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작가는 주물공장에서 일하기를 십여 년째 결근 한번 없는 성실함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주물을 붓는 익숙함에 지루해졌을 때 필경사 바틀비처럼 "안 하겠습니다"라는 거부를 택한 것이 아닌 그는 공상을 택했다 노동의 비인간적인 취급에 대한 울분은 조용하고 질이 좋은 망상으로 이끌었고 마구 뛰어오르는 공상들을 펜에 넣어 인터넷에 게시한 것이 시작이었다
노동에 근무하는 사람이 쓴 글을 노동문학이라고 지칭한다 노동을 찬미한다거나 노동을 미화하고 주저앉는 글은 노동문학이 아니다 노동을 거부하고 노동에서 뛰어나가야 하고 노동을 밟고 서야 노동문학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식의 회색인간은 진정한 노동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의 세계를 해부하고 밟아 짓뭉개고 노동을 강요하는 사람들 돈으로 처바른 사람들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돌망치를 퍽퍽 날리고 인육을 먹는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아마도 아즈텍전사의 기운이 그에게 왔던 것은 아닌가 거부의 마음은 없다 인간은 살아있는 새끼를 낳고 키우는 감정이 있는 소나 돼지 양 오리 닭등을 꼬치에 끼워 혹은 날고기로 잘들 먹고 살지 않은가?
기상천외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웹툰만화 같기도 하지만 다른 것은 반전이 철학자도 놀랄 만큼 삶의 반성과 깊은 생각으로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30만 부가 찍혀나갔다고 하니 시원하고 통쾌한 돌망치와 직구를 날렸지만 돌아와 표적을 두배로 두들겨 패는 글들을 사람들은 얼마나 목말라했는가ᆢ 실감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