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제3권
62. 병자가 꿩고기를 먹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병이 위독하였다.
그러자 훌륭한 의사가 점을 쳐보고 말하였다.
“항상 꿩고기 한 가지만 먹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 병자는 시장에 가서 꿩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그 한 마리만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그 뒤에 의사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 병이 나았는가?”
병자가 대답하였다.
“의사님께서는 전에 내게 늘 꿩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꿩 한 마리를 사다가 먹고 다시 먹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또 물었다.
“만일 앞에 사온 꿩을 다 먹었다면 왜 더 먹지 않았는가?
당신은 지금 꿩 한 마리만 먹고 어떻게 병이 낫기를 바라는가?”
모든 외도들도 이와 같아서,
그들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가장 훌륭한 의사의 말씀을 듣고 나서 마땅히 심식(心識)에 대하여 알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상견(常見)에 집착하여,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오직 하나의 앎[識]만 있으니, 이것은 변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비유하면 마치 꿩 한 마리를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리석은 미혹과 번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여러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상견을 없애고 모든 법은 찰나찰나에 났다가 사라지고 하는데, 어떻게 하나의 앎이 있어 항상 변하지 않겠는가를 가르치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세상 의사가 다시 꿩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중생들을 가르쳐 모든 법에 대하여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하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에 끊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시어, 그들의 상견의 병을 잘라 없애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