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 제20권[2]
[미 화상] 米
양주襄州 왕경초王敬初 상시常侍의 법을 이었고, 서경西京에서 살았다. 기록을 보지 못해 씨족을 알 수 없다.
선사가 어떤 스님더러 앙산仰山에게
“지금도 깨달음을 의지하여야 합니까?” 하고 물으라 했다.
앙산이 대답하기를,
“깨달음은 없지 않으나 제2의 무리에 떨어지는 것이야 어찌하랴?” 하고 말한 것을 듣고는,
선사가 앙산을 긍정했다.
어떤 노숙老宿이 선사를 공양에 청하였다. 선사가 왔는데도 자리를 권하지 않고 노숙이 혼자서 한쪽에 앉으니, 선사가 얼른 자리를 펴고 노숙에게 절하였다.
노숙이 벌떡 일어나자 선사가 얼른 앉았다. 그러자 노숙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땅 위에다 자리를 펴고 앉았다. 그리고는 밤이 되자 대중에게 말했다.
“그가 만일 불법에다 마음을 쓴다면 사흘 만에 문득 보게 될 것이다. 만일 보지 못한다면 나는 모를 일이다.
선사가 사흘 뒤에 이르러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제는 도적을 맞았다.”
어떤 스님이 경청鏡淸에게 물었다.
“미 화상이 돌아온 뜻이 무엇입니까?”
경청이 대답했다.
“송곳 끝이 예리한 것만 보았고, 끌 끝이 평평한 것은 보지 못했다.”
임제臨濟가 선사에게 물었다.
“십일면관세음十一面觀世音이 어찌 성인이 아니겠소?”
선사가 대답했다.
“그러하다면 어떤 것이 본래의 얼굴입니까?”
임제가 한 주먹으로 때리니, 선사가 말했다.
“장로長老는 좀더 관대하소서.”
임제가 손바닥으로 때렸다.
선사가 수업사受業寺에 돌아가니,
어떤 노숙이 물었다.
“달밤에는 끊어진 두레박줄을 사람들은 뱀[蛇]이라 하는데, 스님께서는 무엇이라 부르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만일 부처라는 견해를 내면 중생이라는 견해와 같으니라.”
그 노숙이 말했다.
“천 년 묵은 복숭아로군.”
[보수 화상] 寶壽
임제臨濟의 법을 이었고, 진주鎭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소沼이며, 행적을 보지 못해 생애를 기록할 수 없다.
선사가 호정교胡釘鉸에게 물었다.
“정교釘鉸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호정교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허공을 때울 수 있겠는가?”
“화상께서 허공을 때려 부숴서 가져오십시오.”
선사가 곧 그를 때리니,
정교가 대답했다.
“저를 잘못 때리지 마십시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뒷날 말 많은 중이 나서서 그대를 점검하고 부숴 주리라.”
어떤 사람이 이 일을 조주趙州에게 이야기하니, 조주가 말했다.
“이 한 틈조차도 어찌하지 못하겠구나.”
동산이 제1좌第一座를 대신해서 말했다.
“만일 제 손아귀에 있다면 어떤 틈인들 때우지 못하리까?”
선사가 처음 개당開堂했을 때, 삼성三聖이 어떤 스님 한 사람을 앞으로 밀어내니, 선사가 때렸다.
이에 삼성이 말했다.
“장로께서 그렇게 사람을 분별하다가는 진주성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것입니다.”
[관계 화상] 灌溪
임제臨濟의 법을 이었고, 담주潭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지한志閑이며, 행장을 보지 못해생애의 시종을 기록할 수 없다.
어느 날 도오道吾가 와서 절도 하지 않고 물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지위가 없느니라.”
“그러시다면 허공과 같겠습니다.”
“예끼, 이 백정 놈아.”
이에 도오가 말했다.
“죽일 생명이 있다면 권태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선사가 말산末山 비구니 처소에 가니,
비구니가 물었다.
“어디서 오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노구(露口:입이 드러났다는 뜻)에서 옵니다.”
“어째서 덮지 않으십니까?”
이에 선사가 도리어 물었다.
“어떤 것이 말산입니까?”
비구니가 대답했다.
“정수리를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말산 안의 사람입니까?”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닙니다.”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변할 수 있습니까?”
“귀신이 아닌데 무엇으로 변합니까?”
이에 선사가 긍정하였다.
동산洞山이 협산夾山에게 물었다.
“어떠하십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그저 그러합니다.”
이에 동산이 긍정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 일을 선사에게 이야기하니, 선사가 말했다.
“금으로 금을 치고, 물로 물을 씻느니라.”
운문雲門이 이 일을 들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금으로 금을 치고 물로 물을 씻는 것이겠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호떡이나 드십시오.”
“그렇게 말해서 되겠는가?”
스님이 말했다.
“종은 벌써 쳤습니다. 떠들지 마십시오.”
이에 운문이 긍정하였다.
“어떤 것이 해치지 않는 구절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끊임없이 말해도 저촉됨이 없느니라.”
선사가 처음에는 관계산灌溪山에서 살다가 나중에는 악록嶽麓 지방을 교화하였는데, 매양 다음과 같이 말했다.
5음陰의 산 속 옛 불당에
밤낮으로 비로자나불이 원광圓光을 뿜는다.
열반에 든 뒤에 악록산嶽麓山에 탑을 세웠다.
[흥화 화상] 興化
임제臨濟의 법을 이었고, 위부魏府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존장存獎이며, 행장을 보지 못해서 생애를 기록할 수 없다. 칙명으로 시호를 광제廣濟 대사라 했고, 탑호를 통적通寂이라 했다.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최崔 선사의 처소에서 왔습니다.”
“할喝을 가지고 왔는가?”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최 선사에게서 온 것이 아니로다.”
이에 스님이 얼른 할을 하니, 선사가 때렸다.
또 어느 때 어떤 스님을 부르자 스님이 대답하니, 선사가 말했다.
“출석을 부르면 오지 않는구나.”
또 다른 스님을 부르니, 스님이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왔으면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어떤 이가 물었다.
“국사께서 시자를 부른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한 소경이 여러 소경을 인도하는 것이니라.”
이산怡山이 이 일을 들어 대중에게 물었다.
“어디가 국사께서 눈먼 곳인가?”
그리고는 스스로 대신 말했다.
“저 집에 무엇이 모자라는가?”
동광제同光帝가 물었다.
“짐朕이 지난날 하남河南에서 보배 구슬 하나를 얻었는데, 아무도 값을 매기지 못하는군요.”
선사가 말했다.
“황제께서는 보배 구슬을 보여 주옵소서.”
황제가 두 손으로 복두건幞頭巾의 각을 활짝 열어 보이니, 선사가 말했다.
“황제께서는 만대의 보배 구슬이신데, 누가 감히 값을 매기겠습니까?”
[후노조 화상] 後魯祖
관계灌溪의 법을 이었고, 등주鄧州에서 살았다.
“어떤 것이 쌍림雙林의 나무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형상이 있는 몸 안에 형상이 없는 몸이니라.”
“어떤 것이 형상이 없는 몸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금 향로 밑의 무쇠 곤륜崑崙이니라.”
“어떤 것이 외딴 봉우리에서 홀로 자는 사람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한밤에 해가 밝고, 한낮에 3경更을 치느니라.”
“격외格外의 일은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교화의 인연이 끝난 뒤에는 허공도 저쪽이 되느니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전진해 나아갈 문이 없을 때는 어찌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몹시도 둔한 놈이로구나.”
“둔하지 않은 이가 바로 전진해 나아가려 해도 문이 없을 때는 어찌합니까?”
“신령스런 기미는 변제邊際를 논한 적이 없고, 법에 집착하면 처음부터 어두움 속에 있는 것이 된다.”
“어떤 것이 학인이 힘쓸 곳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봄이 오면 풀이 저절로 푸르고, 해가 솟으면 하늘이 밝으니라.”
“어떤 것이 힘쓰지 않는 곳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산에서 돌이 무너져 내리고, 평평한 개울에 불길이 타오르느니라.”
[은산 화상] 隱山
동산洞山이 행각할 때에 산에서 길을 잘못 들어 선사가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선사가 물었다.
“이 산에는 길이 없는데, 어디로 왔는가?”
선사가 대답했다.
“오는 곳이 없지 않습니다. 화상께서는 어디로부터 들어오셨습니까?”
“나는 구름이나 물을 따라 오지 않았다.”
“그러면 화상께서 먼저 사셨습니까, 이 산이 먼저 살았습니까?”
“모른다.”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모르십니까?”
“봄도 가을도 오지 않아서이다.”
동산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객 가운데 주인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흰 구름이 청산을 덮었느니라.”
“어떤 것이 주인 가운데 주인입니까?”
“여러 해 동안 문 밖을 나서지 않았느니라.”
“객과 주인의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양자강 위의 물결이니라.”
“객과 주인이 만났을 때 어떠한 이야기를 나눕니까?”
“청풍이 백월白月에 부느니라.”
선사가 또 다음과 같이 송했다.
청산은 흰 구름의 아비요,
흰 구름은 청산의 아들이라.
흰 구름이 종일토록 의지해 있어도
청산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속의 뜻을 알고자 하는가?
한 치의 걸음도 옮기지 않는다.
동산이 이 게송에 응하여 송했다.
도는 무심하여 사람에게 합하고
사람은 무심해야 도에 합한다.
이 경계의 뜻을 알고 싶은가?
하나는 늙고 하나는 늙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용아龍牙 대사가 송했다.
마음이 공한 것이 도의 공함에 미치지 못하니
도와 마음이 공한 것 모양은 한 가지일세.
현현함을 참구한다는 것, 도가 공한 사람이 아닐런가?
잠시 만나더라도 보기는 쉽지 않다.
이 게송으로 인하여 조산曺山 대사가 말했다.
금년의 농사가 아직 익지 않았으나
내년의 씨앗은 기약이 있다.
나이 젊은 아비를 종사한다면
반드시 머리 흰 아기를 찾으라.
[흥평 화상] 興平
동산洞山이 절을 하니, 선사가 말했다.
“늙어 빠진 나에게 절하지 말라.”
동산이 다시 말했다.
“늙어 빠진 이에게 절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절을 받지 않는다.”
동산이 다시 말했다.
“멈춘 적도 없습니다.”
동산이 하직을 고하니,
선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동산이 대답했다.
“흐름을 따르므로 머물 곳이 없습니다.”
“법신이 흐름을 따르는가, 보신이 흐름을 따르는가?”
“그러한 견해를 전혀 짓지 않습니다.”
선사가 손뼉을 치면서 놀라워했다.
이에 보복保福이 말했다.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이가 몇이나 되던고?”
또 물었다.
“어떤 것이 옛 부처님의 마음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하나 그것은 제가 질문한 요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무 장승에게 물어라.”
동산이 다시 말했다.
“저에게 한 구절이 있는데, 여러 성인의 입을 빌리지 않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일러 보라.”
동산이 말했다.
“저는 아닌데, 묻는 사람이 있더군요.”
[미령 화상] 米嶺
어떤 사람이 미령 화상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누더기 밑의 일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추하고 더럽거든 그대 마음대로 싫어하라. 그러나 구름이 노을빛에 걸리지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