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가던 날의 추억
김종억
자전거를 탄 지도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서울 송파 잠실 일대 곳곳엔 내 자전거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별로 없는 듯하다. 차로는 갈 수 없는 곳곳을 자전거로 골목골목을 누볐고, 자전거를 타다 보니 지름길이 눈에 훤히 보이기 시작하여 어디를 가든지 머릿속엔 거미줄 같은 자전거 지름길 가상의 지도가 그려진다.
이렇듯, 자전거를 타고 가본 곳이 얼핏 생각나는 것만 해도 경기도 하남에 있는 검단산 2회 종주, 남한산성, 청계산, 대모산과 구룡산, 아차산, 그리고 한강 팔당으로부터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거쳐 방화대교까지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특히 요즘에는 야간 자전거 타기에 흥미를 붙여 밤 9시가 가까운 시간에 탄천으로 나오기 일쑤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야간 자전거 타기가 여간 흥미롭지가 않다.
시원한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성남 쪽을 향해서 페달을 밟다 보면 희미한 가로등 불 따라 펼쳐지는 시골스러운 풍경이 내 마음속을 시원하게 만들고 주곤 한다.
특히, K-16 비행장의 불빛이 탄천의 강물에 길게 비추어 한 폭의 그림이다.
조금씩 욕심이 생긴다. 물론, 단기적 계획으로는 강화도까지의 종주이다.
그 이전에, 서울 강북을 밟아 보고 싶다는 충동에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잠실대교를 넘었는데, 서울 강변 북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지금까지 강남 쪽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오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강변북로 자전거 도로는 강남과 비교하면 한강 수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자전거를 타면서 지속해서 한강의 여유로움을 관망할 수 있어 좋다. 평화롭게 떠가는 한강 유람선은 물론이고 뚝섬 시민공원 앞쪽에서는 순풍에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쪽배, 그러니까 윈드서핑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도 아닌데, 웬 갈매기가 떼 지어 날아드는가!
잘 꾸며진 뚝섬 시민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고는 다시 달리다 보니 서울 숲이 나타난다. 서울의 숲은 예전에 뚝섬 경마장 자리에 시민의 숲을 조성한 것을 말한다.
서울 숲은 돌아올 때, 둘러볼 요량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다 보니 드디어 청계천으로 접어들었다.
잘 꾸며진 청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진입할 수 있는 곳까지 가니 마장동 입구까지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부터는 자전거 통제! 그래서 자전거를 묶어 놓고 도심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청계천>
청계천은 서울 사대문 안의 물이 여기에 모여 동쪽으로 흐르다가 왕십리 밖 살곶이다리(현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군자 차량사업소 사이) 근처에서 중랑천과 합쳐져 서쪽으로 흐름을 바꾸어 한강으로 빠진다. 발원지는 인왕산 수성동계곡을 지나는 옥류동천이라는 설과 자하문 부근 백운동천이라는 설이 있다. 수성동계곡 안내판에 청계천 발원지라는 표시가 있기는 하지만, 정설로 공식 확인된 바는 아니다. 자연 하천과 인공 하천이 혼합된 형태의 하천으로서 2005년 10월 1일 공식적으로 개장하였다. 옥류동천은 70년대에는 항시 물이 흘렀으며, 90년대까지도 갈수기 외엔 물이 흘렀지만 2019년 현재 발원지 추정 두 개울은 모두 건천으로서 장마 때만 잠시 물이 흐른다. <나무위키에서>
1950년 청계천을 덮는 복개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서울 개발의 상징이었던 청계 고가도로를 1977년에 건설한다. 그러나 30년 뒤 구조적 안전문제로 청계고가 도로 철거를 결정한다. 청계천을 덮으면서 콘크리트 아래 역사의 흔적들이 모두 묻혀버렸고 청계고가는 무너질 위험까지 발생하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계천을 복원하자는 것이었다. 2000년에 서울시는 최초로 도심부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1990년대부터 이어오던 개발 중심의 잘못된 도시 정책을 바꾸기 위해 서울의 자연과 역사를 보전하는 도시 계획이 시작되었다. 2002년 서울시장선거를 앞둔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3년 7월 청계천 복원 기공식을 한다. 2년 3개월만인 2005년 10월 청계천은 복원이 된다.
청계천의 맑은 물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걷어낸 후에 도심의 온도를 2~3도 정도 떨어뜨렸다고 한다.
청계천 시작지점에서 광화문 끝까지 걷는 길이는 약 5.5㎞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면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중간에 방산시장에 들러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옛날을 생각하면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 녹두 빈대떡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는 다시 길을 재촉한다.
드디어 힘차게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분수가 시원한 종점에 다다랐다.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무교동 먹자골목으로 들어갔다. 무교동 낙지가 일품이라고 하질 않던가!
대접에 냉수까지 떠다 놓고 입을 호호 불어가며, 무교동 낙지볶음으로 저녁을 먹고는 다시 야간 청계천을 구경하면서 오던 길을 되돌아온다. 휘황한 네온과 어우러진 청계천의 야경은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젊은 연인들이, 어린아이들을 앞세운 가족들이, 그리고 향수에 젖어 청계천 변을 거닐어 보는 노인들까지도 그곳을 거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소곤거리는 연인들은 아예 청계천에 발을 담그고 사랑을 키워가고 있나 보다. 잃어버렸던 청계천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사실에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게 청계천 종주(마장동 시작지점~세종로까지 왕복)를 하고 피곤한 몸으로 자전거 보관장소로 되돌아왔다. 자전거 묶어 둔 곳까지 이동해서 희끄무레한 어둠이 내려온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몸엔 피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솜처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잠을 청하니, 아! 아늑한 나의 보금자리여!
언젠가는 강화도를 반드시 종주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