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케이프의 유혹
박선랑의 동판화
작가가 의욕을 보인 작품 시리즈는 <Escape>연작으로 보인다.
그것은 콩깍지로 보이는 식물의 이미지에서 발췌한 형상들로 꾸며져 있는데
이들 작업의 특성은 화면의 내재율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글 : 김영호(중앙대교수,미술평론)
[2013. 3. 8 – 3. 17 충무아트홀(T.02-2230-6678, 흥인동)]
흔히 <예술은 의미생산의 형식>이라고 한다. 이 말을 풀어보면 예술작품이란 내용으로서 <의미>와 그 의미를 담아내는 틀로서 <형식>이라는 두개의 축 위의 세워져 있다는 뜻이다. 사실 조형예술의 영역에서 이 두 요소는 하나도 소홀히 할수없고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지만 시대나 지역 혹은 작가에 따라 각각의 무게는 차이를 보여왔다. 어떤 작품에서는 의미가 앞서고 어떤 작품에서는 형식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선랑의 판화작품을 지켜보면서 필자가 예술원론을 세삼 들추어내는 것은 그의 작업 노정에서 의미와 형식 사이의 충돌과 타협의 흔적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작가가 제작해 온 작품을 보면 크게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손과 발의 표정이나 여성의 신체 이미지 등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강화하는데 거의 주안점을 두면서 동판화가 지닌 표현기법상의 우연성과 물질감을 대비시키니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구체적 대상에서 벗어나 화면의 조형성과 판 작업에서 빗어지는 우연적 효과 그리고 흑과 백의 면들이 상호적 긴장을 통해 나름의 공간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작업이 그것이다.
이번 개인전의 출품된 작품들은 후자에 속한 것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전 경향의 작업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지난 개인전 이후에 제작된 작품들을 단계적으로 연결해 선보이려는 의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사용하는 이 두 방식의 차이점은 결국 인체 이미지를 기호화시켜 인간의 욕망이나 유혹 등의 심리적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과, 이와는 달리 화면상의 순수 조형적 특성의 해체된 대상이미지를 접목함으로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한 작가의 있어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초기에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인간 존재의 대한 탐구와 그것을 판화기법의 접목시키려는 실험적 열정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지금의 작업에서 보이는 순수 조형적 표현방식이라는 것이 치열한 삶의 성찰이 결여된 주제의식의 결과로 보일 수도 있을것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예술이 서술적 주제의식을 버리고 순수조형으로 넘어갈 때 그 가치는 하락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또한 작가가 찾은 세계는 말 그대로 순수한 조형의 세계인가 이러한 질문의 스스로 답하기 위해 우리는 이번 개인전의 선보인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거기에 나타나는 <의미>와 <형식>의 변화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Deep temptation>은 시각적 대상으로서 신체 이미지를 '깊은 유혹'이라는 화두로 풀어낸 것이다. 이 연작은 앞서 말했듯이 이번 개인전 이전 작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긴장된 인체의 볼륨은 아쿠아틴트 기법의 부식동판이 판화지 표면에 연출해내는 검정색의 물성과 함께 깊은 공감각을 만들고 있으며, 인체의 각인된 감각적 문양과 더불어 <의미>와 <형식>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여기서 유혹의 주체는 긴장된 볼륨을 지닌 실체로서 육체 넘어의 존재하는 형상으로서 이미지 즉, 작품 그 자체가 된다. <모나리자>의 신비가 모델인 '라 지오콘다' 라는 실존인물의 있지 않고 스푸마토라는 기법으로 묘사된 화면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객의 생각 속에 있듯이, 이 작품의 가치는 여성의 긴장된 육식이 아니라 그것을 표상하는 판화기법으로 처리된 이미지에서 찾아진다.
<Moldova II>는 베일을 쓴 몰도바 여인의 모습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대작이다. 앞선 작업과 마찬가지로 얼굴의 세겨진 동판의 우연적 문양이나, 석상과 같은 중성적 분위기의 얼굴표현은 화면전체를 뒤덮은 폭력적 검정 색면과 더불어 생경한 느낌의 영역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그러나 이 표현방법은 박선랑의 판화예술이 보여주는 독자적인 형식의 결과이며 관객의 시작을 특수 영역으로 운반해 나른다. 한편 복제물이라는 뜻을 가진 <Ditto of all>는 제시된 상황의 익명성에도 불구하고 화면 중앙의 대담하게 배치된 인체의 배경 사이의 관계는 위의 작업과 동일한 해석의 고리를 나타내고 있다.
<Lost object>는 사물의 존재와 의미의 상실을 보여주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이루는 작업이다. 작가에 따르면 자신이 작업의 발레용 신발을 소재로 선택한 동기란 별다른 것이 아니다. 그저 조형의 대상으로서 우연히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재선택의 무관심성은 역으로 거대 담론이나 자전적 메시지의 상실 상황을 드러낸다. 그런데 두 개의 검정색면과 네 개의 끈이 제공하는 대상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체험은 작가로 하여금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마그리트의 <파이프>처럼 부제하는 오브제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처럼 발레화의 부재는 곧 발레화 그림의 존재를 의미하며 이 때 우리의 해석방식은 다시 의미와 형식사이의 생기는 타협과 충돌의 현상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 작업은 작가가 소제선택의 대한 구속이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특히 의욕을 보인 작품 시리즈는 <Escape>연작으로 보인다. 그것은 콩깍지로 보이는 식물의 이미지에서 발췌한 형상들로 꾸며져 있는데 이들 작업의 특성은 화면의 내재율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에게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작가가 이 작업의 붙인 제목인 <Escape>이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그것은 '야생화한 재배식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인공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자유로운 양태로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Escape의 다른 의미는 '구속이나 제약따위에서 자유롭게 되다.'는 뜻을 지닌다. 필자의 표현과잉을 허락한다면 박선랑의 <Escape>연작들은 자신의 그려내는 식물 이미지로서 야생화한 재배식물의<기표>를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라는 문자의<기의>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가 묘사하는 콩깍지의 이미지는 실제 콩깍지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그것은 재현적 묘사방식에서 벗어나 있으며 해체되어 그 고유한 외형을 제대로 간수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선랑의 판화작업은 의미와 형식의 간극에서 생기는 충돌의 파장으로 조형적 완결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최근 범람하는 의도적이고 가식적인 혹은 상습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근간으로 한 잡다한 형상 작업과는 달리 판화기법의 순수영역에서 새로운 창작의 의미와 형식의 발견되는 것은 현 단계에서 박선랑의 작업이 지닌 하나의 성과로 보이며 이 상습에서 벗어남이 자신의 작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미학적 표준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artist note
인간의 정신세계인 자의식 중에서 무한 욕망이라는 정신세계의 표현적 근거를 심리학적 입장에서 이해하고 욕망이라는 정신세계를 신체의 일부분을 통해 정밀하게 또는 생략, 상징, 과장, 패러디라는 형식을 통하여 동판화를 표현하였다. 내재된 본인의 무한 욕망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인체표현을 통하여 심미적인 욕망의 표현을 무의식을 주제로 표현하려 했다.
끌리는 대상이 확대경으로 보는 것처럼 나에겐 “육체적 언어”가 수많은 말을 걸어 온다. 악수하듯 다가와 손부터 내밀면서 슬픔과 기쁨과 환상을 전해주고 헤어져 돌아서는 뒷모습에서 아스라이 미련의 그림자를 가슴 아프게 남겨준다. 아름다운 여인의 욕망이 말보다도 움직임으로 내게 거짓말도 서슴없이 내뱉지만 난 안다. 그것이 얼마나 통곡하듯 아픔이란 것을....
오늘 보는 그 모습이 잊혀 지기 전에 나는 새겨놓고 싶다.
전해져오는 모든 것을..
매일 나는 작업한다. 중독처럼.. 몸을 쓰는 고된 판화 작업이 얽혀져 있는 내 머릿속을 깨끗이 정화시켜준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단순작업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들을 그려간다. 수묵화처럼 검은색으로 작업한다. 검은색이 전하는 깊고 깊은 마력에 끌려 지금껏 헤어나오지 못하고 싫증도 내지 않고 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숨겨놓고 있다. 누군가 눈치 챌까 두려워 하면서.... 그러면서 누군가를 “너의 마음이 내게로 전해져 온다” 면서 부끄러워 하면서 기대한다. 판화가 주는 우연이, 인생에서 가끔 주는 선물도 맘에든다. 그래서 오늘도 난 일기 쓰듯 내마음을 동판이라는 것에 새기고 하얀 종이에 찍어낸다.

Ditto of all, Size[31x60cm] 재료[aquatint,etching]

Deep Temptation I-A(02), Size[70X40cm] 재료[aquatint,etching]

Moldova II(01)] Size[60X200cm, 재료[aquatint,etching]

lost object III(02)] 크기[60x200cm, 재료[aquatint,etching]

Escape III(09), Size[30x60cm] 재료[etching].

Escape III, 60X60, 2013

dream-1(2012)

dream-2(2012)

innovent or guilty I-C(2011), Size [100x60cm] 재료[aquatint,etching]
박선랑 Park, Sun-Rang
협성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개인전 외 다수
2010년 제5회 초대개인전(NOI GALLERY)
2009년 제4회 초대개인전(정구찬 갤러리)
2006년 제3회 개인전
(코엑스몰 프리미엄 아트페어 초대전)
부스전
Art Edition2010/ 부산 벡스코(2010)
화랑미술제/코엑스 몰(2011)
내 마음이 들리니?/<이화여대100주년 기념관>(2011)
단체전 외 다수
경기미술대전(95~98)/수원문화예술회관
현대 판화가 협회 공모전/서울시립미술관
나혜석 공모전/수원문화예술회관
시·지·간전/중앙대학교아트센타
릴레이 릴레이전/가나아트
몸을 통해 ‘보여주려는것’/갤러리 라메르 초대전
예우전/중앙대학교병원(흑석동)
Art Synthe/대구 문화 예술회관
The Asian spirit&Soul/성남아트센터
2007
동강 현대작가 초대전/영월문화 예술회관
Art Synthe/대구문화예술회관
제9회 한국 정예작가 초대전/안산단원미술관
Guanlan International Print Biennial/중국
Dhyana und Alltagsleben/독일
2008
국제선조형예술전/전라북도 예술회관
제10회 한국 정예작가 초대전/안산단원미술관
Art Synthe/대구문화예술회관
Dhyana und Alltagsleben/독일
2009
제11회 한국 정예작가 초대전/공평 아트센터
2010
예원전/협성아트갤러리
Art Synthe/대구문화예술회관
2011
드림갤러리 이전 초대전/분당드림갤러리
동강현대작가초대전/영월문화예술회관
한국미술의 새아침전/공평갤러리
Good Morning 2011 Art Collection/한전갤러리
3th Good Morning 2011 새아침전/갤러리라메르
안병석 교수님 정년 퇴임 기념전/바람결의 제자들,
인사아트센터
2013
굿모닝전/충무아트갤러리
前 협성대학교, 대구대학교 강사 역임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 관악구 청림동 13-17 2층
010-2528-6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