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부터 4월에 이르기까지 연세대 UIC(Underwood International College, 언더우드국제대학) 학제개편에 관한 보도들이 나오면서, 영어전형에 관심 있는 학생·학부모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최상위권 대학에서 일어난 ‘전공신설 및 인원증가’라는 큰 변화가 ‘영어’로 대학가기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단지 ‘학과의 통폐합’이나 ‘송도캠퍼스 밀어주기’와 같은 평면적인 시각으로는 이 변화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KP&You에서는 연세대 UIC 학제개편의 내용과 목적을 정리한 후, 이 변화가 영어전형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여 학생 및 학부모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연세대의 공식발표를 분석하면, UIC 학제개편은 크게 두 가지 변화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전공이 신설된다는 것이다. 일단, 새 학제는 UD(Underwood Division, 언더우드학부) 계열, HASS(Humanities, Arts & Social Sciences, 인문사회과학) 계열, ISTD(Integrated Sciences & Technology Division, 융합과학공학부) 계열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 UD 계열에는 기존의 UD(언더우드학부)가 속하게 된다. HASS 계열에는 기존의 ASD(Asian Studies Division, 아시아학부) 및 TAD(Techno Art Division, 테크노아트학부)가 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설된 ISSD(Integrated Social Sciences Division, 융합사회과학부)가 속하게 된다. ISTD 계열에는 신설된 ISTD가 속하게 된다.
다른 변화는 모집인원이 대폭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이미 2012년에 모든 모집단위에서 5%씩의 인원을 떼어 UIC로 돌렸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5%씩 인원을 떼어 UIC 모집인원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했다. 특히 자유전공학부의 인원은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몇 년 안에는 100% UIC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UIC의 전체 모집인원은 225명(2013학년도 수시모집 기준)에서 400명 이상으로 증가될 예정이다. 이 중에서 신설되는 ISSD와 ISTD의 모집인원은 각각 70명 정도가 될 예정이다. 또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UD의 모집인원은 109명에서 130명으로, ASD의 모집인원은 45명에서 50명으로, TAD의 모집인원은 71명에서 8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UIC 학제개편의 목적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그중 첫 번째 목적은 우수학생 확보이다. 2006학년도에 전국의 모든 대학을 통틀어 250여 명에 불과했던 영어전형의 모집인원이 현재 수천 명으로 늘어난 것은 영어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다른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보다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우수하다는 말의 뜻은 단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문 연구에 꼭 필요한 ‘논리적 분석·사고·표현’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인데, 영어전형에 이러한 능력이 뛰어난 합격자가 많았던 것이다. KP의 경험상, UIC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합격자들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는 UIC 합격생들이 입학 이후의 학습이나 졸업 이후의 진로 측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UIC 학제개편의 두 번째 목적은 교육환경 개선이다. 연세대가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모든 신입생들로 하여금 1년간 배우도록 한 것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연세대는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RC(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교수나 학생과의 교류, 선·후배 간 재능 교류, 공동체 단위의 학습·생활 등 통학할 때보다 더 많은 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ASD와 TAD는 물론이고 신설된 ISSD와 ISTD에 입학한 학생은 그러한 RC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넓은 공간과 국제화교육이라는 장점을 4년간 누릴 수 있게 된다. 좁은 신촌캠퍼스 공간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연세대는 수도권에서 최상의 입지를 선택하고 이를 개발하는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이번 UIC 학제개편이 영어전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일 것이다. 먼저, 영어전형에 도전하는 상위권 학생은 연세대 합격가능성이 더 커졌으므로 다소 유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최상위권 대학의 모집인원이 대폭 늘어난다면 그만큼 합격자들의 평균성적이 낮아질 것이므로, 모든 지원자의 합격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합격자 평균성적의 하락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2년간 연세대가 트랙별 중복지원을 허용해온 것으로 볼 때, 최상위권 학생들의 중복지원 현상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트랙부터 차례로 충원되는 현상이 나타나서 우수학생을 연세대가 모두 데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단, 올해 연세대가 중복지원을 허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영어전형에 도전하는 중위권 학생의 경우에도 합격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므로 더 유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최상위권 대학인 연세대의 모집인원이 증가하였으므로, 상위권 학생들이 중상위권 또는 중위권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연세대와 관련된 직접적인 이익은 없으나 그로 인한 간적접인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수시지원 6회 제한과도 맞물려 있다. 지원횟수 제한이 없었을 때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중위권 대학에도 ‘보험 삼아’ 대거 지원하여 중위권 학생들이 1단계에서부터 탈락하는 일이 많았는데, 6회만 지원할 수 있는 지금은 연세대의 모집인원 증가로 인한 효과를 보다 많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연세대 UIC 학제개편, 즉 ‘전공신설 및 인원증가’에 관해 살펴보았다. 그 내용과 목적, 영어전형에 미칠 영향 등을 차례로 정리하였는데, 이를 통해 나온 결론은 ‘영어’로 대학가기에 도전하는 상위권·중위권 학생 모두가 더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 모든 사항은 아직까지는 잠정적인 것이므로, 입시요강이 확정 발표될 때까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조건만으로 무슨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전형선택 및 합리적 학습순서결정을 올바르게 하고 이에 따라 열심히 공부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어느 대학 어느 전형에 합격할지는 연세대가 아니라 남아 있는 기간의 내 모습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