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영화를 보고
- 김기덕 감독의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
묵직한 철문이 열리면
반대편 벽에 어머니 초상화가 단도에 찍혀있다.
인간의 감정이 빠져버린 껍질만 사람인 살쾡이
나갈 때나 들어올 때마다 초상화에 던진 단도가
어머니 심장에 꽂힌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쇳조각을 깎아 부품을 만들어 내는
선반공장에서
쇠 깎이는 날카로운 굉음들이
뇌의 심장을 잔인하게 찍어대는 공장지대
하류인생들이 삶의 밑바닥으로 나뒹군다.
그곳에
씨앗 하나 싹이 터
나름의 생존비법으로 30년을 버틴
이승사자 살쾡이가 고리대금업으로 군림한다.
삼백을 빌려주고 삼천을 받는.
갚지 못하면 장기 하나를 내 주어야 한다.
아내가 보는 앞에서
선반에 손을 자르고 보험금으로 삼천을 받아간다.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3층에서 밀어뜨려 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보험금으로 삼천을 받아간다.
그렇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살쾡이에게 복수의 비수를 품고 접근한다.
“내가 니 엄마다. 30년 전에 버리고 간, 미안하다.”
“˟˟년아, 니가 어떻게 내 엄마야? 꺼져.”
그렇지만 엄마라는 미련을 아직 간직한 살쾡이
그는 엉덩이 살점을 떼어내
“니가 내 엄마라면 니가 준 살점 먹어 봐.”
그녀는 질겅질겅 살점을 씹어 먹는다.
“니가 나를 낳았다면 내가 다시 들어가 볼게”
성폭행이 이루어지지만 참아내는 모정
그리하여 살쾡이에게 엄마로 인정을 받는다.
살쾡이는 엄마가 생기자 인간의 감정을 되찾는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곁에 없으면
한시도 못사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지는 평범한 아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난 날 장기를 빼앗겼던 집들을 돌며
참회를 한다. 처음으로 가정이란 보금자리를 느끼면서.
때를 기다렸던 복수의 그림자
그녀는 집을 나간다.
불안에 떨며 엄마를 찾아 나선 살쾡이
보험자들 집을 뒤지며 미쳐갈 때
그녀는 연기를 한다.
핸드폰을 열어놓고
괴한에 잡혀 맞아 죽어가는 비명소리,
쇠망치로 내리치는 소리.
콘크리트 바닥에 나뒹구는 비명소리,
고층 빌딩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살쾡이 핸드폰에서 울린다.
살쾡이의 엄마를 찾으려는 미친 듯한 몸부림
그렇게 둘은 숨바꼭질을 하다가
어느 날 그녀가 집에 들어온다.
그날이 아들 생일이라고,
케이크 심부름을 보내고 또 사라진다.
점점 살기를 뿜어내는 살쾡이의 몸부림
그녀가 어느 날
소나무 한그루를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 폐허 된 아파트 앞 강가에 심는다.
“나 죽으면 화장하여 이 소나무 밑에 뿌려다오”
또 사라진다. 며칠 후
핸드폰으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미친 듯 강가로 뛰어가는 살쾡이
그가 보는 앞에서 고층아파트로 올라가
뛰어내린 그녀
살쾡이는 울부짖으며 소나무를 파헤치자
그가 죽인 그녀의 아들이 땅에 묻혀있다.
그녀는 아들의 복수를 그렇게 했다.
구덩이에 그녀, 그녀의 아들, 그 곁에 누워보는 살쾡이
살쾡이는 일어나 소나무를 다시 심는다.
그리고 물을 준다.
그리고 그로 인해 파괴 된
한 가정의 화물차에 몸을 매고 최후를 맞는다.
인연의 핏빛 중에서 모자관계만큼 짙은 핏빛은 없다.
삼천갑자가 수 없이 굴러도
母子의 인연은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생명의 기원이요 인류의 영원함이다.
예술은
그 짙은 핏빛의 얽히고설킴을 각각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심판을 받는다.
영화 「피에타」도 그들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