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5권
[아련야에 머문다]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아련야에 머문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오랫동안 범행(梵行)을 익히는 것,
비니(毘尼)를 잘 아는 것,
모든 근이 다 갖추어진 것,
다문(多聞)을 충분히 갖추는 것,
학문이 넓고 지혜가 많은 것,
아견을 제거하는 것,
노루나 사슴처럼 살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것(무슨 뜻?),
항상 싫어하는 마음을 내는 것,
고요한 곳에 머물기를 좋아하는 것,
아련야에 머무는 것이다.
[오랫동안 범행을 닦는다]
오랫동안 범행을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불법 가운데 출가해 도를 배우고 3업(業)을 청정히 하고 금계를 깨끗이 지키며,
모든 법을 잘 알고 위의와 가고 머무는 곳을 잘 알아 오고 가고 앉고 누움에 모두 법률에 의거한다.
그리하여 여래법의 상ㆍ중ㆍ하를 통달해 위의를 가르치고 훈계하며 능히 선법(禪法)을 가르치니,
이와 같은 법을 이미 스스로 알기에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
[비니를 잘 안다]
뜻을 알고 벗어나는 것을 알고 자리를 알고 죄에서 벗어나는 것을 알아 범하는 것을 모두 피하며,
열심히 계를 닦아 조금이라도 범한 것이 있으면 꾸짖고 참회하며,
범한 경우와 범한 것이 아닌 경우를 모두 깨달아 알며,
중하거나 중간 정도이거나 사소한 죄를 범하면 그 받는 과보의 가볍고 무겁고 멀고 가까운 것을 모두 다 분별할 수 있다.
[모든 근이 다 갖추어진다]
모든 근(根)을 다 갖추고 아련야에 의지해 머무른다.
의지해 머무는 곳은 남의 괴롭힘을 받지 않는 곳,
항상 즐겁게 걸식할 수 있는 곳,
가고 돌아오기에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곳,
부근에 더럽지도 않고 탁하지도 않은 깨끗한 물이 있는 곳,
숲과 나무가 많은 곳,
무서운 곳이 없는 곳,
꽃과 과일이 충분한 곳,
악한 짐승을 멀리 벗어난 곳,
왕래하기가 어렵지 않은 석실이 많은 곳,
고요하기 제일인 곳이다.
보살은 이와 같은 곳에서 낮에 세 번 독송하고 밤에도 역시 세 번 독송하되,
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게 하며,
모든 근을 잘 지켜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깊이 믿고 환희하며,
능히 게송의 구절을 기억하고 인상(因相)을 잘 취해 잠을 없앤다.
왕이나 왕에 버금가는 사람이나 여러 왕자나 바라문이나 찰리 및 그 외의 사람들이 찾아와 보살이 머무는 아련야에 이르면,
비구는 큰 소리로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곳에 앉으십시오.’라고 한다.
그 사람이 앉을 때에는 보살도 함께 앉고,
그 사람이 앉지 않을 때에는 보살도 앉지 않는다.
그 왕의 근(根)이 안정되지 못했을 때에는
‘대왕이여, 큰 이익을 얻으십시오. 왕의 국토인 이곳에는 계를 지키는 사문과 바라문이 많고, 왕의 국토인 이곳에는 악한 신하나 도적에게 침해를 받는 일이 없습니다.’라고 찬탄한다.
만약 왕이 근기가 날카롭고 부드럽게 잘 따라서 법기가 될 만하면 그를 위해 갖가지로 설법한다.
그러나 온갖 설법을 좋아하지 않으면, 오욕의 무상함을 말해 염오를 알게 한다.
만약 염오도 좋아하지 않으면, 다시 그를 위해 모든 부처님이 대자비를 가지고 자재한 위의로 행한 공덕을 말해 준다.
찰리나 바라문이나 읍주(邑主)나 장자나 나라 사람들이 오면 마땅한 대로 그들을 위해 이와 같이 말하며,
들어 아는 것이 많고 법기가 될 만한 사람에게는, 곧 그를 위해 온갖 법을 말해 주어 듣고 나서 믿고 받아들여 마음에 즐거움이 일어나게 하고 모두 환희케 한다.
[다문을 갖춘다]
많이 들어 널리 아는 까닭에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상대해 다스리는 법을 잘 닦으며,
[아견을 없앤다]
아견을 없앨 수 있으므로 두려워하지 않고,
[학문이 넓고 지혜가 많다]
지혜로운 말솜씨를 충분히 갖추었으므로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용맹하게 어려움이 없이 이러한 일을 다 갖추면 아련야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다.
[고요한 곳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염오하는 마음을 늘 가져 홀로 고요한 곳에서 지내기를 좋아하며 야생의 사슴처럼 항상 숲 속에서 지낸다.
그러나 아련야의 비구는 야생사슴처럼 항상 놀라움과 두려움을 품지는 않는다.
[노루나 사슴처럼 살찌지도 마르지도 않다]
비유하면 마치 야생사슴이 사람을 보고 피해 도망가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살마하살 역시 그런 이유로 시끄러운 곳과 모든 남녀들을 모두 다 멀리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어지럽혀 선정에서 멀어지게 하므로 염오하는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아련야에 머문다]
공덕을 닦고 또 적정을 좋아해
‘나는 지금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것을 가까이함으로써 선정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아련야에 머문다.
선남자야, 이러한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아련야에 머무는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