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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애플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처음 공개된 ‘iOS 8’은 베타테스트를 거쳐 새로운 아이폰 출시와 함께 9월17일 정식으로 선보였다. 디자인만 놓고보면 iOS 8은 ‘iOS 7’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iOS 7에서 대대적인 탈바꿈을 거쳤다. 기존 디자인을 싹 갈아엎고 플랫 디자인을 써 모바일 기기의 좁은 화면 공간을 더 널찍하게 쓰고 콘텐츠는 부각되게 했다. iOS 8은 이 디자인을 기반으로 약간의 배열을 다시 했을 뿐, 디자인 자체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화면만 놓고보면 둘은 거의 구분이 안 된다. 디자인적인 변화는 화면 위에서 끌어내리는 알림센터나, 화면 아래에서 끌어올리는 제어센터 등이 반투명 소재로 바뀌었다는 정도일 뿐, 디자인의 근본적인 밑그림은 iOS 7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기능적인 변화, 그리고 정책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사실상 iOS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는 샌드박스를 넘어 특정 앱에 직접 접근하고, 알림센터는 모든 앱에 개방된다. 멀티태스킹도 유연해졌다. 애플이 늘 추구하던 기기들 사이의 운영체제 통합은 결국 기기에서 얻는 경험들을 기기에 관계없이 연결짓는 방향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이런 기능들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더 단단하게 짜여졌고, 앱스토어는 유연해져 더 많은 앱들을 쓸 수 있게 유도한다. 애플의 모든 서비스는 점점 더 아이클라우드로 묶인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소록을 동기화하고 e메일을 저장하는 정도였는데, 점점 새로운 기기와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문서를 보관하고 앱 설정, 데이터 등을 동기화하는 역할로 확장됐다. 하지만 탐색기를 통한 파일 관리는 안 됐다. 애플은 iOS 8과 함께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를 내놓았다. 기존 앱 단위 저장 방식에서 이제 탐색기처럼 트리 단위의 파일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 아이클라우드 요금도 내렸다. 애플은 이 아이클라우드를 더 강화하기 위한 정책 변화도 내세웠다. 앱 구입 내역을 다른 아이디와 공유할 수 있는 ‘가족 공유’ 모드를 마련했다. iOS 8을 처음 설치하자마자 묻는 것도 바로 이 항목이다. 애플은 기존 iOS 이용자들이 구입한 유료 앱이나 콘텐츠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쓰기 위해 아이디를 빌려주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iOS 기기를 개인적인 기기로 만들려면 결국 각 기기마다 고유의 아이디를 써야 하고, 그게 섞이면 안 된다. 대신 아예 아이디를 공유할 만큼 가까운 가족이라면 구매 내역을 넘겨줄 수 있게 했다. 가족끼리는 결제 권한도 갖게 됐다. 신용카드가 없는 아이들은 앱 구매가 어렵기 때문에 부모의 계정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 아이디를 구성하면 아이들이 필요한 앱을 구입할 때 부모에게 조르고 구매 결정은 부모가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올해 운영체제의 중요한 주제로 기기간 연결을 꺼내 놨다. ‘연속성’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맥과 iOS 기기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각 기기는 아이클라우드로 묶인다. 아이클라우드가 로그인된 기기는 모두 ‘내 것’으로 인식해 데이터 뿐 아니라 통신 수단들까지 동기화된다. 가장 눈에 띄는 연결성은 전화 통화다. 아이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근처에 있는 맥과 아이패드로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맥과 아이패드에서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아이폰을 충전기에 꽂아놓은 채 애초 전화통화 기능이 없는 기기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다. 이는 문자메시지도 그대로 연결된다. 아이폰에서 쓰던 e메일을 맥에 이어받아서 쓰거나, 맥에서 보던 웹페이지를 아이패드에서 보는 ‘핸드오프’ 기능도 연속성 관점에서 적용됐다. 이 연속성을 쓰려면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모두 iOS 8이 깔려 있어야 하고, 동일한 아이클라우드 계정으로 묶여야 한다. 맥은 블루투스4.0LE 기능이 있는 2011년 이후의 맥에 OS X 10.10 요세미티가 깔려 있어야 한다. 2014년 9월 말 현재까지는 iOS만 8.0으로 업데이트됐고, OS X 요세미티는 베타테스트 중이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아직 iOS 기기들끼리도 문자메시지 연동 기능을 막아놓았다. 2014년 10월 말 OS X 요세미티의 발표와 함께 모든 기능이 풀리게 된다. 안드로이드와 iOS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앱간 연결이었다. 안드로이드는 앱 사이에 콘텐츠를 비교적 자유롭게 연결해서 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여러가지 편집 앱으로 넘나들면서 효과를 입히고 SNS로 보내는 식이다. iOS도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진첩과 일부 문서 파일 등은 제한적이지만 앱을 넘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그것과는 명확하게 구분될 만큼 iOS의 앱들은 갇혀 있었다. 이는 애플의 ‘샌드박스’ 정책 때문이다. 샌드박스는 앱이 주어진 앱 환경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 다른 앱에 접근하거나 그 앱에서 정보를 빼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이 방법은 iOS뿐 아니라 그간 애플이 만든 기기들의 특징이기도 했다. iOS 8에서는 그 벽을 조금 낮췄다. 샌드박스는 그대로 두되, 그 앞에 앱끼리 정해진 콘텐츠만 주고 받을 수 있는 안전한 별도의 영역을 만들고 API로 앱끼리 통신할 수 있게 했다. 앱 개발에 다양한 API로 확장성이 더해지면서 겪는 변화는 또 있다. 사진과 영상을 여러 앱으로 오가면서 쓰거나 페이스북과 트위터 외에 핀터레스트, 포켓, 비메오 등으로 곧장 업로드할 수 있게 됐다. 알림센터가 개방되면서 ‘야후 날씨’, ‘데이원’, ‘에버노트’, ‘클리어’ 등의 앱도 알림 메시지를 띄운다. 키보드가 열려 ‘스위프트키’, ‘스와이프’ 등 서드파티 키보드를 쓰고, 지문을 읽는 ‘터치아이디’의 API가 개방돼 ‘원패스워드’ 같은 앱으로 웹사이트나 신용카드 정보 등을 기록했다가 지문으로 입력을 대신하는 것도 된다. 최근 연락 목록홈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멀티태스킹 화면으로 전환되는데 그 위 공간에 최근 전화나 메시지, e메일을 주고받은 목록이 뜬다. 목록을 터치하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페이스타임 전화를 걸 수 있다. 다만 이 항목에는 개방성 메뉴가 더해지지 않아 카카오톡이나 다른 앱이 뜨진 않는다. 사진사진은 스마트폰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iOS 8의 사진 앱은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정해서 찍을 수 있는 기능들이 더해졌다. 촬영 화면에서 초점을 맞출 곳을 터치하고 위 아래로 밀면 밝기가 조정된다. 또한 사진첩에서 사진을 고르고 ‘편집’ 버튼을 누르면 밝기, 톤을 비롯해 필터도 적용할 수 있다. 필터는 촬영 중에 쓰지 않아도 이후에 적용할 수 있다. 촬영 모드에서는 시간을 압축해서 촬영해주는 ‘타임랩스’도 더해졌다. 아이폰6에서는 1초에 240프레임으로 찍는 슬로우모션 모드도 있다. iOS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은 ‘메시지’다. iOS 8에서는 메시지 앱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메시지 입력창 오른쪽에는 음성입력 버튼이 생겼는데 이를 길게 누르고 있으면 음성메시지가 녹음된다. 버튼을 누른 채 손을 위로 올리면 바로 메시지가 전송되고, 왼쪽으로 밀면 취소된다. 대화창에서 ‘세부사항’ 버튼을 누르면 대화방 이름을 정할 수 있고, 대화에 참여한 사람의 목록도 보인다. 해외에서는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법 문제로 삭제됐다. 시리음성 비서인 시리는 명령어나 질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어절 단위로 끊어서 전송한다. 이 때문에 분석 속도가 빨라져 명령이 끝나면 즉시 말을 알아듣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받아쓰기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음악이 흘러나올 때 시리에게 “지금 이 노래 뭐야?”라고 물으면 음악의 제목과 가수를 알려준다. 앱으로도 구현되던 것인데 시리에 포함됐다. 앱스토어 묶음 판매시리즈로 나오는 게임이나 한 개발사에서 나온 비슷한 주제의 앱들을 하나로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코너가 생겼다. 보통 20~30%정도 저렴하고, 묶음 앱 중 기존에 구입했던 앱이 있다면 그만큼 추가로 할인해서 구입할 수 있다. 발행2014.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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