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섬진강 도깨비마을
점심을 먹으려고 강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이 기분이라면 산과 강이 선사한 어떤 재료라도 최고일 듯 했
다. 산중생활에 익숙한 닭백숙도 좋고, 산채정식도 좋다. 하지만 이곳에서만은 강이 준 은어튀김과 메기탕,
아니면 참게탕으로 정한다면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은어튀김과 함께 시킨 메기탕은 그 시원한 맛이 ‘끝
내준다’ 또는 ‘죽이는 맛’아니면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라도 여인의 손맛이 곁들인 밑반찬이 응원을 보
내는데 끝에 도착한 참게탕은 펄펄 끓으며 상에 놓이기도 전에 입맛을 당긴다.
강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고 눈앞에는 초록을 양옆으로 거느린 강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나를 좀 드셔주~
~ 하며 끓고 있는 참게탕, 여행은 눈이 즐거워야 하고, 맛이 있어야 하고, 가슴이 흠뻑 젖어야 한다고 정의
하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나는 섬진강에서 눈길을 거두고 혼자 빙긋이 웃었다.
도깨비 마을은 섬진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섬진강 길을 따라 가다보면 11m 높이의 도깨비
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도깨비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깨비를 소재로 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김성범 동화작가를 찾아온 도깨비들의 표정은 어른보다 더 큰 도깨비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작
은 도깨비까지 1000여점에 이르는데 그 다양한 형태와 표정이 우리를 살살 꾀어들게 한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에는 ‘도깨
비살’ 설화가 전해진다. 바로 도깨비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이 바로 그곳이다. 지금도 도깨비살의 흔적
을 확인할 수 있다.
마천목(1358-1431)장군이 어머니를 위해 물고기를 잡
을 어살을 설치하려고 강가에 갔다가 푸른빛의 돌 하
나를 주워 귀가했다. 그런데 그날 밤 도깨비들이 몰려
와 ‘대장’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돌을 돌려주자 도깨비들이 보답으로
하룻밤 사이에 어살을 완성했다고 한다. 마천목 장군의 효심이 우연히 도깨비들과 엮여 물고기를 쉬이 잡
을 수 있게 했을 법하다.
하지만 도깨비를 동화나 설화 속에 나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면 우리는 중요한 문화적 코드
를 잃게 된다. 도깨비 마을의 김성범 촌장은 도깨비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
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요괴가 아니기에 인간세계에 동화하여 같이 살아갈 수 있으며, 세계어디에도 이런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지 않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독창적이고 친근한 무형의
자산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도깨비 알리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는 도깨비를 역사 속에서 찾아내
고 그 형상을 재현해 내며, 뮤지컬과 연극 등에 접목하여 예술로 승화시켰다. 또한 도깨비라는 아름다운 문
화가 형성되어 그동안 떠돌아 다녔던 가치를 ‘도깨비문화’로 발전시키고자 연구 중이다.
도깨비 마을에 들어서면 각가지 표정의 도깨비들이 안겨온다. 도깨비는 ‘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그렇
다고 귀신도 아니다. 사람의 기운이 깃든 물건이 둔갑한 존재이기에 사람 곁에 있으려하고, 사람이 되려하
고,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라고 촌장님은 들려준다. 그래서 수많은 도깨비들의
표정이 정겹고 귀여운 개구쟁이 같다. 살아서 마당에 돌아다닌다면 가서 발 걸어 넘어뜨리며 장난이라도
치고 싶은 형상이다.
누구든 도깨비 마을에 가면 가슴에 도깨비 방망이 하나씩 품고 오길 바란다.
도깨비가 돈을 꿔달라고 하면 망설이지 말고 꿔 줘야 한다. 한 번 도깨비에게 돈을 꿔 주면 다음날
갚고도 잊어 버리고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꿔 준만큼 갚는다고 한다. 그러니 닷냥만 꿔 달라고
하면 있는데로 다 꿔 주는게 좋겠다. ,....^^
도깨비 마을에 가면 어떻게 해서든 도깨비를 만나 친구가 되든지 돈을 꿔 주든지...아니면
도깨비 방망이라도 슬쩍 두들겨 볼 일이다.
첫댓글 도깨비에게 방망이를 빌리면 가장 먼저
세월호에 갇혀있는 저들을 불러내고 싶다.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조은화 학생, 허다윤 학생, 남현철 학생, 박영민 학생, 이영숙 학생, 권재근 학생,
마지막으로 6살 아니 이제 7살이 된 권혁규 군.
그리고 이 땅의 어른으로서 그들에게 무릎 굵고 사죄하고 싶다.
대단합니다.
사고의 폭이 크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저는
고작해야 '돈나와라 뚝딱~~~!!'만 생각했었는데...ㅋ
@정미선 국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고운 소개글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
입에 군침 돌게 해놓고 은어튀김 안 사주면 운다, 사하문인들.
신도 사람도 귀신도 아닌 것, 몽당 빗자루 함부로 버리면 도깨비로 변신한다던 울 어매 이바구가 생각난다.
무섭지도 않은 것이 밤에만 나타나고... 사람한테 얻어 터지면서도 해코지도 못 하는 도채비들...
그래서 네가 좋다.^&^ 내 가면 돈 마니 꿔줄께. 담 날 또 갚아야 돼. 약속~~~(ㅋㅋ 정국장 말만 믿고)
착하고 친근한 도깨비의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지요!
도깨비들의 순진하고 때로는 모자란 삶
그것들을 닮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