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여심(女心)을 훔쳤다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군 부대' 땅 개발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그간 군 부대 관련 용지는 입지와 규제 측면에서 개발사업 오지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거·상업·산업 복합단지, 문화시설 등으로 변신하면서 시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조만간 동춘1구역 조합이 신청한 사업 계획 변경안을 인가할 예정이다. 동춘1구역은 송도국제도시에서 반경 1㎞ 거리에 불과해 걸어서 2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동네다. 봉재산 인근 공군 방공포·미사일 부대를 끼고 있어 고도 제한 등 규제를 받아 개발이 어려웠던 데다 2006년 도시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면서 10년에 이르도록 발이 묶였던 사업장이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처음엔 변두리 땅으로 여겨졌지만 점점 입지 조건이 부각됐고 미사일 기지가 영종도로 이전하는 등 여건이 좋아져 민간이 나섰다"며 "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환지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40만7193㎡ 규모 땅에 745억여 원을 들여 3254가구 집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주택시장으로 렌즈를 좁히면 청약 돌풍을 일으켰던 것이 전주 에코시티다. 부동산 열기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 지난해 말 분양한 '에코시티자이'는 평균 청약 경쟁률 76.48대1을 보이며 전북지역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 날 접수에 들어간 '에코시티 데시앙'도 평균 42.0대1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전주에코시티 휴먼빌'과 'KCC스위첸' 등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에코시티는 군 부대가 이전하면서 빈 송천동 일대 199만여 ㎡ 땅에 전주시가 '친환경 생태도시'를 주제로 주거(1만3161가구)·상업·교육 시설 등을 들인다는 계획하에 개발에 들어간 곳이다. 옛 육군 35사단 용지는 올해, 항공대대 용지는 2019년까지 각각 공사를 마치게 된다.
서울에서도 주거복합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2010년 육군 도하부대가 옮겨 간 자리(12만여 ㎡)에 롯데건설이 민간사업자로 나서 4000가구가 넘는 '롯데캐슬 골드파크' 마을을 만드는 중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외에 복합 상업·문화 공간으로 구성되는 이 단지는 계약을 마감했다. 1차로 분양한 아파트는 올해 1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군 부대 용지가 단순히 '아파트 짓는 땅'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서초~방배동 일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용지' 개발이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들어 서초와 강남을 바로 연결하는 '장재터널(정보사 터널)'이 착공에 들어간 데 이어 일대에 대형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선다.
앞서 국방부가 정보사를 이전하면서 애초에 용지에 아파트를 지어 수익을 내려는 의향을 보였지만 서초구는 공익 차원에서 문화·예술시설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보이면서 협의가 지연돼 터널공사가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구청의 설득 작업을 통해 지난 2월 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정보사 이전 용지 중 3만2200㎡ 이상 땅에 공연장과 문화집회시설, 전시장 등을 들인다는 '서리풀 지구단위계획(정보사 용지) 구역지정·계획'이 확정됐다.
금천구에서도 '공공개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 소유인 시흥대로 인근 공군부대 용지는 지난해 금천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후 국방부가 땅 매각을 검토 중이다. SH공사와 금천구가 나서서 '사이언스파크'(상업·업무·문화시설 복합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주에서도 옛 군 부대 용지를 단계적으로 의료복합산업단지로 만드는 작업이 이어진다. 4대대 용지에는 전문병원과 의료전문연구소 등을 들이고 105연대 터에는 치료·휴양시설과 제약회사 등 의료 관련 사업을 유치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군 부대 이전 등에 따른 유휴지 매각에 적극적이고 지방자치단체도 활용에 나선 상황"이라며 "아파트를 지어 사업자가 수익을 내는 것도 좋지만 공익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4년 초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도 의정부·김포 등 수도권 도심 인근 군 부대 유휴지를 2017년까지 민간에 모두 판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