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기
딸이 세르비아에서 1년전부터 3년일정으로 미술과목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집에서 사모예드(이름 : 곰탱이)를 키우는데 딸이 개를 데려오라고 해서 와이프와 이번여름에 개를 데려다 주기로 했다.
개를 데려다 주는 김에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관광을 하기로 했는데 아는 지인이 돌로미티 트레킹(혜초여행사에서 주관하는 9일일정 상품)을 한다고 해서 내친김에 돌로미테까지 가보기로 했다.
돌로미테는 처음이고 정보도 없는데 다른 트레치메 트레킹을 한다고 해서 나도 가족이랑 트레치메로 갔다. 트레치메 트레킹은 3봉을 한바퀴 도는 것인데 약 5KM정도이고, 5시간 가량 걸리는 비교적 쉬운 코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데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잠시 해봤다.
돌로미테에서 연세대 산악부가 산행을 하고 있었고, 우연히 대학동기인 김정규를 만났다. 김정규는 또다른 여자동기 윤희숙이 등반을 열심히 하고 있고 나하고도 등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장비를 안 가져와서 정규에게 벨트, 암벽화, 헬맷등을 빌렸다. 암벽화는 초보용인데 앞 굽이 너무 연해서 슬리퍼 느낌이 났다. 이걸로 등반이 되나 걱정이 되었다.
나는 카톡으로 윤희숙과 인사를 하고 윤희숙이 희망하는 아무코스나 가자고 했고, 희숙은 cima ovest-north face-cassin루트를 가자고 했다. 위 코스는 트레치메 3봉중 맨 오른쪽 봉우리이다.
2. 등반
우리가 등반할 코스는 450m벽 전체 22피치이고,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트레바스를 하고 이후 정상까지 가는 코스이다.
아침4시에 돌로미테야영장에서 일어나서 차를 몰고 트레치메 입구에 있는 연세대 캠프로 가서 희숙을 태우고 트레치메 주차장까지 갔다.
차를 주차(주차비는 15시간 60유로(9만원))하고 봉우리를 향해 걸었다. 아침 기온이 10도인데 너무 추웠다. 옷도 반팔에 얇은 바람막이만 있어 보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국은 뜨거워 죽는다는데 여기서는 추워 죽겠다. 온종일 구름이 끼고 바람도 불어 계속 추위를 느꼈다.
벽 밑에 도착하니 7시가 되었다. 10분정도 쉬고 내가 먼저 등반을 시작했다. 석회암돌이라 흔들리는 돌이 많고 볼트같은 확보물도 없어 좀 걱정스럽기는 했다. 내가 신은 암벽화는 우려한대로 신발이 너무 부드러워서 엄지발가락으로 작은 홀드를 밟으면 구부러져서 인사이드로만 홀드를 밟을 수 있엇다. 이에 거의 손으로만 등반을 하니 좀 힘들었다.
어찌어찌 1피치에 도착하니 아래에 두명의 등반가가 더 올라오고 있다. 알고보니 오스트리아 얘들이라고 한다. 여길 여러번 와봤는지 아는 것이 많다. 3피치까지는 같이 가다 오스트리아 얘들은 직진을 하고 우리는 왼쪽으로 트래버스를 하며 헤어졌다.
나와 희숙은 교대로 선등을 하며 진행을 하였다. 트레버스 구간은 5피치정도인데 길이가 250m라고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나온다. 난이도는 11c 정도인데 중간중간 볼트도 있고, 슬링도 있었고, 신발이 부실해서 자유등반은 할 수 없어, 모든 인공물을 잡고 다녔다.
트레버스를 마치니 경사가 약간 죽어서 등반이 좀 수월해졌다. 이때부터 앵커에 상관없이 60m자일이 가는데 까지 등반하고, 앵커는 고정 하켄과 캠을 이용하여 설치하였다. 빠른 속도로 정상에 가니 5시다. 10시간을 등반한 셈이다.
3. 하강
내가 이 등반기를 쓰는 이유는 하산 때문이다. 어디에도 하산에 대한 정보가 없고, 오스트리아 얘들은 독일어로 쓴 정보가 있었는데 이거도 잘 맞지 않았다.
우선 해가 9시쯤에 완전히 져서 4시간안에 출발지점까지 가야 했다. 오스트리아 얘들 말로는 걸어서 밑에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근데 우리는 봉우리정상에 있는데 걸어갈 수 있다니 약간 신기하긴 했다.
우리는 정상에서 30분 정도 쉰 후에 반시계방향으로 걸어가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50m쯤 가니 하강볼트가 있고, 길은 더 이상 없었다. “어! 하강을 해야 하나. 걸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일단 자일 1개만 사용해서 20미터쯤 하강하니 다시 걸어갈 수 있었다. 걷다 하강하를 4번쯤 반복한 것 같다. 걸어가는 길도 아래 사진처럼 좋지는 않고 부서지는 돌을 조심히 내려가야 했다.
너덜지대 50m정도 까지 갔는데 더 이상 길이 없고, 볼트도 안보인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래에 오스트리아 얘들이 하강을 끝내고 너덜지대를 걸어가고 있다. 소리쳐서 어디로 가냐고 하니 왼쪽으로 가라고 한다. 벽이 커서 어디가 어딘지 몰랐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왼쪽으로 가니 바위에 슬링 2개를 둘러져 있고, 카라비너도 한 개 남겨져 있다. 자일 2개를 모두 사용해서 40m쯤 내려가니 다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희숙씨가 나중에 하강하고, 자일을 사려서 조심히 걸어내려가니 너덜지대로 연결된다. 시간을 보니 8:30이고 거의 어두워지기 일보 직전이다.
만약 마지막 하강지점을 못 찾았으면 꼼짝없이 비박을 했어야 했다.
어찌어찌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바로 운전하여 정규네 캠프로 오니 반갑게 맞아준다. 맥주 한잔을 하니 온몸이 다 시원해 진다. 이거도 등반이라고 끝나고 나니 행복해진다.
4. 총평
한국사람들이 돌로미테등반을 많이 안 하는지 한국어로 된 돌로미테에 대한 등반정보가 거의 없다.
트레치메 등반은 등반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등반보다 하강에 더 신경을 써서 어둡기 전에 땅에 내려올 수 있도록 시간 안배를 잘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돌로미테 등반을 할 수 있게 해준 정규에게 감사를 전한다.
첫댓글 고생했습니다~!!
좋은 경험하셨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저도 Cima Ovest는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혹시 Cima Grande를 가실 분이 계실 수 있어 18년도에 만들었던 하강루트 공유드립니다. 사진이 하나만 첨부돼서 나머지 사진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aver.me/xmxtkA3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