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 부모, 사회 그리고 국가를 만난다. 그런 과정 속에 삶의 스토리가 있다. 그 삶의 나이테 속에는 생존, 배움, 사랑이란 관계 속에 켜켜이 얽혀있는 만남의 장들이 늘 있다. 그 순간들이 모여 나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나의 삶속에 기독교인으로 신앙생활은 20대에서 50대인 지금까지니 분명 큰 획이다.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적 신앙관에서 출발해 지금은 ‘종교의 본질은 같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의 양심의 소리를 듣고 살며 실천해가는 것이 으뜸 삶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그런 삶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독서, 도반들과 교제, 수련, 그리고 신앙의 스승이 있었다.
나의 신앙 성숙의 밑그림에는 하늘씨앗교회를 통해 만난 스승들이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어 기존 기독교신앙관에 식상하고 방황과 체념으로 허송세월을 보낼 때, 더 깊고 넓은 삶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셨으니 송기득 교수님, 홍순관 목사님, 그리고 한성수 목사님이다.
준비된 제자에게는 스승은 늘 기다리고 있다는 말처럼 송 교수님의 인간주의적인 신앙관 그리고 감성적 사유력이 탁월한 홍목사님, 이성적 사유가 발달한 한목사님, 이들은 나의 마음을 잡아주고 새로운 대안의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안내했다.
송 교수님의 인간주의 신앙관, 탈애굽정신을 상기시키며 인간의 자유함을 노래하고 기독교인은 가난한자, 과부, 병든 자를 우선 돌봐야한다고 가르치며, 관용과 포용력 있는 그리스도인을 역설했다. 심지어 사회주의 이념을 지닌 중국인을 하나님의 또 다른 자식이라고 말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유연함에 탄복했다.
홍목사님은 한국전쟁 피난민 유민을 시작으로 신학대학에서 서양철학전공, 미국과 캐나다등지에서 20여년 이상을 다국적인을 위한 설교,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심미안과 세계인적인 관점(world view)을 구축하면서 삶과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또 풀 한포기, 바윗돌 하나, 흙 한줌과 조가비의 모습을 통해 삶의 신비를 깨우쳐주고 하나님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셨다.
한성수 목사님은 물리학도출신으로 신학대학을 졸업하신 분으로 이성적사고가 뛰어나다. 그분의 말씀과 삶속에 합리적인 사고와 과학적인 정신이 몸에 배어있는 분이다. 과학적 지식이 없는 신앙은 종교를 기적만을 꿈꾸며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산다. 하지만 과학적 사고가 있는 신앙인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지녀 신앙인의 성숙을 자연스럽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세분의 삶과 사상이 나에게 이렇게 많은 변화를 주었듯이 하늘씨앗 교회에도 그분들의 삶의 궤적과 지적, 신앙적 사유는 엄청난 자양분이었다고 생각된다. 교인 모두가 겸손하되 당당한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모습, 늘 배우려는 지적 호기심, 참 예수의 도를 실천하려는 모습들, 예를 들어 자신의 알고 있는 지식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내는 재주, 유머감, 올바른 것은 올바르다라고 말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당참, 알갱이가 꽉 찬 신앙인의 모습이다.
순천이라는 곳, 보수적인 성향의 도시로 강한 유교적인 문화와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삶속에서 기독교신앙인으로 삶은 어느 곳과도 다르지 않게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에 바탕을 둔 도시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는 이런 환경 속에서 대안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만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순천지역은 어느 지역보다 시민활동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그 이면에, 하늘씨앗교회의 공도 크다고 본다. 눈치 보지 않고 양심의 소리를 배운 하늘씨앗교회 정신이 아닌가 여겨진다.
고대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자기 고국에 처음으로 학교를 세워 유럽문명을 태동시킨 시조다. 그는 당시 문화 선진국인 이집트에서 20년 공부, 페르시아 침공으로 페르시아에 포로로 잡혀가 14년을 공부하고 고국에 돌아가 학교를 세우고 동서양 문화의 가교자를 했던 분이다.
송 교수님의 인간주의 신학이 태동하기까지의 사유와 성찰, 홍 목사님이 해외에서 30여 년간 자연과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신앙관에 신앙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유연함, 한 목사님의 과학적 사고를 통한 성경을 읽기는 현실적인 안목을 가지고 신앙을 바라보는 상식적인 신앙인이 되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세분을 하늘씨앗교인들이 수십 년을 만나고 함께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하늘씨앗교인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지나친 자유로움 때문에 공동체를 지향하는 하늘씨앗교회가 때로는 손해를 볼 때가 많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공동체 일을 할때는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솔직한 대화와 나눔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씨앗교회는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우고 공동체는 뒷전일 때가 많아 보였다. 이유와 명분이 있겠지만 더 큰 그릇으로 만들어갈때는 양보와 배려가 더 필요하기도 하다.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하늘씨앗교인들은 그런 점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늘씨앗교회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 15주년, 20주년, 100주년 기념을 통해 예수의 참사랑을 실천하고 행복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하늘씨앗교회가 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