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재겸 작가님의 <구해주세요, 공주님!>의 본문을 발췌한 글입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서양풍 #로맨스판타지 #모험물 #성장물 #여성서사
#햇살여주 #다정여주 #무심남주 #기사남주 #존댓말남 #신분차이
열여덟 살의 클로디아 테 포르투는 장점이 많은 아가씨였다.
백 개의 왕국을 다스리는 구심점인 포르투의 유일무의한 공주님이라는 것, 영리하다는 것, 아주 부유하고 성격은 천진난만하다는 것.
클로디아 테 포르투, 속칭 '클로디아 공주님'은 적당히 선했고 적당히 사랑스러웠다.
몇 해 전 포르투 최고의 기사인 데미안 알파와 파혼한 것이 유일하게 그녀를 구설에 오르게 만들긴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수르 알파를 열여섯 소녀가 대체 어떻게 감당해냈겠느냐'라는 이해로 버무려졌다.
어쨌든 클로디아는 백 개의 왕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아가씨였다.
이제 막 마흔을 넘긴 포르투의 왕이 이유 불명의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에도 백 개의 왕국은 하늘섬을 향한 경애를 낮추지 않았다.
쥬버린 왕자 덕분이었다.
두 살 어리고, 자신과 꼭 닮은 여동생 클로디아 테 포르투를 쥬버린은 끔찍이도 귀애했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에 감싸인 공주님은 파티를 가장 좋아했다.
쥬버린은 하늘에 떠 있는 왕국 포르투에서 매일 클로디아를 위한 연회를 열어주었다.
쥬버린 왕자가 만들어준 천국에서 클로디아는 사랑을 누렸다.
사흘에 한 번은 불꽃놀이를 했다.
열흘에 한 번은 연회장을 과자로 장식했다.
일 년에 한 번은 포르투를 온통 꽃으로 채웠다.
그것이 쥬버린의 사랑이었다.
수르 알파와 클로디아 테 포르투가 파혼한 이후, 쥬버린 왕자는 백 개의 왕국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뽑아 공주의 부마로 맞겠노라 선언했다.
수많은 왕자와 귀족, 신사와 전사, 기사가 모두 모여 클로디아의 사랑을 애걸했다.
클로디아는 기꺼이 그 상황을 즐겼다.
수백의 남자가 제게 앞다투어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안기는 것은 여성의 영예이자 가장 큰 기쁨이라고 클로디아는 생각했다.
그런 클로디아가 끝내 거머쥔 훈장은 킴 왕자였다.
킴 왕자. 하늘에 떠 있는 섬 포르투를 제외하면 가장 강대한 나라에서 온 자였다.
클로디아는 킴 왕자를 지난해 연회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네 개의 대륙 위에 군림한 하늘섬보다 더 대단한 나라가 없으니 사실상 클로디아가 고를 수 있는 신랑감 중 최고의 인사였다.
킴 왕자는 우아했으며, 예의를 알았다.
클로디아에게 정열적으로 대시하면서도 때로는 클로디아를 애타게 했다.
한마디로 밀고 당기는 데는 타고난 타입이었다.
그것이 클로디아를 기껍게 했다.
수르 알파와의 파혼 이후 지루하고 재미없는 남자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클로디아가 기다리던 순간이 바로 눈 앞에 다가왔다.
.
.
.
오늘은 그녀의 열아홉 생일이었다.
오늘을 위해 쥬버린 왕자는 일주일간의 긴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생일 당일인 오늘 밤.
오늘 밤, 킴 왕자가 제게 청혼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 말도 못 할 것이다.
클로디아는 오래전부터 스무 살이 되는 해에 결혼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 받아야 할 프러포즈는 가장 완벽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아름다운 꽃, 예쁜 드레스, 보석, 신나는 파티, 왕자님 같은 것들은 요소요소 빠짐없이 자리해야 했다.
클로디아의 미소에 킴 왕자는 자신감을 얻은 듯 한 발짝 다가와 부드럽게 무릎을 꿇었다.
올 것이 왔구나.
킴 왕자가 입을 열었다.
"클로디아 테 포르투."
"예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이야 편안히 하시면 될 것을 이리도 극진한 예의를 갖춤을 어쩐 일이실까요?"
후후, 클로디아가 웃었다.
다 알면서 짓는 미소에 킴 왕자 또한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부디..."
킴 왕자가 말을 이으려던 때였다.
쾅!
엄청난 소리가 등 뒤에서 났다.
'누구야, 이 중요한 순간에? 폭죽을 벌써 터트리다니! 화약고 담당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엄중히 문책할 거야!'
클로디아는 좀 짜증이 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분위기는 완전히 망쳤으니 어디 그 대단한 폭죽이나 감상하자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클로디아의 입도 한껏 벌어지고 말았다.
클로디아의 등 뒤, 아름답던 포르투의 흰 왕성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간단하나 심각했다.
'마왕'의 습격이었다.
마왕은 "하늘섬을 멸망시키고 대륙을 내가 지배하겠다!"고 외쳤다 했다. 마왕은 정말로 거의 성공할 뻔했다.
성이 마비된 사이 그 안으로 들어가 쥬버린 왕자까지 습격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 결과로...
아름다운 쥬버린 왕자의 심장은 마왕의 손에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쥬버린 왕자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디자이어 덕분이었다.
디자이어는 쥬버린 왕자의 가슴에서 마왕이 심장을 꺼내는 순간 그를 얼렸다.
쥬버린을 살리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였다.
클로디아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하늘섬을 비롯한 전 대륙의 통치는 쥬버린 왕자의 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쥬버린 왕자가 얼음이 되어버린 지금 전 대륙의 통치권은 클로디아에게 있었으나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로 아무것도.
"너, 네 오빠를 구하고 싶은 거 아니야?"
디자이어가 말했다.
클로디아는 눈을 깜박이다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쥬버린을 구하게 도와줄 수 있어."
"...어떻게?!"
"좋은 방법이 있어. 내가 네게 힘을 빌려줄 테니, 한 번 해 보지 않을래?"
"무슨 힘인데? 뭘 하면 되는 거야?"
"내 힘을 조금 떼어서 네게 줄 테니, 네가 오빠를 구해보지 않을래?"
.
.
.
"내가 너를 새로운 세계의 용사님으로 만들어줄게, 클로디아."
"방금 정령 디자이어가 현신해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리...."
"이 검은 디자이어입니다."
그 말에 모두 눈을 크게 떴다. 공주는 옅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디자이어는 제게 검으로 현신할 테니 쥬버린 오라버니를 구해달라고 했어요. 저는 이 검을 쥐고 마왕을 무찌르러 갈 겁니다."
"수르 알파."
"예."
"저와 함께 자르지스에 가 주세요."
"예."
.
.
.
"지금부터 전하를 로드라고 부르겠습니다."
"...로드요?"
"예. 딱히 틀린 호칭도 아닙니다. 쥬버린 전하가 잠드신 지금, 전하께서 지금 포르투의 통치권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그 말이 맞았다.
훈련할 때도 그녀를 로드라고 부르게 되면, 아마 그는 폭언을 하려다가도 멈칫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클로디아도 생각했다.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예, 로드."
...그게 묘하게 클로디아의 애칭 같닫는 건 넘기기로 했다.
쥬버린은 자신에게는 여자의 행복만을 늘어놨다. 좋은 남편, 예쁜 얼굴, 아름다운 삶.
물론 그게 쥬버린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클로디아는 이제 그 배려가 제게 독이 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됐다.
.
.
.
"우습게도 네 개의 대륙의 공주들은 모두 그 동화를 알고 있답니다. 그리고 진짜 공주님이 되기 위해서 다분히 노력하죠.
어릴 때 부터 수많은 핑크색의 이름을 다 외우고, 천을 만져보며 향기를 구분해요. 곱게 화장하는 법을 익히고, 보석의 가치를 구분하죠.
하지만 조향사가 될 만큼은, 재단사가 될 만큼은, 감정사가 될 만큼은 아니에요.
그것들은 정확히 공주가 알 만큼만 가르쳐지는 거예요."
"..."
"그리고 그 모든 걸 배운 공주는 뭐가 되는지 아세요? 왕자의 아내가 돼요."
.
.
.
'하지만 너무 똑똑한 여자애는 안 귀엽잖아요?'
누군가 지나가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마 클로디아의 시녀 중 하나였을 것이다.
데미안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런 것은 상관없이 그녀는 사랑스러운데.
하지만 데미안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그렇게 자라났다.
.
.
.
"남자들이 종종 여자들에게 취하는 순진한 태도를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 '용감하다'고 칭찬하죠.
근데, 그 칭찬은 가끔 사람을 화나게 합니다. 악의 없이 정말로 하는 칭찬이라는 걸 아니까 더 화가 나요."
.
.
.
그는 클로디아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그녀에게 포르투를 포기하고 결혼하라고 했다.
클로디아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은 모두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는 클로디아를 부를 때 '사랑스럽지만 용감하다'고 말하면 안 됐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용감할 수 없는가?
철부지 공주, 왕국을 구하러 나서다! 그것도 전남친과 함께?
푸르투 왕국의 철부지 공주, 클로디아.
오빠는 왕이 될 예정, 본인은 잘생긴 왕자와 결혼할 예정.
프러포즈만 받으면 여자로서 행복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프로포즈 받기로 했던 날 밤, 마왕이 처들어와 왕성이 폭발되고 만다.
졸지에 수호정령으로부터 왕국을 위기에서 구할 용사로 선택받은 클로디아,
망국의 공주는 싫다며 약혼자한테 차이기까지 하는데...
결국 왕국을 구하러 나선 길,
그런데 왜 하필 전남친이랑 가야해?!
클로이아 공주는 과연 하늘 섬 포르투를 구할 수 있을까?
나머지는 <구해주세요, 공주님!>에서 확인해보세요!
(+) 코미코에 웹툰도 있어요~ 존잼임
긴 영업글 읽어준 해태들 너무 감사합니다~~
줄이고 줄였는데도 엄청 길다..ㅎㅎ
그리고!!
클로디아 공주님 모험이 주 서사라, 로맨스 비율이 조금 낮아요...^^
하지만 공주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흐릅니다.... 공주님 최고최고....
믿고보는 재겸 님... 여성서사의 원탑....
제발 읽어줘....
리디 맠다에 종종 나옵니다 존버하는거 추천!
첫댓글 ㄱㅆ 수정후 재업했어요~~ 스크랩 대환영🤗
영업글 보고 링크타고 왔어요~~~ 존잼이네
존잼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