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7일 토요일, 맑음.
시립공원에서 왼편으로 한 블록 정도 걸어가면 비토리아 광장(Piazza della Vittoria)이 나온다. 제 1차 세계대전 참전 기념비(Monumento ai Caduti)가 있다.
칼라브리아 출신의 조각가 프란체스코 제라체가 1926년에 제작했다고 한다. 기둥 형태의 이 조각상은 고대 의상을 입고 활기찬 자세를 취한 승리의 여신을 묘사하고 있다.
전체가 흰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기념비는 입을 크게 벌린 사자 머리가 얹힌 십자형 받침대 위에 서 있다. 받침대는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상과 양쪽 및 뒷면에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둥을 지탱하고 있다.
기둥에는 네 개의 참나무 화환이 장식되어 있으며, 꼭대기에는 청동 횃불이 있는 대리석 화로가 있다. 막심 고리키의 기념비(Monumento a Maksim Gor'kij)도 있다.
그는 1924년부터 1933년까지 9년 동안 소렌토에 거주하며 카포 디 소렌토에 있는 빌라 "일 소리토"에 살았다.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족과 소수의 러시아 지식인 친구들을 초대하여 조용히 지냈다.
이미 결핵을 앓고 있던 고리키는 건강과 정치적인 이유로 소렌토 반도를 선택했다. 이 시기에 그는 중요한 작품들을 집필하고, 소렌토의 역사로 알려진 네 권의 드로잉 및 연대기 노트를 썼다고 한다.
노란 레몬이 열려있는 나무를 발견하니 반갑다. 좁은 길을 따라 이제 해변으로 내려간다. 절벽에 난 좁은 길은 바다를 보며 내려가는데, 커다란 굴도 지나간다.
재미있게 내려서니 절벽을 기대어 협죽도 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꺾거나 씹지 말아야한다. 꽃말은 위험한 사랑, 방심은 금물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전역에 피어있는 꽃이다. 왼편 해변에는 로마시대의 절벽 유적과 맑은 물이 수영장을 이루고 있다. 절벽의 님파이움 마조레는 소렌토 지역에 로마인들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고고학적 유적지다.
이 건축물은 상당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고대 건축과 전통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오른편 마리나 피콜라 해변으로 간다. 해변에 발을 담가본다. 계속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소렌토 여객 터미널이 나온다. 탁 트인 바다다.
언덕 위로 유명한 그랜드 호텔 엑셀시어 비토리아(Grand Hotel Excelsior Vittoria)가 보인다. 멋진 장소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호텔이다. 1834년에 지어진 이 고급 호텔은 나폴리만이 내려다보이는 녹음이 우거진 정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타소 광장에서 도보 3분, 소렌토 대성당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카프리 섬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는 소렌토 항구의 알리스카포(Aliscafi) 토미널 승선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배가 들어와 손님을 태우고 멀어져 간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잠시 쉰다. 배가 출출하다. 이른 점심을 먹는다. 숙소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먹는다. 분위기가 좋으니 맛도 좋다.
전망대가 있었던 자리를 쳐다본다. 절벽에 난 경사진 길로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돌아가려고 타소 광장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비아 루이지 데 마이오(Via Luigi de Maio)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차들은 잘 달리지만 사람들이 걷기에는 좀 좁고 위험해 보인다.
가파르고 좁은, 깎아지른 절벽 사이길이다. 타소 광장에서 내려다보고 감탄했던 길이다. 인도가 좁아 한 줄로 서서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시끄럽고 덥다. 처음에는 우리만 올라갔는데 한 코너를 돌아서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힘들게 올라서니 성 안토니오 광장(Piazza Sant'Antonino)이 나온다.
원래는 "라르고 델 카스텔로"라고 불렸던 이 광장은 1843년 아라곤 성이 철거된 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역사 지구 가이드 투어 코스에 자주 포함되는 특색 있는 만남의 장소다.
소렌토 중심부에 위치한 이 매력적이고 평화로운 녹지 공간은 11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같은 이름의 대성당 앞에 자리하고 있다.
나무와 벤치 사이로 수호성인인 산 안토니노의 아름다운 동상(Monumento a sant'Antonino Abate)이 중앙에 우뚝 서 있다. 6세기경의 은둔자이자 수도원 원장이란다.
소렌토에 전해오는 성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어부들이 일을 하러 바다에 나간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었다.
수영을 하고, 모래성을 쌓고 뭉그러뜨리며 노는 아이들 곁으로 거대한 물고기가 다가와 무리 중 한 아이를 꿀꺽 삼켰다. 이에 아이들은 떠나갈 듯 고함을 지르며 울었다.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이 소리에 빠르게 노를 저어 모래사장으로 향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그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고, 잡혀간 아이의 어머니는 절박하게 울부짖었다.
이곳 수도원의 대수도원장이었단 산 안토니노가 이를 듣고 해변으로 달려가 기도를 했더니 아이를 삼켰던 거대한 물고기가 나타나 모래사장 위에 아이를 토해 놓고 사라졌다.
아이는 안전했다. 이에 마을 사람 모두 축하를 했고, 그 후로 사람들은 산 안토니노를 향해 헌신을 했다고 한다. 도시의 수호성인인, 그가 행한 많은 기적들과 유적이 보관된 소렌토의 기념비적인 대성당(Basilica of Sant' Antonino)은 11세기에 건립되었다.
성당 입구에는 고래의 갈비뼈가 올려져 있다. 지하 납골당에는 성인의 유해가 있단다. 우뚝 솟은 종탑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타소 광장으로 나오는 길에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작고 귀여운 종들이 가득하다. 금속 종도 보인다. 우리는 다시 Raki 젤라또 전문점을 찾았다.
레몬 젤라또와 무화과 젤라또가 인기 상품이란다. 한 컵씩 받아들고 행복했다. 이탈리아에서 10번째 아이스크림이다. 누군가는 반나절을, 어떤 이는 하루를, 다른 이는 몇 날 며칠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렌토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쳐 지나가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와 절벽 위에 집들과 깎아지른 바위와 바다까지, 하나 또 하나가 모여 완성된 온전한 결과물인 소렌토는 지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임에 틀림없었다.
우리는 기차역에서 나폴리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한가했다. 졸린다. 뜨겁다고 느껴질 때 기차는 폼페이 역에 잠시 서더니 많은 사람을 태우고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