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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M사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트레이닝을 진행한 것이 1월 24, 25일이니까 한 달 만에 뒤늦은 후기를 올리게 되는군요. 느닷없이 심심해서 후기를 올리는 것이 아니고, 당초에 트레이닝 직후 후기를 올리려했으나,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만에 하나 심리적인 어떤 압박감이 주어질까 걱정이 되어 후기 올리려던 손을 잠시 쉬었답니다. 이제 해당사 공채도 끝났고 하니 수험생의 입장이 아닌, 강사의 입장에서, 혹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후기를 올립니다.
진행과정
아시다시피 본 카페를 통하여 참가자 신청을 받았습니다. 당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인데 무려 40분이 넘는 분들이 참가신청을 하셔서 솔직이 조금 당황했습니다. 생각해 보십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연습 한 번 해보겠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참가신청 했는데 사람이 많네, 신청이 마감됐네 하면서 참가 못한다고 하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해서 당초에 최다 5명, 하루간의 일정으로 준비한 트레이닝이 이틀로 연장이 되었습니다. 둘째날 참가자 5명 외에 1명이 참가자 연락 중에 누락이 돼서 이틀째는 6명이 되었습니다.
커리큘럼은 이틀간 내용이 동일했습니다. 부산 MBC 지역 뉴스 중 카메라 테스트에 쓰임직한 원고를 발췌하여 실전과 유사하게 카메라 테스트 예행연습을 진행했고, 그보다 좀 더 어렵게 느껴질 법한 뉴스 원고를 5종 준비하여 각 참가자의 개별 트레이닝을 진행했습니다. 예행연습시 참가자의 뉴스 낭독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모니터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어차피 앞으로도 적을 내용과 유사하므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오후 네시에 트레이닝을 시작해서 세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진행했고, 트레닝이 끝난 후에는 뒷풀이겸 소규모 번개를 진행했습니다. 번개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
상향 평준화에 대해...
우선, 아나운서 아카데미가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전체적으로 수험생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 느껴지더군요. 사실 처음에 트레이닝을 계획할 때에는 아카데미에 다니지 못해서 최소한의 준비조차 모자란 지망생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을 했었는데 막상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보니 과정의 차이는 있겠으나 거의 아카데미를 수료한 분들이더군요. 역시 아나운서 현업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아나운서 출신 선생님들께 배운 분들인 지라 전반적으로 아나운싱의 기본은 잘 잡혀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상향평준화'란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한 십여 년 전에 지망생들에게 '단모음, 이중모음, 자고저...'등을 이야기 할 때 '그게 뭘까?' 했다면 지금 지망생들은 거의 기본은 다 알고 있더란 말입니다. 거의 대부분 이중모음을 제대로 지키고 있거나 최소한 이중모음을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이 몸에 배어 있었고 뉴스의 흐름이나 어조 등도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수준이 대단히 높더군요.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라는 말이 곧 최종 합격에 근접한 상위 지망생 실력의 비약적 향상과 이어지지는 않는 듯 해보였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요즘 아나운서 시험 경쟁률이 대략 한 5백대 1 정도 되더군요(여자의 경우). 최근에 약간 더 치열해 지기는 했습니다만 과거에도 3,4백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었습니다. 5백대 1이라는 것은, 5백명 중에 1등을 하면 들어간다는 뜻이 아닙니다. 전체 수험생이 1천 명이고, 두 명의 신입 아나운서를 뽑는다고 가정할 때, 1천 명 중에 1,2등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실기만 1등 한다고 반드시 뽑히는 것은 아니지요. 필기, 심층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며 다각도로 평가받아야 하고, 냉엄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최종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말해 전체 수험생이 1천명이든 2천명이든 최소한 상위 3% 안에 들어야 (1천명이라면 30명? 2천명이라면 한 50명?) 최종 합격을 겨냥 정도라도 해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말했듯 지망생들의 아나운싱 능력은 상향 '평준화'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허수(죄송한 표현이지만 현실에 입각한 표현입니다.)를 제외한 '의미있는 숫자' 상위 5%의 아나운싱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약간 떨어지는 면 조차 엿보이는 상황입니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다음에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는 낭보일 수도, 비보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아나운서는 일차관문인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다는 면에서 강호에 인정받는 절대 고수 수험생이 엷어진다는 점에서는 낭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중상위 수험생이 많다는 점에서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수험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시험에는 평가기준이라는 것이 있겠죠. 대표적인 것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입니다. 아나운서 실기시험은 대표적인 '상대평가'입니다. A라는 사람이 아무리 잘했어도 B라는 사람이 '더' 잘한다면 A는 B보다 나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요즘 지망생들이 '평균적으로 나아졌다'라고 느껴지는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는 '이중모음 발음'입니다. 대체적으로 이중모음을 잘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말처럼 '(이중모음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지키지 않는 것도 아니고...ㅎㅎ' 정말이지 누구나 다 딱 남들이 지키는 만큼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 상대적으로 더 잘 지키는 사람도 있었구요.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최종 합격을 하더군요.
'왜 그럴까?'가 더 중요하겠죠. 지난번 글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아나운싱 트레이닝은 필연적으로 일대일 트레이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학생 삼십 명을 앞에 두고 "여러분, 이중모음이 중요하니 이중모음을 지키세요" 한다면, 누구나 '아, 이중모음을 잘 지켜야 하는 거구나'하고 이해를 하겠죠. 그러나 사실 중요한 건 그 다음 아니겠습니까? 이중모음이 중요하다고 알고,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더 해야 하는지를 누군가가 잡아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카데미를 수료한 그 많은 지망생들이 거의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더군요. 지키긴 해야 하겠는데, 이게 잘 지키는 건지, 아닌지, 혹은 그걸 신경쓰느라 다른 것이 잘 안되고 있는지... 그런 와중에 합격 통지서는 '나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사람에게 날아갑니다.
또 하나 짚어볼 것이 어조(tone)에 관한 것입니다.
뉴스는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어려운 아나운싱입니다. 뉴스가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중에 하나는 어조(tone)를 잡기가 참 어렵기 때문입니다. 뉴스 그까이거 뭐~ 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장에서 일하는 현업 아나운서들의 이구동성은 "뉴스, 그거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뉴스원고를 던져주고 아나운서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완성된 아나운서의 톤'일까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네, 대답은 No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나본 수험생들은 기본을 한참 지나친 '기성 아나운서들의 뉴스 어조'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카데미에서도 처음 뉴스 낭독을 가르칠 때 '평조(平調)'로 하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들 스스로도 너무 오래된 일이라 평조를 왜 지켜야 하는지, 평조가 당락에 왜 영향을 끼칠지 아마도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카데미에서 수험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이미 현업에서 방송을 하실 만큼 하신 분들입니다. 기초에 기본을 거쳐 자신의 스타일이 완성되고, 꽃을 피운 양반들입니다. 그분들께 이제와 새삼스레 평조를 구사해 달라고 요청할 사람도, 이유도 없는 것이죠. 그런데, 실기 시험장에서 이제 막 신입 아나운서를 골라내야 할 시험관들은 입장이 다릅니다. 제아무리 발군의 실력을 갖춘 수험생이라도 아나운서로 뽑아놓고 곧바로 방송에 투입할 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언코 없습니다. 더러 어설프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노력하면 가능성이 보일 법도 한 수험생이 내 앞에 와서 뉴스 낭독을 하는데 유독 어조만 기성 아나운서의 어조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당신이라면 그 사람을 뽑아주겠습니까? 완성(完成)이란 말은 뒤집어 말하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는 말입니다. 아직 전반적으로 서툰데 더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당신이라면 그 귀중한 0.5%의 명단에 포함시키겠습니까?
대충은 이해가 가는데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시겠죠? 좀더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해드리죠. 첫째 뉴스를 하는데 기교를 부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자신이 아나운싱에 자신이 있어도 아나운서로 최소 10년 이상을 밥벌어 먹은 도사들 앞에서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시고 어설픈 기교를 부리지 마시라는 말입니다. 둘째 띄어읽기는 '습관적'으로 하지 마십시요. 아나운싱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그 뉴스가 그 뉴스같고 그러다보면 습관적으로 띄어읽고 습관적으로 어조를 높이거나 낮추고 하는 '버릇'이 생깁니다. 각각의 뉴스는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각각 다 다른 재료입니다. 그 재료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요리법을 택해야 합니다. 송이버섯을 가지고 표고버섯 볶음을 하면 요리 다 망칩니다. 셋째,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어조를 찾되,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성 아나운서 흉내를 내지 마십시요. 요새 개그프로그램에 가수 모창하는 개그맨들이 많이 나옵디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자신이 흉내내는 가수 만큼 노래 잘 합니까? 그렇게 노래 잘하면 왜 가수 안하고 개그맨 한답니까? 비슷합니다. 오랜 현업생활을 통해 내 스스로 터득한 아나운싱(가수로 따지면 창법)을 누가 흉내낸다고 해서 그 깊이까지 따라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시험장에서는 더더욱 안될 말입니다.
결국은 기본이 중요하다는...
제가 후배 아나운서를 가르쳐 본게 한 5년 전 일이어서 지난 번 트레이닝 전에 요즘 아나운서 시험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약간 걱정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트레이닝을 해보고 관련해서 후배들에게 더러 묻기도 하고, 더러 자료를 찾아보기도 해보니, 거의 변한 것이 없더군요. 그렇게 아카데미가 많아졌다지만 그렇다고 모든 수험생이 아나운싱의 기본을 완벽히 습득해 와서 시험관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 따위는 없답니다. 약 3퍼센트 정도의 '합격시켜도 될 만한' 친구들과 한 10퍼센트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약 30퍼센트의 '노력한 것은 아쉬우나...' 친구들과 '왜 왔는지 잘 모르겠는' 50퍼센트 정도의 수험생들이 천 명이고 이천 명이고의 수험생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아카데미들이 많아지고, 거기에서 배워온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30퍼센트와 50퍼센트의 구성비에 변화가 생기겠죠. 그러나 여러분이 겨냥하고 있는 과녁은 3퍼센트와 그 안에서도 0.5퍼센트의 지점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맺으며
애초에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며 살아가는 방송쟁이에게 온라인의 익명성 따위는 전혀 방패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해서 유독 이 카페에 아나운서로 살아가는 선배들의 글이 적은 것이겠죠. 그러나 그러다보니 고만 고만한, 같은 처지의 수험생들끼리 명확한 이정표도 없이 밀림 속을 헤매는 형국입니다. 그런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글도 올리고 오프라인 트레이닝도 주최해보고 했습니다만, 여전히 '이래도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은 없습니다. 우선 내 앞가림이나 하고, 그 다음에 어찌어찌하여 인연이 닿는 후배들에게 딱 점잔을 잃지 않을 정도만 공자님 말씀을 내 뱉는 것이 어쩌면 더 멋드러진 일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마흔을 앞둔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쟁이를 불타오르게 하는 건 있습니다. 그건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상기된 얼굴인 듯합니다. 그 안에 십 오륙년 전의 내 모습이 들어있기 때문에 말이죠.
앞으로도 제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2, 제3의 트레이닝을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 생활이 허락하는 한 말이죠. 더불어 조교를 자원해서 애써주신 술값님과 레이보우 아이님, 러뷰렌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트레이닝이었습니다. 그리고 강의실을 빌리는데 도움을 주신 이대의 그 조교님께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첫댓글 정한향기 님의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뜁니다. 저는 지방에 있어서.. 서울에서 진행되는 트레이닝에 쉽게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번 트레이닝엔 기회가 된다면, 아니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아나운서 준비한 시간이 적지 않지만 아직 아카데미를 다녀본 적이 없는 터라.. 솔직히 제 리딩에 대한 님 같은 분의 코치가 있었으면..하고 항상 바라 왔습니다. (아카데미에 약간 회의적인 면이 없지 않아 그동안 아카데미에 쉽게 다니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아..다음번엔 꼭 참여하고 싶네요!^_^
참, 님의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내 어조에 문제가 있겠구나..라는 것이네요. 저는 제 뉴스리딩이 기존 아나운서분들처럼 좋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탈락의 이유를 잘 몰랐었는데.. 꼭 한번 점검받아 보고 싶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뉴스 리딩의 기본이 무엇일까요? 아카데미에서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 다는 것인지요?
아니요 아카데미에서는 충분히 가르치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기본을 지나쳐서 너무 기성 아나운서처럼 하려는 데 있습니다. 아카데미는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지 '아나운서가 되는 곳'은 아니라는 거죠. '기본에 충실한' 아나운싱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는 겁니다. 너무 아나운싱을 완성시키려고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직접 점검받고 싶어요~ 써 주신 글들 머릿속 , 가슴속에 새길게요!!^^
하나하나 제게 말하고 계신것 같아 뜨끔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라..늘 듣는 말이지만 이번만큼 와닿은 적이 없네요.
정말 도움이 되는 글이였습니다...감사합니다.
음.. 그럼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고도 충분한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꼭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거죠?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용기를 얻고 또 얻습니다!! 감사합니다^ㅡ^
"기교"를 부리지 말라는 말이 가슴에 팍 꽂히네요. 아카데미 다니면서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ㅠ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