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무반에 일제(日製) 칼라 TV가 새로 들어왔다.
당시 밀수품을 압류하여 각 부대에 나누어 주었는데 운좋게도 우리 내무반이 당첨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TV는 북한 방송도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보기를 두려워 했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런데 어느날(일요일로 기억된다) 중대장이 들어와 북한방송을 틀란다.
자신이 책임을 질테니 걱정말라고 이야기까지 하면서,,,,,
마침 나오는 방송이 우리나라의 "전원일기"같이 농촌의 이야기였다.
배경으로 나오는 농촌풍경은 마치 우리나라의 50년대 풍경을 옮겨놓은 둣했다.
초가마당에 닭이 몇마리 한가하게 모이를 먹고 있고,
할머니가 도회지에서 방학을 이용해 내려 온 손자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장면이다.
"우리 북조선에서는 닭마저도 저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단다."
"남조선에서는 닭마져도 좁은 우리에 갇혀 산단다."
"그러니 우리 북조선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알아야 한다"
"이게 모두 우리 수령님의 은덕이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아이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있었다.
방송이 끝나자 TV를 끄고 중대장의 일장 훈시가 있었다.
"백마디, 천마디의 반공교육보다 이 한편의 단막극이 반공교육에 더 보람있겠다."
"이것을 보고도 북한이 더 좋다는 사람이 있겠는가."
꼭 중대장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모두 어이가 없다는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다음에는 북한 방송보다는 우리 방송이 더 재미있어 저절로 북한 TV는 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