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에 대한 불안·분노 시험 前보다 수그러져 “100점 받고도 2등급”… ‘난이도’ 항의 수행평가 방법놓고 여전히 갈등 남아
‘내신전쟁’으로 전국을 술렁이게 했던 고1들의 첫 중간고사가 끝났다. 내신경쟁에 대한 불안과 분노는 시험 전보다 잦아든 분위기다. 우려했던 전학사태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술형 문제와 수행평가 등 내신제 평가방법을 두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갈등은 불씨로 남았다. 일부 학교에선 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다.
◆100점 받고도 2등급
서울의 K고에선 중간고사 도덕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돼 만점자가 100명 넘게 나왔다. 절대평가 체제에선 비일비재했지만 상대평가제에선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중간석차 백분율’이 적용되면 100점을 받고도 2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공부한 의미가 없다”고 항의했고, 학교는 “기말고사는 어렵게 내겠다”며 사태를 무마했다. 서울 모 외고에선 지리 시험이 너무 어려워 학생들이 시험 중 답안을 못 채우고 통곡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학부모들이 “담당교사를 교체해라. 지리 과외까지 시키라는 거냐”고 반발해 학교측이 진땀을 뺐다.
◆서술형 문제 채점 골머리
고1 교사들에겐 시험의 30%를 차지하는 서술형 문항 채점 때문에 골머리다.
평가기준을 명확히 마련했지만 “이 답도 맞게 해주면 안 되냐”는 이의신청이 몰리고 있는 것. 한 고교 교사는 “답안지를 일일이 확인시키고 교사들끼리 협의하느라 애를 먹는다”고 했다.
서울 H고 1학년 이모(17)군은 “수학 서술형 문제에서 최종 답은 맞았는데 풀이과정이 선생님 의견과 다르다고 0점 처리해 버렸다. 속상하지만 선배들이 계속 투덜대면 ‘3년 내내 찍힌다’고 해서 참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행평가는 엄마 치맛바람?
고1 학생들은 평소 과제물과 수업태도 등을 점수화하는 ‘수행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평가에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일부 학교에서 나타났다.
서울 B고에선 ‘수행평가 괴담’이 떠돌고 있다. 부모가 학부모회 임원을 맡으면 수행평가 점수가 잘 나오더라는 것. 이 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는 “아들이 지필고사를 잘 봤는데도 수행평가로 등수가 바뀌는 것을 보니 초조하다. 학부모들끼리 뒷말만 무성할 뿐, 내 자식이 불이익당할까봐 문제제기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수원 C고 1학년 아들을 둔 김모씨도 “적극적인 엄마들끼리는 수행평가와 시험 정보를 많이 공유한다는데, 내신제에선 그런 문제에 더 예민해지지 않겠냐”고 했다.
◆“언제 무슨일 터질지 몰라”
서울 S고의 이모 교사는 “교사들끼리 ‘올해 고1들은 정말 다루기가 쉽다’는 말들을 한다”고 전했다. 내신제로 학생 평가권을 갖게 된 일선 교사들의 권위가 살아났다는 것. 이들은 “전반적으로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다” “학원이나 과외보다 학교수업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반면 목포의 한 고1 여학생은 “내신제를 반대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당장 제도가 바뀌지는 않을 테니 일단 적응하자. 공부 잘해서 나중에 우리가 바꾸자’고 한다”고 말했다. 고1 아들을 둔 주부 최모씨는 “일단 내신만으로 대학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지켜보고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고1 엄마들은 도닦는 기분’이라는 말이 오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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