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벌판에 헝가리 음악이 울려 퍼지던 날
박 지 연
소월·경암문학예술기념관을 오간지 어언 7년이 되었다. 낯익은 기념관이 우리를 맞는다. 오늘 우리는 ‘송년 문학의 밤’ 을 위해 여기에 왔다. 얼마를 지나 지근거리의 연주 회장을 찾았다.
이곳은 이전에 창고로 쓰던 공간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습으로 개조했다. 천장에는 여러 개의 샨데리아의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여러 시설이 연주회장으로도 손색이 없이 갖춰져 있었다.
식전 행사로 이철호 이사장님의 인사말이 있었다. 그 중에는 기념관을 증평에 자리 잡게 된 연유를 소상히 밝혔다. 인사를 마치고 증평군수님에게 김소월문학상을 수여할 차례였다. 어느새 문인이 된 군수님, 글의 수준이 높아 수상하게 되었지만 공직자의 몸으로 서울까지 와서 수상할 수 없는 사정을 배려하시고 여기 고향 증평에서 증평군민도 같이 기뻐할 문학상을 드리는 게 너무나 잘된 일이 되었다. 이는 군수님 혼자서 받는 게 아니라 온 군민에게 드리는 상이 되었다. 이사장님이 증평의 모든 군민에게 ‘감사의 마음도 담겨 있으리라’ 고 나는 생각했다. 축하의 박수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고 꽃다발은 더욱 아름다웠다.
고즈넉한 증평 마을에 우렁찬 헝가리 음악이 교향악으로 울려 퍼졌다. 경쾌한 오프닝 음악에 우리도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음악에 흥겨웠다. 헝가리 무곡 제5번은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가 헝가리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두아르트 레제니와 연주 여행 중 헝가리에 들려 집시들의 춤추는 모습과 그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21곡 중 5번이다. 처음에는 그 때 유행하던 피아노 연탄곡으로 썼다. 내가 더욱 감명 깊었던 것은 이곡을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음악회 준비를 위해 음악선생님의 지도로 친구와 연탄으로 연주했다. 지금도 그 멜로디를 잊지 않고 늘 흥얼거린다. 이 곡은 집시들의 열정과 애절한 멜로디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켜 인기곡이 되자 교향악으로 편곡 되어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이 곡이 증평에서 연주된 것도 기록이 될 것이다.
강병준 지휘자는 멀리 인천에서 교향악단을 이끌고 왔다. 인천시니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증평군민들에게 듣기 힘든 클래식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초대되었다. 그 사이 시낭송이 있었고 소프라노 솔로가 있었다. 푸치니(G.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소프라노 아리아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라는 유명한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들이 즐겨 부른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녹음도 있고 자주 부르는 아리아다. 유명한 이 곡을 증평군민을 위해 선사했다.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는 리누치오와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간절히 애원하는 아리아다. 만일 허락지 않는다면 강에 몸을 던지겠다는 위협적인 멜로디는 절박함 도 담겨 있다. 유명한 아리아를 양지 소프라노를 통해 증평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들도 큰 행운이었다.
소월의 시 낭송 후 프랑스 작곡가 죠르주 비제(Georgs Bizet 1838-1875)의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도 들을 수 있었다. 무대는 스페인의 세비아의 담배 공장의 광장이 나오고 집시 카르멘의 슬픈 이야기지만 막이 오르기 전 투우사의 경쾌한 노래가 들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곡도 남성 바리톤이 자주 부르는 곡이다. 비제는 젊은 나이에 요절해 많은 곡을 남기지 못했지만 카르멘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이번에 유명한 안성훈 바리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 가곡 이수인의 ‘내 마음의 강물’ 을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이중창으로 들을 수 있었고 소월의 시 ‘초혼’ 을 낭송한 후 F. Schbert의 교향곡 제5번을 끝 곡으로 연주해 증평군민들에게 참 기쁨을 안겨 드렸다. 이 오케스트라 단원의 연주와 소프라노 바리톤의 목소리를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 들을 수 있다면 모두 30만원짜리 초대권이 있어야 들을 수 있다. 이 귀하고 값진 연주회를 통해 송년의 밤이 더욱 빛났다.
‘2025년 송년 문학의 밤’ 이 프로그램을 서울이 아닌 증평으로 장소를 옮긴 것 뿐인데 무려 일석오조의 큰 효과와 수확을 얻었다.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말처럼 일석오조(一石五鳥)가 되었다. 돌 하나로 다섯 마리 새를 잡았으니 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에 이만한 수확이 어디 있겠는가.
작은 고을에서 이렇게 화려한 문학과 세계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기획한 분은 오직 이철호 이사장님만이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들이 안 가진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일을 선도하시는 엄청난 구상은 몇 십 년을 측근에서 있으면서 늘 놀라고 감동하는 부분이다, 시력이 약해 지셨다고 하시지만 아직도 100년 아니 200년은 거뜬하시다. 그 섬세한 기획을 문학에만 머물러 계시기에는 너무 아까운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증평은 땅을 제공했지만 이러한 귀한 기획의 왕을 품어 주셨으니 큰 발전이 따를
것이다. 사재를 털어 김소월 초판집을 사들여 문화재도 품고 계신다. 뒤뜰에는 진달
래 꽃밭을 조성해 오는 봄이면 증평이 진달래 꽃으로 붉게 물들고 증평 벌판에 헝
가리의 음악이 메아리로 울려 퍼질 때 증평은 명실 공히 쌍무지개 뜨는 행복한 문
화의 고장이 되어 많은 이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될 것이다. 1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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