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경요집 제13권
21.6. 수태연(受胎緣)
『선견론(善見論)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인이 장차 아이를 배려고 할 때에는 월화수(月華水)가 나올 때이다. 이것은 바로 피를 말하는 것이다.
아이를 배려고 할 때에 아기집에서 한 덩어리의 피가 생겨 이렛만에 저절로 파괴되는데 그 피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약 피가 나오되 그치지 않으면 남자의 정액은 거가에 머물지 못하고 곧 함께 흘러나오며,
만약 다 나오고 나면 남자의 정액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런 연후에 태(胎)를 이루기 때문에 피가 다 없어지고 난 뒤에 남자의 정액이 거기에 머물게 되면 곧 아이를 배는 것이다.
또 여인이 아이들 배는 데에는 일곱 가지 사연이 있다.
첫째는 서로 접촉하는 것이요, 둘째는 옷을 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정액을 삼키는 것이요,
넷째는 손으로 만지는 것이며 , 다섯째는 색(色)을 보는 것이요, 여섯째는 소리를 듣는 것이며, 일곱째는 냄새를 맡는 것이다.
[문] 어떤 것을 서로 접촉하여 아이를 밴다고 말하는가?
[답] 어떤 여인은 월수(月水)가 나올 때에 남자에게 기쁨을 느끼고 좋아하게 된다.
그때 만약 남자가 그 몸을 여자의 몸에 접촉하면 곧 여인은 탐내고 집착하여 곧 아기를 갖게 된다.
[문] 어떤 것을 옷을 취하여 아가를 밴다고 말하는가?
[답] 우타이(優陀夷)와 같은 경우이다. 우타이는 그 아내와 함께 출가하였으나 애욕이 없어지지 않아 각각 서로 발문(發問)하다가 욕애의 정액이 옷에 묻었는데, 비구니[尼 : 아내]가 그 옷을 취하여 핥고, 또 그것을 가져다가 자신의 내근(內根)에 대어 곧 아기를 매게 되었던 것이다.
[문] 어떤 것을 정액을 마서 아기를 배었다고 말히는가?
[답] 녹모(鹿母)가 도사(道士)의 정액을 먹은 것과 같다.
그녀는 애욕의 마음으로 그것을 삼키고는 마침내 아기를 배어 녹자도사(鹿子道士)를 낳았다.
[문] 어떤 것을 손으로 만져 아이를 배였다고 말하는가?
[답] 섬자(睒子)와 같은 경우이다. 섬자보살의 부모는 모두 맹인(盲人)이었는데, 제석(帝釋)이 그런 줄 미라 알고 그들 부부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 부부는 이미 다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었기 때문에 음양을 합할 수 없는 처지였으므로 제석은 손으로 여인의 배꼽 아래를 만져서 곧 아이를 배게 하여 섬자를 낳은 것이다.
[문] 어떤 것을 색을 보고 아이를 배었다고 말하는가?
[답] 어떤 한 여인이 월화수(月華水)가 나왔으나 남자와 교합을 갖지 못하자 욕정이 극에 달해 오직 남자를 보기만 해도 아이를 배는 것이니, 궁(宮)여인도 또한 이와 같은 경우이다.
[문] 어떤 것을 소리를 듣고 아기를 가졌다고 말하는가?
[답] 백로(白鷺)와 같은 것이다. 그들은 다 암놈만 있고 수놈은 없었다.
봄 절기가 이르렀을 때 양기(陽氣)가 비로소 퍼지고 우레가 처음 울리면 암놈 백로가 일섬(一心)으로 그 소리를 듣고서 곧 새끼를 배게 된다.
닭도 수놈의 우는 소리를 듣고 또한 새끼를 배는 수도 있다.
[문] 어떤 것을 냄새를 맡고 아이를 밴다고 말하는가?
[답] 진우(▼(牛+秦)牛)와 같은 경우이다.
그 어미는 다만 송아지 냄새만 맡고도 새끼를 배는 수가 있다.”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인연이 있어 식(識)이 오는 곳에 아기를 갖느니라.
첫째는 어머니가 욕정이 있어서 부모가 함께 한곳에 모이더라도 밖에서 식이 응해 오지 않으면 곧 수태(受胎)는 되지 않는다. 또 식이 응해 오더라도 부모가 교합하지 않으면 태들 이루지 못한다.
둘째는 만약 또 어머니는 욕정이 없는데 아버지만 애욕의 뜻이 왕성할 때 어머니가 크게 은근(慇懃)하지 않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셋째는 만약 부모가 함께 한곳에서 교합하더라도 어머니의 욕정만 왕성하고 아버지가 크게 은근하지 않으면 또한 태를 이루지 못한다.
또 세 가지가있다.
첫째는 만약 부모가 한곳에 모였더라도 아버지에게 풍병(風病)이 있거나 어머니에게 냉병(冷病)이 있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둘째는 어머니에게 풍병이 있거나 아버지에게 냉병이 있으면 또한 태를 이루지 못한다.
셋째는 만약 아버지의 몸에 수기(水氣)만 편중되어 너무 많으면 어머니에게는 이런 병이 없더라도 태를 이루지 못한다.
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만약 부모가 함께 한곳에 모였더라도 아버지의 상(相)에만 자식이 있고 어머니의 상에는 자식이 없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둘째는 만약 어머니의 상에는 자식이 있고 아버지의 상에는 자식이 없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셋째는 만약 부모 모두의 상에 다 함께 자식이 없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만약 또 어떤 때에 식신(識神)은 태에 오더라도 아버지가 출행하여 집에 있지 않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둘째는 만약 어떤 때에 부모가 마땅히 한곳에 모이더라도 어머니가 멀리 출행 하여 집에 있지 않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셋째는 부모가 함께 모여 출행하지 않으면 이는 곧 수태(受胎)가 된다.
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만약 부모기 응해 와서 한곳에 모이더라도 아버지의 몸에 중병(重病)이 있으면 어느 때 식신이 오더라도 태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둘째는 만약 어머니의 몸이 중병을 있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셋째는 만약 부모의 몸이 함께 병에 걸렸으면 태를 이루지 못한다.
만약 부모에게 아무런 질환이 없고, 또 식신이 온다고 해도 부모 모두의 상(相)에 아이가 있어야 곧 태를 이룰 수 있게 되느니라.”
또 『유가론(瑜伽論)』에서 말하였다.
“또 이 태장(胎藏)에는 여덟 가지 위치의 차별이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 인가?
이른바 갈라람위(羯羅藍位)ㆍ알부담위(遏部曇位)ㆍ폐시위(閉尸立)ㆍ건남위(鍵南位)ㆍ발라사거위(鉢羅賒佉位)ㆍ발모조위(髮毛爪位)ㆍ근위(根位)ㆍ형위(形位)이다.
만약 이미 맺어져 엉겼으니 전내(前內)가 거친 것을 갈라람이라 말하고,
또는 겉과 속이 다 낙(酪)과 같아 아직 살이 생기지 않은 위치들 알부담이라 말하며,
또 이미 살이 생성되어 매우 부드럽고 연한 모습을 폐시라고 말하고,
이미 단단해지고 두터워져서 점차로 부딪쳐도 감당해낼 만한 것을 건남이라고 말하며,
곧 이 살덩어리가 자꾸만 자라나서 지분(支分)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발라사거라고 말하고,
이로부터 얼마 뒤에 발모(髮毛)와 손ㆍ발톱 따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을 곧 발모조라고 말하며,
이로부터 이후로 눈 따위의 감각기관이 생기가 시작하는 것을 근위라고 말하고,
이로부터 이후로 그 근 등이 의지한 곳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형위라고 말한다.
또 태장(胎藏) 안에서 혹은 전생에 지은 업(業)의 힘 때문에, 혹은 어머니의 고르지 못한 힘에서 생겨나는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그 바람을 수순(隨順)하기 때문에 이 태장으로 하여금 혹은 털이나 혹 빛깔이나, 혹은 가죽, 그리고 그 밖에 지분(支分)이 변하여 다르게 태어나게 된다.
‘털이 변하여 다르게 생겨난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전생에 지은 것을 말미암아 이렇게 악하고 착하지 못한 업을 느끼며,
또한 그 어머니가 회염(灰鹽) 따위의 맛을 많이 익혀 만약 마시거나 먹음으로 말미암아 이 태장으로 하여금 모발이 드물게 나도록 하는 것이다.
‘색깔이 변하여 다르게 난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전생에 지은 업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하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음)……
또 그 어머니가 연기와 뜨거움을 익혀 가까이한 현재의 연(緣)으로 말미암아 저 태장으로 하여금 검은 색깔이 생기게 하며,
또 그 어머니가 지극히 추운 방에서 지내는 것을 익히고 가까이 하여 그 태장으로 하여금 지극히 흰 빛으로 태어나게 하고,
또 그 어머니가 뜨거운 음식을 많이 먹음으로 말미암아 그 태장으로 하여금 매우 붉은 색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가죽이 변하여 다르게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전생에 지은 업으로 말미암아
……(이하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음)……
또 그 어머니가 많이 익힌 음욕(婬欲)의 현재 연(錄)으로 말미암기 때문에 저 태장으로 하여금 흑 백선(白癬)ㆍ옴[疥]ㆍ나병(癩病) 따위의 나쁜 피부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지분이 변하여 다르게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전생에 지은 업으로 말미암아
……(이하는 암에서 말한 것과 같음)……
또 그 어머니가 치닫거나 발돋움 하며 차고 하는 따위의 위의를 많이 익히고 또한 평등하지 못한 현재의 연을 피하지 않기 때문에 저 태장으로 하여금 모든 감각기관과 지분에 결함이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 저 태장이 장차 여자가 될 경우라면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 등을 대고 배를 향하여 머물러 있고,
만약 장차 사내아이가 될 경우라면 어머니의 왼쪽 옆구리에 배를 대고 등을 향하여 머물고 있다.
또 이 태장이 지극히 원만함을 이루었을 때, 그 어머니는 이 무거운 태장(胎藏)을 감당하여 지탱하지 못하고 안에서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큰 고통과 괴로움이 생기게 한다.
또 이 태장은 업보로 생겨난 것으로서 지분(支分)이 생기면 바람이 얼어나 머리는 밑으로 가게하고 발은 위를 향하게 하여 태의(胎衣)에 얽혀 쌓여서 산문(産門)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바로 출산하려는 때이다. 태의가 마침내 찢어지면 두 겨드랑이가 벌어져 산문으로 나올 때를 정생위(正生位)라고 말한다.
때어난 뒤에는 점점 감촉이 생겨나나니, 이른바 안촉(眼觸)에서부터 나아가 의촉(意觸)까지를 말한다.”
게송을 말한다.
업보의 이치는 진실로 실마리가 많아서
태어나는 길도 한 문(門)이 아니구나.
편안함과 위태로움 진실로 자취가 다르니
맑고 탁함이 어찌 그 근원이 같을 수 있으리.
바탕[質]에 떨어져 부질없이 모습을 남기고
향기를 찾아 영혼이 따라간다.
어두운 거리로 떨어져 내라고
밝은 길로 훨훨 날아오른다.
오음이 엉겨 처량하고 또 긴박하며
소리의 위엄이 태 안에 이미 퍼졌네.
몸을 던져 모옥(茅屋)에 감추고
즐거운 생각으로 꽃동산[花園]에 들어간다.
부부[伉儷]의 정 많이 어지러워
탐욕과 성냄에 안주하여 스스로 어두워졌네.
널리 아는 것을 지극한 깨달음이라 말하고
손을 들어 혼자만 존귀하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