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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실의』 발문 (跋天主實義)
이익李瀷(1682-1764)
『천주실의天主實義』는 마테오 리치가 저술한 것이다. 마테오 리치는 유럽(歐羅巴) 사람이다.
유럽은 중국에서 8만리萬里 이상 떨어져 있다. (두 지역은 천지) 개벽 이래로 소통된 적이 없다.
그는 명나라 만력萬曆 연간(年間,1573-1620)에 예수회 동료인 양마락(陽瑪諾,P.Emmanuel Diaz 1574-1659), 애유략(艾儒略,P.Julius.Alenni,1582-1649), 필방제(畢方濟,P.Franciscus Sambiasi), 웅삼발(熊三拔,P.Sabbathinus de Ursis), 방적아(龐迪亞,P.Diadace de Pantoja)등 여러 사람과 함께 바다를 건너 3년 만에 비로소 (중국에) 도착했다.
그의 학문은 오로지 ‘천주天主’를 받드는 것이다. ‘천주天主’는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하느님 (상제上帝)’이다.
그러나 그것을 공경하고 섬기며 두려워하고 믿는 것은 불교의 석가모니와 비슷하다.
천당 지옥으로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면하며 두루 돌아다니며 교활한 사람이 예수이다. 예수는 서양西洋 구세주의 명칭이다.
예수라는 이름을 스스로 말하게 된 것은 그리 멀지 않는 옛날로부터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의) 순박함이 점차 흩어지고 성현들의 교화敎化가 멀어지니 욕망을 좇는 일이 나날이 많아졌고, 도리에 순응하는 일은 점차 적어지게 되었다.
이에 ‘천주天主’가 크게 자비를 베풀어 직접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내려와서, 동정녀를 어머니로 택하고 교접交接 없이 모태를 빌어, ‘루더야(여덕아如德亞=유대)’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이름을 예수라 하였다.
몸소 교리를 세워 서양(서토西土)에서 33년간 널리 교화를 베풀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그의 가르침은 마침내 유럽의 여러 나라에까지 퍼졌다.
천하의 땅덩어리는 다섯이다. 가운데 아세아가 있고 서쪽에 유럽이 있다. 바로 지금 중국(의 면적) 은 아세아 중에 10분의 1이고, 유대 나라는 또한 아세아의 서쪽 변방에 있는 하나의 나라이다.
예수의 시대로부터 1603년이 지나서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도착하였다.(*마테오 리치가 미셀 루지에리 신부(P.Michel Rggieri, 1578-1607)와 함께 중국(明나라) 廣西 廣東 두 개 성省의 성정부가 있는 조경肇慶(자오칭)에 안착한 것은 1583년이다.)
그의 동료들은 모두 높은 코에 푸른 눈동자로 갖고 있었고, 네모난 두건에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동정을 지키며 결혼한 적이 없었다.
조정해서 (리치에게) 관직을 주어도 받지 않았으며 (그는) 이렇게만 말했다:
“대관大官의 봉록俸祿을 지급해 주시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 책을 읽겠습니다.”
(그가) 저술한 책이 수십 종류種類였다. 그가 위로 (하늘을) 관찰하고 아래로 땅을 살펴서 추리하고 계산하여 달력을 만들었던 신묘한 방법은, (그 당시) 중국에는 아직 없었던 것이다.
그는 (소통이) 두절된 이역異域의 외국 신하로서, 망망한 바다를 건너와서 (중국의) 지식인 사대부士大夫들과 교유했다. 이들 지식인 사대부士大夫들 중에 옷깃을 여미고 존경하면서, 그를 선생이라 부르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감히 (그에게) 대항하지 못했으니, 그는 역시 뛰어난 인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가 그러나 그가 인도의 교리(즉 불교)를 배격排擊하는 바가 지극하게 되니, 오히려 불교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허망한 대로 귀결됨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의 책 『천주실의』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날 서양의 피타고라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백성들이 거리낌 없이 악을 행하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윤회설輪回說을 만들었다.
이에 서양의 군자들은 이런 주장의 의도는 훌륭하지만. 그 말 자체는 결함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윤회설輪回說은 마침내 (시간이 지나면서)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이런 말이 홀연히 외국으로 흘러 나갔다. (인도의) 석가모니가 새로운 교단을 세울 때 이 윤회설輪回說을 이어받았다.
한나라 *명제明帝(*통치 58-75*후한 2대 왕으로 서역 개척,불교 경전과 불상 구입, 수도 낙양에 최초의 사찰 건립)가 서방西方에 (훌륭한) 가르침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 알아오게 했다. 사신이 반쯤 가다가 잘못하여 인도에 도착해서, (불교의 교리)를 가져와 중국에 전했다.
어떤 사람이 혹 전생前生의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는) 마귀가 사람을 속여서 그렇게 하게 한 것이다. 이 (주장)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일일 뿐이다.
세상 어떤 곳에도 태어나고 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석가모니 이외에는 전생前生에 일을 한 가지라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중국의 옛날 선비들도 (상고上古 시대)에는 역시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했다.
다만 옛날과 지금의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증거를 제시해도, (헤아리는) 마음이 꽉 막힌 세상 사람들은 (그런 귀한 이야기들을)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똑바로 보면서 오히려 믿지 않을 뿐이다.
만약 우주의 끝까지 드러난 곳을 함께 대조하여 확정해 본다면, 사람들의 생사에 관한 이러한 주장들이 허와 씨를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漢 나라 명제明帝, 그 이전부터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천당 지옥(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은 결코 결코 없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불교의) 윤회설輪回說만이 잘못된 것이고, (그리스도교의) 천당 지옥(의 주장은) 옳은 것인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만약 (하늘에 계신) 천주가 (하늘) 아래 백성들을 (정말로) 사랑해서 인간 세상에 홀연히 나타나서(현환現幻), (그 복음을) 혹여 한 (지역 사람들)에게만 말아여 서로서로 알려 주게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만약 (지상의) 사람들의 교화를 펼친다면 억만億萬 개의 (모든) 지역이 (다) 사랑할 만하고 자비를 베풀 만한 곳이기에, (그 가르침을) 어찌 하나(의 지역)으로만 한정 짓겠는가?
(오로지) 천상이 하느님(천주天主, ‘예수’만)이 모든 것을 두고 다니면서 이끌어주고 깨우치려면 수고로운 일이 아니겠는가?
유럽으로부터 동쪽 (지역)에서, 유럽에 가르침을 듣지 못한 곳에서도, - 하느님(천주天主)의 드러난 자취가 유럽과 같지는 않으나 - 또한 여러 가지 영험만 이적異迹들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동방의) 여러 가지 이적들이란 - (마테오 리치가 앞서 단정한 것처럼 결국) - 마귀들이 만든 굴레에 빠진 것이라고만 (단정)한다면, 또한 정말 억울한 노릇이 아님 도대체 어찌 알겠는가?
아니, 우리가 또한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귀신은 음陰의 도리에 따르고 사람은 양陽의 도리에 따른다. 사람들의 삶을 불타오르듯이 매우 치열하지만 귀신의 자취는 음침하고 은밀하다. 이치상 그렇다. 하루를 놓고 보면 밤은 음陰이고 낮은 양陽이다. 그래서 귀신은 밤에 보이고 사람은 낮에 활동한다.
(만물의 근원인) 일원一元의 크기에까지 미루어 나가면 또한 이와 비슷하다. 원초原初의 사람이 생겨나기 이전에, 먼저 귀신같이 신묘한 이치가 있었다. 사람이 있고 난 후에 (생겨난) 대부분의 황홀하고 영험스럽고 기괴한 일들은 간혹 변해온 기록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 옛날 신화적인) 오제 삼왕(五帝 三王) 때에는 그런 이런 (기이한) 일들이 자취가 너무나 분명해서 (그런 일들이 없다)고 속일 수가 없었다.
착한 사람은 복福을 받고 정도正道를 벗어난 사람은 화禍를 받는다. 권면勸勉하면 나아가과 징계懲戒하면 두려워한다.
『시경時經』과 『상서尙書』 에 보이는 많은 문장들은 현혹하는 말도 아니고 헛된 말도 아니었다. 반드시 그의 대응하는 (실제)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 말하자면, 바야흐로 (대낮같이 밝은) 정오正午의 시대에 이른 것이니, 귀신의 이치 또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마침내 이런 것 (즉 귀신의 존재) 등을 왜곡하여, “옛날에 이른바 (하늘의) 복을 내리고 화를 내린다고 한 것은, 다만 이치상으로 추론해서 한 말이었을 뿐이고, 실제 사실들과 부합된 경우는 처음부터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지금의 주장은 실로) 옛날 사람들 역시 실제 사실에 근거해서 말했다는 것을 정말로 모르는 것뿐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상서尙書』의 「금등金騰」 편은 성인聖人의 기록이다. 그곳의 기도는 선왕先王의 혼령들에게, 자질이 뛰어나고 재주 있는 자를 선택해서 ‘일(사使)’을 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이치는 있으나 그것에 대응하는 (실제는)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 세상에 사람들이 갑자기 (이런 혼령들에 관한 말들을) 듣게 된다면, 어찌 매우 의심하고 놀라지 않겠는가?
이런 것으로 따져본다면 서양 나라들의 교화敎化가 어떻게 말미암은 것인지도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서양 나라의 풍속風俗 역시 (시대가 감에 따라) 점점 타락하고 변해서 (인간의) 길흉吉凶과 (하늘이 내리는) 응보應報 도리 사이에 점차 존숭尊崇하고 믿는 마음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천주경=성경聖經』 가르침이 있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원래 중국의 『시경時經』과 『상서尙書』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오히려 (그 성경에 가르침을) 따르지 않게 되는 것을 염려하여, 천당 지옥에 설로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니, 그것이 지금에까지 흘러와서 전해진 것이다.
그 뒤에 생겨는 여러 가지 영험한 이적異蹟들의 흔적들은 (사실) “마귀가 사람을 속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그들이 말하는 바로 그런 것들이다.
대개 중국에서도 (아주 옛날에는) 그런 (이적들의) 실제 자체를 말하였지만, 자취가 없어지자 어리석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이적들을) 믿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양 나라에서는 그런 ‘환각적 이적(환적幻迹)’들을 말했는데, 그런 이적들이 아련해지자 미혹한 사람들이 더욱더 착각하기에 이르니, 그 형세가 더욱 그렇게 미혹되게 된 것이다.
오직 마귀들만이 이런 (이적들을 지어낸다고 보는) 것은 또한 천주天主의 가르침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고질병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고 난 후에야 중국 (땅)에서도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불교의 이론에 미혹되어서) 천당 지옥과 전생前生에 사실들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과 같다.
저 서양의 학자들이 궁구하지 못할 도리가 없고 통달하지 못한 어둑한 곳이 없으나, 아교阿膠와 칠漆의 단지, (즉 천당 지옥이란 허망한 믿음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애석하도다!
입력:최 마리 에스텔 수녀/20260930/AM 10:25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