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일림지맥의 보성 오봉산(345m)
천인단애를 이룬 득량만과 원효대사가 매료 된 칼바위 산
새만금일보 ㅣ 기사입력 2015/06/12 [00:06]
▲ 군산 뫼무리산악회 © 새만금일보
◈개요와 자연경관
이번산행은 군산 뫼무리산악회(회장 권남철)와 원효대사가 매료된 남해의 기기묘묘한 바위로 이루어진 오봉산을 답사했다. 예부터 주민들은 큰 오봉산(345m)을 칼바위라 부르고 작은 오봉산(305m)을 오봉산이라 부르고 있다. 낮은 산이지만 곳곳에 특이하고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어우러져 있고 득량만과 저 멀리 다도해의 섬들이 한 눈에 떠 보인다.
▲ 오봉산 능선의 돌탑 © 새만금일보
큰 오봉산 곳곳에 정교하고 높게 쌓아 놓은 수많은 돌탑들이 인상적이다. 칼바위로 올라가는 좁은 길목에 세워져 있는, 한 사람만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돌탑 문이 눈길을 끈다. 통일신라 때 고승 원효대사가 용추폭포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칼바위에 올라 수도 터로 삼고 불도를 닦았다는 기암이다. 오봉산을 대표하는 자연경관은 칼바위와 기기묘묘한 바위들이다. 칼바위 주변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고 전해오는 태조바위를 비롯하여 개구리바위, 호랑이바위, 버선바위 등이 눈길을 끈다. 득량만 방향의 능선 길은 천인단애를 이룬 바위절벽이 스릴 넘치게 한다.
칼바위 동쪽의 감투바위와 서쪽에 위치한 용추폭포도 볼거리다. 용추폭포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가뭄이 들면 보성고을 원님이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추골에는 좌우에 높이 30m의 석벽들이 줄지어 있다. 두세 가닥으로 나뉘어 쏟아지는 십여 미터의 웅장한 규모의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갈수기에는 물이 없는 게 흠이다. 또 용추폭포를 지나 드넓은 득량만의 남해와 섬, 그리고 첩첩이 다가오는 수인산, 존제산, 조계산 등 조망의 즐거움이다.
▲ 득량만 해변의 암릉 © 새만금일보
작은 오봉산은 가까이 가면 정상의 오른쪽에 톡 튀어나와 있는 책상바위가 눈길을 잡는다. 지역주민들은 그 바위를 보고 자란 덕분에 인재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철길에서 바라보는 자라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반면 큰 오봉산은 작은 오봉산에 비해 신비롭지 못하고 산 아래까지 다가설 때까지도 들녘에 솟은 그저 평범한 야산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용추폭포에 다가가면 점입가경으로 신비스러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설악산 천불동계곡에 들어서는 듯하고 산등성이에 솟은 기기묘묘한 암봉과 암벽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을 세워놓거나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다. 바닷가의 작은 산이 심오한 자연미를 펼칠 수 있을까 감탄사 연발한다.
1949년 10월초 빨치산 보성지구부대 100여명이 보성경찰서를 습격하려다 실패하여 100여 명이 오봉산으로 도망쳤으나 군경합동 전투에서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뒤 도망갔다. 산길 곳곳에 형성된 너덜지대에 쌓여 있는 돌들은 모두가 널찍하고 반듯반듯하여 한때 이곳 주민들은 이 구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할 만큼 질 좋은 구들이 많이 나왔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일림산. 활성산. 봉화산을 지나 남쪽으로 뻗어 나온 암릉에 솟구쳐있다. 물줄기는 득량천을 통하여 득량만으로 흘러든다.
◈산행안내
<1코스> 득량남초교-산림청보성양묘사업소-용추교(해평저수지. 주차장)-오봉산주차장-용추폭포-오봉산-칼바위-259봉-260봉-189봉-득량남초교(5시간 소요)
<2코스> 득량남초교-산림청보성양묘사업소-용추교(해평저수지.주차장)-오봉산주차장-용추폭포-정상-340봉-330봉-해평저수지(3시간 10분)
산행은 작은 오봉산 등산로 들머리를 지나 해평교 옆 득량남초등학교가 날머리나 들머리가 된다. 대형버스는 이곳에 주차하고, 승합차는 서부산림청 보성양묘사업소와 용추교를 지나 해평저수지 옆 주차장과 오봉산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오봉산주차장, 등산안내도에서 남쪽으로 오르면 칼바위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산행코스가 짧으므로 서쪽 임도를 걸어 오르면 천연의 요새지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늦가을 정취가 묻어나고 계곡에는 사방댐이 조성되고 편백나무 숲이 울창하다. 양측 산등성이에는 진안 마이산을 방불케 하는 암벽과 돌탑들이 즐비하다. 나무다리를 건너 돌무더기가 많은 비탈길로 접어들면 산꾼들이 마치 차마고도를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용추폭포를 둘러보고 남쪽으로 오르면 돌탑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마이산의 돌탑이 다소 거칠고 웅장하다면, 오봉산의 돌탑은 요염한 여인의 자태처럼 곱고 섬세하다는 생각이 든다. 삼거리에서 서쪽은 건너편 능선, 서남쪽은 내곡, 정상은 남쪽이다. 남쪽 숲길을 오르면 톱탑은 더욱 많아지고 마치 부처님세계에 와 있는 것 같다. 곧이어 정상에 서면 득량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 칼바위 © 새만금일보
바위 길을 내려오면 지금까지의 너덜지대와 달리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실크로드다. 동쪽은 득량만, 북쪽은 칼바위, 해평저수지와 용추계곡이 한눈에 다 보인다. 칼바위 직전봉에 올라서면 동쪽은 창암마을로 가는 길이다. 전망 좋은 능선에서 칼바위는 1km를 내려갔다가 올라와야한다. 능선에서 보면 마치 남쪽 하늘을 향해 꼽아 놓은 칼, 또는 하늘로 승천하려고 울부짖는 이무기의 형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바위아래까지 다가가면 두꺼비의 입모양처럼 생겼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칼바위 아래는 커다란 석굴로 미로처럼 길이 있고, 옛적이 수백명이 피난했다고 한다. 칼바위 옆에는 시루떡을 켜켜이 쌓아 놓은 듯한 바위가 하늘을 찌를 기세로 서있다. 너덜길을 올라서 능선으로 되돌아 오면 전망이 좋은 암봉이 있다. 득량만과 구룡마을을 내려다보며 걷노라면 동쪽은 한결같이 천인단애를 이룬 바위절벽이라 오금을 저린다. 산등성이에는 섬세하게 쌓아 놓은 돌탑이 많다.
259봉을 지나 북쪽으로 하산하면 용추교와 해평저수지 주차장이다. 승합차만 들어 올수 있으므로 20분정도를 해평교를 지나 득량남초교 앞까지 걸어야한다.
◈교통안내
o 호남고속도로 서순천나들목~2번국도~순천~벌교~군두4거리에서 좌회전~845번 도로 진입~득량~오봉 제1교에서 좌회전~851번도로 진입~득량남초교 앞~서부산림청 보성양묘사업소-기남마을~용추교(해평저수지 주차장)
o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2번국도~강진~장흥~보성~군두4거리에서 좌회전~845번도로 진입~득량~오봉 제1교에서 좌회전~851번도로 진입~득량남초교~서부산림청보성양묘사업소~기남마을~용추교
/김정길<전북산악연맹 부회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