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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과 고혈압은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실신하거나 마비가 오는 병이다. 멀쩡할 때는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혈관과 혈압에 관련된 질병과 그 예방책을 알아본다.
혈관을 모두 일직선으로 연결하면 약 10만km가 된다. 지구를 두 바퀴 반 정도 둘러쌀 수 있는 거리라고 하니 실로 엄청나다. 그만큼 혈관은 사람 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 여기저기서 동안을 부르짖으며 피부관리실을 찾지만, 피부보다 중요한 것은 혈관이다.
젊은 혈관은 깨끗해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만 늙은 혈관은 찌꺼기와 콜레스테롤이 많아 혈관이 좁다. 콜레스테롤 하면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지방으로,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을 만드는 성분이다.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호르몬 생성에도 관여한다.
콜레스테롤이 적당히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포화상태까지 많아지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 평소 고지혈증이 있었던 김석기(당시 47세) 씨는 어느 추운 겨울날 갑자기 쓰러졌다. 뇌혈관이 파열된 것이었다. 당시 그의 혈압은 180~190까지 올라갔다. 응급차가 와서 서둘러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김씨는 오른손이 완전히 마비돼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직 쉰도 안 된 나이였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평소 좀 더 관리할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김씨가 앓던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지방, 즉 콜레스테롤이 많아진 상태를 말한다. 보통 총 콜레스테롤이 데시리터당 240mg을 넘을 때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물론 고지혈증 때문에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맥경화·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김씨의 경우처럼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늘어날까? 서구화한 식생활로 인해 육류 섭취가 늘어났으나 몸은 많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족력·성별·나이·흡연·스트레스 등도 고지혈증과 무관하지 않다.
‘치료’는 없고 ‘개선’만 있는 뇌졸중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다 50세가 지나면 감소한다. 이에 반해 여성은 남성보다 증가율이 둔하지만 폐경기 이후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지혈증이 50세 이전에 시작된 사람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씨의 경우처럼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뇌에 정상적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혈관이 터지면 대부분 수족마비나 언어장애, 기억력 손상, 감각장애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반신마비나 전신마비 등 평생 반신불수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의식을 잃으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는 것이 관건이다. 시간과 싸움인 셈이다. 뇌졸중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를 들 수 있다. 스트레스·운동부족·비만·흡연 등도 뇌졸중을 일으키는 발화점이 된다.
김씨는 평소 고지혈증 관리를 소홀히 했기에 뇌졸중이 온 경우다. 고지혈증에 걸리면 평생 친구처럼 생각하고 관리해야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정상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완전히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 평생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함으로써 스스로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따라서 튀기거나 볶은 음식, 고기 등을 자제하고 칼로리가 적은 식단 위주로 식사해야 한다. 끼니를 규칙적으로 먹고 간은 반드시 싱겁게 한다. 술은 고혈압과 뇌졸중의 원인이 되므로 삼가고, 잡곡류와 야채를 많이 먹는다.
식이요법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 운동인데, 운동을 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저단백 콜레스테롤의 혈중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조깅·수영·줄넘기 등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고 1주일에 4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피해야 하는 식품은 육류·소시지·베이컨·튀김·아이스크림·버터·비스킷·초콜릿·케이크·도넛 등이다.
뇌졸중은 ‘치료’라는 말보다 ‘개선’이라는 말이 더 맞는 병이다. 손상된 뇌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뇌가 손상되면 손상된 부분을 뇌의 다른 부분이 담당해야 하므로 훈련이 필요하다.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갓난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다친 뇌가 회복되려면 신선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필수다. 혈액이 잘 돌며 다친 뇌 조직의 파편을 신속하게 청소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혈을 주관하는 폐의 기능을 강화하는 치료가 우선이다. 폐 기능을 강화해 가능한 한 신선한 산소를 몸 속에 많이 받아들이고 뇌까지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뇌졸중으로 이어지기 전 증상처럼 등장하는 것이 고혈압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는 사람 중 몇 명은 고혈압을 앓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갑자기 동맥경화나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고혈압은 심장에서 뿜어낸 혈액이 동맥의 벽에 비정상적으로 큰 압력을 가하면서 생긴다.
고혈압은 본태성 고혈압과 2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본태성 고혈압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원래 그렇게 나타난다고 해서 ‘본태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차성 고혈압은 각종 신장질환, 쿠싱증후군(부신피질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병), 갑상선질환, 항이뇨호르몬의 과다분비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 고혈압을 말한다.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은 본태성 고혈압이다.
고혈압 가족처방전, ‘싱겁게 먹고 운동 많이 하기’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아프거나 무겁고 어깨통증을 자주 느끼며 눈이 잘 충혈되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면 고혈압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고혈압은 흔히 남성의 질병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폐경과 임신을 겪는 여성에게서 위험이 더 크다.
고혈압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력이다. 유전되는 질병은 아니지만 가족은 비슷한 생활습관과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짜게 먹고 과식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집안에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되도록 음식을 싱겁게 먹고 신선한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만·짠음식·스트레스·음주·운동부족·흡연 등이 겹치면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진다.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을 치료할 때 생리적 기능을 조절해줌으로써 혈압의 수치를 조절하고 폐 기능을 활성화해 기혈이 원활하게 흐르게 한다. 그렇게 하면 뇌나 심장·신장의 기능까지 좋아져 고혈압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상도 완화된다.
고혈압일 경우 평소 생활 속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하루에 먹는 염분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 염분은 하루에 6g 이하로 먹는 것이 적당한데, 이는 평소 염분 섭취량의 20% 정도에 해당한다. 그만큼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혈압을 낮추는 데 좋은 식품으로는 영지가 있다. 영지는 오장육부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므로 감초와 함께 달여 꾸준히 마시는 것이 좋다.
양파는 혈관을 맑게 하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마 성분 중 알긴산은 혈액 속의 과다한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당근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해 항암작용을 할 뿐 아니라 혈압을 내리는 효과도 있어 고혈압 치료와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이 외에도 야채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하므로 되도록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고혈압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운동만큼 좋은 것도 없다. 운동하면 체중을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혈관의 탄력도도 높아진다. 1주일에 3회 이상, 한 번 할 때마다 30분 이상 정기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그러나 갑자기 차가운 날씨에 운동하면 혈압이 상승할 수도 있으므로 옷을 최대한 따뜻하게 입고 10분 이상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준 다음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졸중 발생 시 응급처치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에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감지해야 위급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저린 느낌 혹은 마비 증상이 온다. 갑자기 말을 못할 수도 있고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고 현기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입가가 밑으로 처지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주위 사람들은 즉시 응급차를 부르고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 의식이 없으면 편안하게 눕히고 넥타이나 벨트 등 몸을 조이는 것은 풀어준다. - 구토할 경우 이물질이 목구멍으로 들어가 숨이 막힐 수 있으므로 얼굴을 옆으로 돌려준다. -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약을 먹이면 기도가 막힐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경우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운다. -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추면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
1972년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1989년 동대문구 백제당한의원 개원 1991년 서울시동대문구한의사회 회장 역임 1992년 대한한의사협회 약재감별위원장 역임 1993년 한약분쟁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역임 1998년 군포남천한방병원장 역임 2001년 군포경희한의원 원장 역임 2003년 안산편강한의원 평화TV ‘서효석의 한방 이야기’, 매일경제TV ‘줌 인 메디컬’, ‘서효석의 호흡 클리닉’ 9개월간 진행. 저서 <아토피에서 난치병까지> <기적의 건강법> 등. | |
첫댓글 나이 들어 갈수록 돌발적으로 일어난 신체 이상에 대비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려 주신 정보를 잘 읽어봅니다. 수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