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공부에 훌륭한 도반이 필요하다”
<53> 부추밀에게 보낸 대혜선사의 답장 ③-3
[본문] 이참정(李叅政)이 지난날 남전(泉南)땅에 있으면서 나와 처음 보았을 때 산승이 묵조사선(照邪禪)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을 힘써 배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도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해서 의심과 분노가 상반이었는데 산승의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화두에 대한 게송을 문득 듣고는 홀연히 칠통을 타파하여 한번 웃는 가운데서 백 천 가지를 깨달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비로소 산승이 입을 열면 마음까지 환하게 보았으며 추호만한 속임도 없었습니다. 또한 인상 아상도 서로 다투지 아니하고 곧 산승을 대하여 참회하였습니다. 이 사람이 현재 그곳에 있으니 시험 삼아 그것이 사실인지를 물어보시기를 청합니다.
서로 경책하고 격려해야 공부 성공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
[강설] 옛 말에 “나를 낳은 자는 부모요, 나를 키운 자는 붕우다”라고 하였다. 참선공부를 하는데도 역시 훌륭한 도반이 있어서 서로 서로 경책하며 격려를 해줘야 공부가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라는 말도 있다.
마침 부추밀은 선각자인 이참정이라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 대혜선사는 이참정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그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인가를 확인도 하고 공부의 바른 길을 안내받기를 권고하였다.
대혜선사는 평소에 묵조사선(照邪禪)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기 때문에 철저히 배척하고 거세게 비난하였다. 이참정도 그런 비난을 듣고는 의심하고 분노하였다. 뒷날 대혜선사의 게송 하나를 듣고는 활연히 깨달아 대혜선사를 철저하게 믿게 되었다.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를 오늘 거듭 새롭게 들어보니 조주의 관문(趙州關)을 타파하고 특별히 현묘한 말씀을 찾았노라. 대중들에게 묻노라. 이미 조주의 관문을 타파하였다면 무엇 때문에 특별히 현묘한 말씀을 찾는가?”
잠깐 있다가 다시 말씀하였다. “처음에는 다만 띠 풀이 길고 짧은 것이 있는가를 의심하였는데 다 태우고 나니 땅이 본래 평탄하지 않은 것을 비로소 알았노라(庭前栢樹子 今日重新擧 破打趙州關 特地尋玄話 敢問大衆 旣是打破趙州關 爲甚?特地尋玄話 良久云 當初只疑茅長短 燒了方知地不平).”
또 “정전백수자화(庭前柏樹子話)”란 어떤 승려가 조주(趙州)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선사가 말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그 승려가 다시 말하였다. “화상께서는 경계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이지 마십시오”라고 하니, 조주선사가 말씀하였다.
“나는 경계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인 것이 아니다”라고 하니, 그 승려가 다시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 선사가 말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한 것이다.
[본문] 도겸상좌(道謙上座)가 이미 복당(福唐)이라는 곳에 갔습니다. 알 수는 없으나 그곳에 이미 이르렀는지요? 이 사람이 오랫동안 고생고생 하면서 참선을 했습니다. 그도 또한 일찍이 10여 년을 물기 없는 바짝 마른 참선(照禪)에 들어가 있었는데 근년에 비로소 안락한 곳을 얻었습니다.
서로 보게 되거든 그 사람에게 시험삼아서 어떻게 공부하는가를 물어보십시오. 그는 일찍이 나그네 노릇을 하였기 때문에 나그네를 무척 어여삐 여깁니다. 아마도 반드시 지극정성으로 털어놓을 것입니다.
[강설] 대혜선사의 제자로 도겸이라는 상좌가 있었다. 당대 제일가는 선지식의 안목에 버금가는 견문과 식견과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제자다. 그는 가끔 대혜선사를 대신하여 멀리 다른 지방을 다니면서 편지도 전달하면서 대혜선사의 간화선법을 가르쳤던 분이다.
부추밀에게 그 제자를 보낸 것이다. 당시에는 묵조선이 천하를 휩쓸었기 때문에 도겸 상좌도 한때는 묵조선에 빠져있었던 사람이다. 묵조선에 빠져있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추밀을 가르치기에는 아주 적합한 사람이다. 그 사람을 만나거든 어떻게 공부하는 가를 물어서 바른 길을 가도록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출처 : 불교신문 2012.11.24]
☞'무비스님의 서장 강설' 목차 바로가기☜
첫댓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