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초 월간 미술세계의 초대로 일곱 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치루어낸 서양화가 이양선은 지난해(2016년) 우리나라 행정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의 한 시,도간 교류전 전시장 에서 항상 밝은 표정으로 먼 타지에서 온 작가들을 다정하게 맞이해 주던 정이 많았던 작가로 기억된다. 전시회 오프닝과 뒷 풀이에서 항상 그녀를 도와주며 응원하던 이양선작가 부군의 소탈하며 밝은 미소도 기억에 깊이 남아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데 그들의 미소가 매우 닮아있어 보였다. 1966년 경남 하동생인 이양선은 부산에서 전업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인 1999년에 결혼을 하면서도 4회의 개인전을 치룰 정도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던 작가이다. 결혼 후 여성 전업 작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육아와, 작품 활동의 병행은 참으로 어려운 길임에 1남1녀의 자녀 육아에 작업까지 병행하기에는 창작의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서양화가 이양선 역시 우선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10여년의 창작 휴지기가 이어지게 된다. 2004년의 마지막 작업 이후 다시금 2014년도부터 집에서 소품 위주로 아크릴 작업을 하여 단체 및 기획전에 작품을 한두 점 출품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창작활동의 재활의 의지를 일깨우기 시작한다. 이어, 현재의 작업실(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로 창작 둥지를 완성시키며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재개 하게 되어 많은 미술관계자와 컬렉터들의 깊은 관심 속에 큰 성황을 이루며 일곱 번째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막하기에 이르렀다. “10여년의 세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며 지나노라면 물 위로 얼굴을 띄운 채 시시각각의 빛에 표정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수련들. 4년여 이루어진 수련과의 집중된 관찰과 교감은 결국 10여년의 휴지기가 갖는 시간적 간극을 메워 곧바로 새로운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 불과 2년 만에 두 번이나 개인전을 치룰 수 있도록 하는 열정과 에너지를 선사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지요. 유화 물감이 좋아, 캔버스가 좋아 서양화를 전공하였지만 내 화폭 위로 가만히 떠오르는 그림들은 언제나 오방색이나 연꽃 같은 우리의 색과 무늬였습니다.” -작가노트중- 서양화가 이양선의 작품세계는 한국적인 미감의 단청문양에 근거한 현대적 선,색,면의 절제된 표현에 기초한 담론을 이야기 한다. 그 현대적 색 역시 우리나라 전통의 오방색에 뿌리를 두고 전통 색상들이 동양의 철학적 사상을 상징하여 소위 “의식의 빛”을 이야기 하고 있다. 미술표현의 가장 기본 요소인 선,면,색이 서양화가 이양선의 창작의 근원이자 현대적 재해석 표현의 기본 요소로 작용하여 대상의 선택, 형의 결정, 색체의 선정에 이르기까지 내적 필연성에 의하여 화면이 구성 된다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화면구성과 주제의 중요성과 순수한 표현을 강조하여 넓은 단색면 으로 형태를 압축, 본질화한 마크 로드코(Mark Rothko)등을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연구하여 재해석 하면서부터 자신만의 동양적 철학에 근거한 현대 모더니즘적 표현기법울 완성 하였다. “1990년대 초의 작품을 보면, 화면의 상하좌우 대칭 구획이 시선을 끈다. 그 중앙에는 노랑색을 채색함으로써 오행사상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공간에는 단청 문양들을 확대 혹은 축소하여 배치하였다. 작가의 그러한 이원론적인 화면구성은 이념과 현상의 이중적인 제시로서, 화면 정중앙의 노랑색을 작가의 정신적인 이념의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1993년 작품에 이르면 화면분할은 지속되고 있지만, 상하좌우 대칭형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말하자면 화면 좌측 중앙의 작은 공간에는 노랑색, 그리고 그 상부와 오른쪽의 작은 두 공간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흰색을 채색해 놓은 것이다. 반면에 화면의 중앙으로부터 하부에 걸친 대형 공간에는 연꽃과 연잎들이 독특한 방법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연꽃과 연잎의 색상들이 매우 이색적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윤곽선을 빨강색으로 묘사하고 그 내부를 청색으로 채색했는가 하면, 후자의 경우에도 검정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의 연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95년에 이르면 화면분할이 사라지고 그 대신에 전체 화면에 걸쳐 바위, 구름, 연꽃 등과 흰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십장생과 단청의 소재들이 한데 어울리면서 이념과 현상이 융합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여기서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매우 자유분방하게 유희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최병길(원광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며 물 위로 시시각각 빛에 반응한 수련의 다양한 표정을 관찰했던 서양화가 이양선은 2000년대 이후로 수련을 주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선,면,색에 빛을 더하는 작업으로 진화 시켜 나간다. 구도에 있어서는 사실적인 구상표현 방식으로 하되 그 소재의 형태와 색상에 있어서는 네델란드의 피에트 몬드리안 (Pieter Cornelis Mondriaan 1872-1944)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강한 윤곽선 안에 전통 오방색으로 구분하여 채색함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서양화의 감상 영역을 더해 현대화된 우리 전통 민화의 밝은 모습으로 다중적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한다. 고색의 빛이 어린 단청의 단순한 구상과 오방색의 절제된 화려함에서 한국미의 현대적 표현으로 연결하여 표현을 이루어낸 이양선의 창작물은 동. 서양 철학의 절묘한 결합을 이루어 주고 우리 전통민화와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의 추상표현의 교류를 이루어 나가주고 있다. 소탈하며 밝은 미소, 다정함, 넉넉한 인심 등 서양화가 이양선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심성(心性)에 그의 그림에서 표현 되는 단아한 오방색, 긴장감 있는 선, 유연한 수련의 부드러움, 평면작업의 절제된 질감 등이 더해지면서 그가 교류(交流)한 동서양의 “의식의 빛”으로 완성되었다. 척박한 국내 창작 환경 속에서 이양선 작가의 “의식의 빛”이 더욱 밝게 빛을 발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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