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산문
발톱 깎기
대략 3주마다 손톱 발톱을 깎는다. 손톱을 깎는 일은 괜찮은데 발톱을 깎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대개 목욕을 하고 나와서 깎는다. 돋보기안경을 찾아 쓰고 쓰레기 상자를 가까이 갖다 놓는다. 손톱을 먼저 깎고 다듬은 후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데 전에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더 어려워진다. 손톱은 손톱깎이를 사용하지만 발톱은 손톱깎이용 펜치를 사용한다. 잘라진 것이 튀지 않도록 손으로 막으면서 자른다. 특히나 살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쪽이 있으면 몹시 아프다. 그래서 펜치 끝을 발톱 쪽으로 깊이 넣고 자른다. 깊이 넣고 잘라야 발이 아프지 않을 텐데 아파서 깊이 넣을 수가 없다. 아프다고 조금만 자르면 발가락이 계속 아프다. 많이 자른다고 깊이 넣고 자르면 아프지는 않지만 다음번에는 더 깊이 넣어야하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가 있다. 그래서 한 때에는 아픈 것을 참으면서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길렀다가 발가락 위로 나오는 부분만을 자른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정확한 발톱 관리방법은 아니었다.
지금은 발에서 심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제는 수컷의 냄새까지 많이 줄었나보다. 한창 원기 왕성할 때에는 신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발에서 나는 땀으로 방바닥에 자국이 나고 냄새도 심했다고 아내는 말한다.
아내는 얼마 전에도 발톱이 심하게 속으로 파고들어서 아프다며 정형외과에 가서 발톱을 뽑은 적이 있다. 얼마나 아팠기에 발톱을 다 뽑을 정도이었을까. 발톱 아파본 사람이 남의 발톱 아픈 것을 잘 알 것이다. 지금 제일 힘든 것은 몸 유연성이 떨어져서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발톱을 자르는 손의 각도가 나오지 않아 원하는 쪽(방향)으로 자를 수가 없는 것이다. 오른손잡이가 왼발 엄지발가락 바깥쪽을 깊숙이 자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아직은 아내의 도움 없이 그냥 내가 자르지만 언젠가는 두발을 아내에게 내 밀어야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몇 년 전부터 발뒤꿈치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운 물에 담갔다가 커터 칼로 살살 벗겨내고 지냈다. 우리 아버지도 엄마도 그랬기에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고 그냥 지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게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3년 전쯤 머리에서는 비듬이 떨어지고 몸 전체에서도 살비듬이 날리고 허벅지는 가렵고 발뒤꿈치는 갈라지고 모두 피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고 피부과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다 다른 질병으로 부위마다 다른 약을 처방해준다. 젊은 여의사가 친절하게 설명을 하며 처방을 해주는데 다시 병원에 갔을 때 약을 많이 처방해 달라니까 많이 해주기도 해서 오랫동안 사용하였다.
머리에 생기는 비듬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긴다. 요사이는 매일 씻어도 생기는 것 같다. 목욕할 때 제일 먼저 샴푸처럼 붉은 약을 머리에 바르고 문지르면서 거품을 내고나서 다른 곳을 계속 씻은 후 끝내기 전에 머리를 씻어버린다. 될 수 있으면 약 성분이 충분히 머리에 스며들도록 생각한 것이다. 대략 일주일에 한 번쯤 비듬 약을 사용한다.
몸에서도 비듬이 생기는 것은 몸이 전 같지 않아서 이제는 노화인지 윤기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굳어지면서 벗겨져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검은 색 속바지 안쪽을 들여다보고는 놀랬다. 하얀 비듬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속바지를 일주일씩 입었건 것이다. 그래서 속바지를 일주일에 세 번을 바꿔 입기로 했다. 피부약 말고도 보습제를 바르라고 하여 발라보았다. 목욕 후 바르니 살비듬은 없어졌다. 비듬이 없어졌다기보다는 보습제와 함께 몸에 붙어있는 것이다. 씻을 때에는 때처럼 떨어져 나온다. 보습제는 피부에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크림이었지 치료제는 아닌 것 같아 요사이는 사용하지 않는다. 허벅지는 약을 발라서 그런지 상태가 호전되어 지금은 아무 약도 안 바른다.
열심히 약을 바르고 정성을 들였다. 약발이 제일 잘 들은 곳이 발뒤꿈치이다. 두 가지 약을 처방해주는데 먼저 ‘피부 연화제’를 바르고 다음에 치료제를 바른다. 소파 앞에 약을 바른 발을 놓을 수 있도록 발 마사지용 침봉을 갖다 놓고 발을 교대하면서 그렇게 매일 발랐다. 얼마쯤 지나서는 이틀에 한 번 또 얼마 지나서는 일주일에 한 번 그렇게 발랐더니 감쪽같이 나았다. 칠십대의 발이 20대의 발이 되었다. 약을 바를 때에는 손가락으로 바르지 않고 칫솔대를 사용했다. 손잡이 쪽이 직사각형인데도 약간 각진 부분이 있는 칫솔을 택했다. 그리고 각진 쪽에 약을 조금씩 길게 묻히고 발에 조금씩 발랐다. 그리고 골고루 묻도록 칫솔대로 여러 번 문질러 약을 골고루 발랐다. 그리고 약이 발에 스며들도록 잠시 있다가 양말을 신는다.
다음은 또 침구이다. 웃옷은 입고 자지만 아래는 벗고 잔다. 맨살로 하루에 예닐곱 시간씩 이불 속에 있으니 자주 빨았으면 한다. 그래서 무조건 한 달에 한 번씩 요와 이불을 동시에 바꾼다. 또 베갯잇을 여름에는 매주 한 번씩 바꾸지만 겨울에는 모자를 쓰고 자니까 두 주에 한 번씩 바꾼다. 침구 교체는 우선 깔개, 요를 매트리스에 고정시킨다. 나는 두꺼운 매트리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6㎝ 정도의 침실용 메모리폼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불은 겨울이라 두꺼운 것을 사용하는데 카버에 고리를 만들어놓고 양 옆과 아래쪽 2/5를 요와 이불을 끈으로 매어 고정시킨다. 이유는 이불을 덮고 자다가 이리저리 흘러내려서 발이 이불 밖으로 쑥 나가는 것이 몹시 싫었기 때문이다. 아랫부분을 슬리핑백처럼 고정시키니 바람이 하나도 안 들어와서 몸 전체가 아늑하고 편안하게 잠을 잘 잘 수 있다. 이 때 바로 누워 자는 습성이 있는 나는 두발이 하늘을 향해 올라오니 발 근처의 이불은 약간 여유가 있도록 해야 발이 이불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자유로워진다. 이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사는 것이 각방의 특징이요 나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우리 집은 방이 넷이라 나만의 서재와 침실, 두 개의 방을 사용한다. 화장실도 두 개인데 아내와 내가 하나씩 사용한다.
저녁에 일찍 자면 어김없이 일찍 깨는 경우가 있다. 정신이 말짱하니 자기가 아깝다. 그러면 그냥 일어나 옷을 입고 책상머리에 앉아 무엇인가를 읽는다. 한두 시간쯤 지나면 또 졸립다. 그러면 이 때다 싶어 요번에는 옷을 입은 채로 요가용 스펀지 매트를 깔고 잠시 눈을 붙인다. 그러면 금세 또 잠이 들어 한 시간 이상을 또 잔다. 대개 누우면 금세 잠이 드는 편이다. 나이 들어서는 잠이 보약이라는데 나는 너무 자주 보약을 먹는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아픈 곳이 없어 먹는 약이 하나도 없네!
이제 2018년 마지막 올해도 저물어간다.
지난 시간이 아쉽기 만하다.
‘새해에는 더 씩씩하게 살아야지!’ 혼자서 다짐해 본다.
경복고등학교 37회 학우 여러분
우리 모두 건강 합시다!
첫댓글 오늘에서야 정민이 형 코너가 '특설'되어 있는지 알았어요...
글재주와 말재주가 참, 좋으시네요. 기억력 까지!
의정부에 사시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되었고요.
제 게으름과 무심함을 용서하여 주시고, 좋은
건강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고마워요! 멋진 글들!
전체 목록 아래쪽 학창시절의 그리운 그시절에 들어가서 3번 목록의
글번호 9번 '경복고 등산반 시절'에 강부웅이와 같이 도봉산 갔던 사진과 글을 올렸으니
참고 하십시오!
하여간 반갑습니다. 聖賢으로 기억하겠습니다.
한 번의 도봉산 등반이었지만
늘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지요!
강부웅 소식은 듣는지요?
늘 건강합시다.
정민이 형!
사진 잘 보았습니다! 아니, 그런 사진을 아직까지
갖고 있었어요? 참, 대단한 보유기록 이십니다!
고마워요! 孔 聖 鉉 올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 잘 있습니다.
다같이 삶의 의미와 가치도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자주 소식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