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6 21:21:28
나른한 일상을 보내며 따분한 내게
간간히 영화보러 극장에 가는일은
작은 설렘을 선사하며 집을 나설때 부터 발걸음이 경쾌하다
그렇다고 영화에 대해 잘 안다거나 그다지 즐기는것도 아니면서
극장 매표소에 서 있을때 기분은 들떠있다
음식에 후추를 아주 조금 넣어도 그 풍미가 기분좋게 퍼지듯이
간간히 가는 영화보기는 어쩐지 즐거움을 준다
찐득찐득 질기던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한여름
퇴근해 돌아온 남편과 극장 나들이를 갔다
<한반도>
나의 넘치는 의협심에 애국심을 확인하는것 같은 내용의 영화였다
집에 있다 불시에 나오는 바람에
맨 얼굴에다 팔이 없는 민소매 면티 입은 전형적인 집안 패션 차림인 나는
영화보는 중간 에어컨 성능이 너무나 좋았던 극장안에서
추위에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 지경에 이르렀다
맨살로 나온 내 팔뚝을 이리 저리 감싸 보아도
추위를 막을수 없어 애국심을 불태우며 영화속에 빠져있던
내가 드디어 영화에 집중을 못하게 되고
추위와 씨름만 하게되었다
팔이 다 드러난다는 작은 차이가 견디기 어렵게 춥기만하다
<아이고 추워~! 아유 추워~!>
절로 칭얼거릴수 밖에 없었는데
옆에 남편이 나보다 좀 나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곁에 있는 내게 난감해하며
<그럼 내 이것 벗어줘?> 한다
와이셔츠 벗으면 조끼 모양의 속옷차림으로 있겠다는 것인데
진심은 아니겠고 빈말이라도 하는것이 웃음 나왔다
어떻게 해결하나 궁리가 역력하더니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것
그 사람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부시럭거리며 꺼내더니
내 두개의 팔뚝을 모으라하며 그위에 작은 이불처럼 손수건을
덮어주었다
어느 노숙했던 사람이 이불 대신 추위에 신문지라도 덮으면
한결 덜 춥다는 선배 노숙자의 조언을 듣고 그렇게 했다던데
아쉬웁게나마 얇고 작은 손수건 덮는것으로
꽁꽁 어는 몸이 온기로 한결 나아진다
작은 손수건 이불을 덮고 추운것 피하게 해준
그사람을 흘깃 바라본다
<고마워요..> 인사말도 멋적어 못하고
<평생웬수~!>라는말을 더 편하게 하는 묵은 사이지만
나는 순종적인 새색시처럼 손수건 덮고
가만히 그 사람의 깊은 온기를 음미하며
얌전히 그 곁으로 기대었다
영화가 끝나고 덮고 있던 손수건을 고마움을 담뿍담아
평소보다 훨씬 정성스럽게 개어서 흐믓한 내마음을 보태어
천천히 그에게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