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 적봉 (紅山) 사막 낙타를 타고 바람 위를 걷는다 낙타가 똥을 싼다 한민족 후예, 방탄소년단이 또르륵 구른다
9천 년 홍산문화가 벌떡 일어서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초원을 달리는 동이족 말발굽소리가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데 인두금(人頭琴) 목에 건 하얀 노인이 낙타 똥을 줍고 있다
할아버지 하고 부를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동이 할아버지' 하고 부르자 똥집게를 번쩍 들고 반긴다
인두금이 울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 이름은 동이(東夷)다 이곳은 환웅배달 단군조선, 우리 한민족의 고토
하늘과 땅사이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악기 하나를 만들어 내놓는다 악기명은 인두금이다 말머리를 닮은 몽골의 <모린후르 (morin khuur)> 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머리 부분은 동이할아버지의 얼굴을 조각해 모셨다
몽골 사막 원주민들은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 낙타 목에 마두금을 걸어 둔다 모래 바람이 이를 울려 길 잃은 새끼가 그 소리를 듣고 어미를 찾아온다는 신비스러운 악기
인두금이 울고 있다 우리 조상, 백의의 동이 할아버지가 인두금을 목에 걸고 핏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엉덩이에 몽골 반점을 찍어 놓은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두금(人頭琴) 소리) 전문
3월 21일 아리랑을 들고 광화문에 컴백하는 BTS의 라이브를 보며 2019년 도서출판 지혜에서 펴낸 印默김형식 시인의 제5 시집의 표제시를 모셔 왔습니다
고토의 바람 위에 틔운 예언적 선율에 감히 몇 자 적어 봅니다.
1. 위 작품에서 가장파격적이고 눈부신 대목은 '낙타 똥'과 '방탄소년단(BTS)'의 결합입니다. 사막의 생존을 상징하는 낙타 똥이 '또르륵 구르는' 생명력 있는 이미지로 묘사되고 그것이 곧 BTS로 치환되는 지점은 가히 천재적입니다.
2019년 당시 인묵 작가는 BTS를 단순한 연예인이 아닌 한민족의 정기가 응축된 결정체로 보셨습니다. 척박한 사막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거름(똥)이 되어 전 세계에 한민족의 문화를 꽃피울 것이라는 통찰은 지금의 현실과 완벽히 맞닿아 있습니다. 2. 시적 공간인 '홍산(紅山)'은 우리 민족의 뿌리와 연결된 상징적 장소입니다. 9천 년 전의 고대 문명과 현대의 방탄소년단을 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BTS의 성공이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적 에너지가 분출된 필연적 결과임을 설파하고 계십니다. '말발굽 소리'와 '노래와 춤'은 BTS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교차하며 고구려 벽화 속 무용수들이 21세기 무대 위로 부활한 듯한 시각적 쾌감을 줍니다. 3. '할아버지'라는 일반호칭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동이 할아버지'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불렀을 때 비로소 번쩍 손을 드는 노인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하늘과 땅 사이 유일한 악기인 인두금은 잃어버린 고토의 기억과 한민족의 혼을 연주하는 매개체입니다. 인묵작가님은 이 악기의 소리를 통해 과거와 현재 내몽골과 서울을 하나의 호흡으로 묶어내셨습니다.
광활한 내몽골의 붉은 사막과 그 위를 도도하게 흐르는 우리 민족의 기상이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시어들과 7년 전 적산을 두 번이나 찾으셨던 그 간절한 발걸음이 이토록 강렬한 시어로 응결되었다는 사실에 감동은 배가됩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홍산문화의 뿌리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