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26일차] 아침저녁 모기떼·한낮의 무더위 가로지르며 나아간다
인도순례단, 3월6일 열반절 맞아 마음 다잡으며 24km 행선
법정 스님 “순례 후 초기경전 공부·사회에 실천으로 회향”
종호 스님 “어떻게 부처님 삶 닮아갈지 숙고하는 시간 갖길”
해인 스님 “우리 모습 인도인들에게 선연 심는 계기가 되길”
3월6일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쿠시나가르로 가는 여정에 열반재일을 맞았다.
순례의 시간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길만이 있는 건 아니다. 계절 또한 우리와 함께 걷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인도의 날씨가 올라가고 있다. 3월에 접어들면서 한낮 온도가 이제 35도를 넘나든다. 덩달아 새벽 기온도 올라 새벽 한기가 사라져 따로 옷을 챙겨 입지 않아도 될 정도다. 온도가 오르면서 모기도 눈에 띄게 늘어 아침저녁으로 극성이다. 하루살이만큼이나 많은 모기떼가 사방에서 달려든다. 앞으로 날씨가 더워질수록 모기떼 극성은 더욱 거세지고 순례단의 고단함도 커져갈 것이 분명하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쿠시나가르로 가는 여정에 열반재일을 맞았다. 음력으로 2월15일이니, 3월6일 오늘이다. 부처님 열반의 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맞은 열반재일은 그래서 순례단 모두에게 더욱 각별했다. 부처님의 열반은 여느 죽음과는 다르다.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한 치의 흠결도 없는 죽음의 완성을 보여줬다. 그래서 부처님의 마지막은 죽음이 아니라 입멸이며 열반이며, 또한 해탈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입멸을 결정한 뒤 제자들에게 예고했으며, 입멸로 가는 과정에서의 엄청난 고통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위로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지막까지 가르침을 폈다.
입멸 이후 사리를 두고 다툴까 염려하여 사리 배분의 방법까지 상세하게 일러줬으며, 입멸의 장소로 쿠시나가르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고귀한 태어남과 고귀한 삶과 고귀한 죽음의 모습까지, 흠결 하나 없는 평화롭고 자애롭고, 복된 그럼 삶이었다. 그래서 부처님은 신의 아들도 아닌, 인간만의 스승도 아닌,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신 것이다.
26일차인 이날 순례단은 불기 2567년 열반재일을 맞아 새로운 다짐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행선은 고팔간지를 출발해 칼라스쿨와, 쉬브라지푸르, 람푸르를 거쳐 두바울리야까지 24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순례단의 걸음은 보름달이 안내했다. 환하고 둥근 달은 마치 새벽 태양처럼 길을 비췄다.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수월했다.
잠시 아침 공양을 위해 발걸음을 멈추자 태양이 점차 등 뒤에서 머리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6일 26일차 일정을 가졌다. 순례단은 이날 불기 2567년 열반재일을 맞아 새로운 다짐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법정 스님이 순례단을 대표해 열반재일 발원문을 낭독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셨지만, 열반에 든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이 세상에서 설법하고 계신다”며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열반의 세계는 집착을 떠난 적정한 세계이고, 대립과 갈등을 떠난 평화로운 세계이며, 구속을 떠난 자유로운 세계”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희들은 부처님 열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고통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고통의 원인인 집착을 없애기 위해 팔정도의 길을 걸어 열반언덕에 다다를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며 “저희들의 이 발원 공덕으로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모든 사람들이 집착을 떠나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마침내 적정한 열반을 성취하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기원했다.
태양의 위치가 높아진 만큼 대지의 기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달의 변화와 태양의 달라진 열기로 인해 인도순례가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윽고 시작된 행선은 고팔간지를 출발해 칼라스쿨와, 쉬브라지푸르, 람푸르를 거쳐 두바울리야까지 24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순례단의 걸음은 보름달이 안내했다. 환하고 둥근 달은 마치 새벽 태양처럼 길을 비췄다.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수월했다. 밤하늘의 보름달을 방향 삼아 서쪽으로 향하는 순례단 뒤로 이번에는 동녘 하늘이 서서히 밝아왔다. 잠시 아침 공양을 위해 발걸음을 멈추자, 태양은 점차 등 뒤에서 머리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태양의 위치가 높아진 만큼 대지의 기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달의 변화와 태양의 달라진 열기로 인해 인도순례가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날 순례단을 대표해 열반재일 발원문을 낭독한 법정 스님은 이번 순례를 설렘에서 시작해 재발심으로 전환하는 마음자리라고 했다. “처음 부처님 성지를 참배했을 때는 설렘으로 시작됐지만 길에서 자고 일어나는 정진 속에서 부처님의 성지를 참배하다 보니 스스로 출가수행자의 본분을 더욱 자각하게 됐다”고 밝힌 스님은 “열반성지인 쿠시나가르가 가까울수록 스스로를 등불삼고, 또한 법을 등불로 삼으라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의 유훈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자리가 되고 있다”며 “순례가 끝나면 초기 경전 중심의 공부와 더불어 어떻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를 위해 실천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변인 종호 스님은 “부처님께서 열반의 길에서 말씀하신 ‘자등명 법등명’은 나는 최고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라는 귀중한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주이멸(生住異滅)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하지만, 진리의 법신은 생멸의 세계를 벗어나 있다”며 “열반재일을 맞아 부처님다운 마음, 말, 행동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해야 부처님의 삶에 다가갈 수 있을지 숙고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은사인 정혜 스님과 함께 인도순례에 동참 중인 해인 스님은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새로운 발심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또한 불교가 자신의 삶에 녹아드는 계기가 되길 염원했다. 스님은 “부처님 당시 그 제자들의 모습만 보고도 출가한 분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이 당시의 모습을 닮아있을 것 같다”며 “졸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참고 인욕하며 걸음걸음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모습이 인도인들에게 다시 한번 불연과 선연을 심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일차 숙영지인 두바울리야를 향해 열심히 정진하는 순례단.
숙영지인 도착한 순례단이 축원을 하고 있다.
두바울리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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