, 그래서 기가 펄펄 살아나 일에 재미를 느끼며 왕성하게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 날 때, 우리 직장은 일할 맛도 나고 더 나아가 살맛도 날 것이다.
왜, 사람이 경쟁력이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