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백일법문] 제5장 열반경 등의 사상
3. 보살영락본업경
중도의 근본내용이 쌍차(雙遮)와 쌍조(雙照) 임을 자주 주장하게 되는데 대승경전 중에서 그 쌍차와 쌍조의 개념을 구사하여 중도를 설명하는 경전으로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쌍차 쌍조라는 개념외에도 이제관(二諦觀), 평등관(平等觀)·중도제일의제관(中道第一義諦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세 가지 관법(三觀)을 설하여 일체 수행상의 경지를 망라하였는데, 이 삼관은 바로 중도 사상을 잘 대변한 것입니다.
이 경전은 일찍이 중국에서 제작된 경전이라는 시비도 없지 않지만 천태종의 교리 성립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경입니다.
세 가지 관법이란, 가(假)에서 공(空)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제관(二諦觀)이라 하고, 공에서 가로 들어가는 것을 평등관(平等觀)이라 하니 이 두 가지 관법은 방편도이다.
이 두 공관으로 인하여 중도제일의제관을 얻어 이제를 쌍조하여 마음 마음이 적멸하니라.
일체중생과 내지 무구지가, 다 정토가 아니니 과보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라.
오직 부처님만이 중도제일법성의 정토에 머무느니라.
三觀者는 從假入空을 名二諦觀이요 從空入假를 名平等觀이니 是二觀은 方便道니라. 因是二空觀하여 得入中道第一義諦觀하고 雙照二諦하여 心心寂滅하니라. .....一切衆生과 乃至無垢地가 盡非淨土니 住果報故라 唯佛이 居中道第一法性之土니라.
[大正藏, p. 1014 중, 1016 상]
'가에서 공으로 들어가는 것[從假入空]'에서 가(假)라 함은 거짓으로 있다고 하는 쪽[有邊]에서 하는 말이며 이 있다는 일체가 공하다고 보는 것을 이제관이라 합니다. '공에서 가로 들어가는 것[從空入假]'는 위의 종가입공(綜假入空)과는 반대로 일체가 없다는 쪽[空邊]에서 하는 말이며 공에서 거짓있는 데로 들어가는 것을 평등관이라 합니다.
이제관이라 한 것은 가(假)에서 공(空)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제를 근본으로 하기 때문이며, 평등관이라고 한 것은 공에서 가로 들어가는 것은 이제의 차별을 말하지 않고 공이 근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관법인 이제관과 평등관은 방편도(方便道)인데 이것을 인하여 중도제일의제관(中道第儀//觀)에 들어갑니다. 바로 여기에서 이제를 쌍으로 비추는 것[雙照二諦]이 되어 쌍차쌍조(雙遮雙照)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완전한 쌍차는 자연히 쌍조가 되는데 쌍차에 집착하면 완전한 쌍차가 되지 못하는 동시에 또한 완전한 쌍조가 되지 못합니다. 이 병폐를 지적하여 방편도라 한 것입니다. 누구든지 완전한 쌍차를 이루고 또 쌍조가 되면 그것이 곧 이제관 안의 중도인 중도이제관(中道二諦觀)이며 쌍조이제(雙照二諦)로서 마음 마음이 적멸(心心寂滅0하게 됩니다.
그러나 쌍조이제라 하여 마치 주먹이 하나 둘 솟듯이 솟아 있는 줄 알면 큰일 납니다. 실지(實地)에서는 적(寂)하면서 쌍조하고 조(照)하면서 쌍적해서 쌍조쌍적(雙照雙寂)이 됩니다. 그 의미는 항상 적적한 가운데 광명이 있고 광명이 있는 가운데 적적하다는 뜻입니다. 쌍조이제가 심심적멸이고 심심적멸이 쌍조이제로서 차(遮)와 조(照)가 동시입니다.
이 적멸가운데 항상 쌍조하는 광명이 비치고 쌍조하는 가운데 마음마음이 적멸하다는 것입니다. 임제스님이 하신 말씀에도 이와 동일한 내용의 법문이 있습니다. 먼저 심청정(心淸淨)이라 하여 마음이 청정해서 일체가 닦늫어진 것을 부처[佛]라 하고, 또 심광명(心光明)이라 하여 일체 광명이 시방세계, 법계를 다 비추는 것을 법(法)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청정하고 밝아 거리낌 없는 것[淨光無碍]을 승(僧)이라 하였는데 그 의미는 광명과 청정이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청정한 가운데 광명이 있고 광명이 있는 가운데 적적하다는 것으로 이것도 역시 차와 조가 동시임은 물론입니다.
이와같이 이제를 쌍조하여 중도 제일의관에 들어가게 되면 마음이 적멸하고 마음이 적멸하면서 이제를 쌍조하게 됩니다. 이 경계는 중생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으로 오직 투철하게 깨쳐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일체중생과 내지 무구지가 다 정토가 아니다'라고 설하였는데 이 중에서 무구지란 보살의 수행도인 십지(十地)를 가르킵니다. 십지는 물론이고 설사 등각(等覺)이라도 이것은 실지의 정토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십지와 등각도 제8아뢰야(第八阿賴耶)식(識)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성을 깨치고 중도를 깨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생멸이 없는 것 같지마는 부처님이 볼 때에는 아뢰야식의 생멸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한 분만이 중도제일법성(中道第一法性)의 땅, 즉 정토에 머무른다는 말이 되는데, 그러면 이것은 석가의 특권이 아닌가 이렇게도 생각할지 모르나 결코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구든지 중도만 바로 깨치면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부처입니다. 그러므로 석가 한 분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고, 중도를 바로 깨치면 누구든지 법성정토에 들어갈 수 있으며 그전에는 십지·등각이라도 절대로 정토에 온전히 들어갈 수 없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