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창의적’이라는 말을 쓸 때 두 가지 표현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창의적 발상’과 ‘창의적 문제 해결’이라는 표현이다. 문학이나 예술에서는 창의적 발상에 비중이 있을 것이고, 과학이나 공학에서는 창의적 문제해결에 비중이 둘 것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 공통분모는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고는 사물을 보고 관찰하는데서 시작된다. 사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람과 사물, 자연을 낯설고 눈부신 것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사물의 겉모습뿐 아니라 그 속까지 보아야하고, 보일 때까지 참고 견디어야 한다. 아무리 익숙한 것이라 할지라도 마치 세상에 태어나 그것을 처음 본 것처럼 말이다. 천재의 독창성은 본질적으로 보는 방식에 나타난다. 낯선 시선으로 한 번 바라보라. 그럼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천재의 재능이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능력, 다름 아닌 새롭게 보일 때까지 고통을 견뎌내는 것, 고통 속에서도 관찰에 대한 열정이 고갈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바로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가 만나는 접점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창의성의 원천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 사고에 대한 사고, 즉 생각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이것이 창의적 글쓰기다. 그래서 예술적인 창의성이든지, 과학적 창의성이든지 창의성의 문제는 글쓰기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내 안의 창의성을 끌어내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글쓰기를 통해 창의성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부딪친다.
창의적인 글쓰기에 대하여 우리에게 인기 있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특강의 내용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꿈을 메모하고, 내 안의 위대한 감각을 느껴라!”라고 외친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만화와 시나리오를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공부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일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욱 좋아하게 됐고, 그러다 보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그 이야기를 말하며,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에 매진했다고 한다. 좋은 스토리는 일종의 게임과 같다. 읽는 동안에 예상하지 못하다가 막판에 와서 크게 놀랄 수 있어야 한다. 즉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마술과 같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하지만 창의력을 키우는 비법은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일상에서 창의력 키우는 비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법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창의력은 자신에게 맞는 규칙성을 찾아 습관화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는 16살 때부터 아침마다 4시간 30분씩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마치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숨고르기부터 시작해 천천히 실력을 쌓아야 상쾌하게 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 비법은 꿈을 메모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모든 제약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유행이나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정수(精髓)를 찾을 것을 권했다. 내면에서 끄집어내는 소설이라야 좋은 소설이 된다는 것. 이를 위해 꿈을 메모하는 그만의 독특한 습관을 밝혔다. 자신의 내면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가장 쉽고도 좋은 방법은 꿈을 메모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상태에서 나타나는 꿈은 자유로운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꿈을 기록하는 것은 창작의 원천이 되며 자신의 내면을 존중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밤 꾼 꿈에 대해 기억이 나는 데까지 두서없이 쓴다고 한다. 이것이 베르베르 소설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 비법은 자유의 특혜와 고통을 즐기는 것이다. 자유의 특혜를 그는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자아의 내면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유행을 좇아도, 기존과 비슷해도 안 된다. 내면에서 하고 싶은 걸 끄집어내야 한다. 그는 “꿈은 자아의 본질로 꿈꿀 때만큼은 외부 간섭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상태”라며 “꿈을 기록하라”고 주문했다.
네 번째 비법은 관찰하는 것이다. 그는 ‘개미’를 쓰는 데 12년이 걸렸다. 16살에 시작해서 28살에 완성했다. 마음에 드는 완벽한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개미’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완벽함에 대한 도전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사실 꿈에 개미가 나와서 모티프를 제공했다고 한다. 머릿속에 있는, 좀 더 정확히는 우뇌 속에 있던 개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어떤 생명체나 사물에서도 오랫동안 관찰하면 넘치는 에너지와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자기 자신을 대상에 투영할 수도 있다. 그는 개미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개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동화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개미뿐 아니라 나무, 물고기 등 어떤 동식물에게도 가능하다. 관찰을 거듭하면 소설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다섯 번째 비법은 내 머릿속의 선생님을 지우는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타인의 평가, 사회 관습, 편견 등을 의식해 스스로 울타리를 치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피카소 스스로가 평가했다면 오늘날의 피카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물 투영 훈련법으로 내면에 창의성이 있음을 깨닫고, 그 다이아몬드를 빛나게 하라고 조언한다. 당장 나무에 손을 대고 뿌리의 축축함과 잎사귀의 촉촉함을 느껴보라. 또는 빛이 잘 들지 않는 방에 가서 별을 떠올리고, 별의 시각이 돼 세상을 내려다보라. 그러다 보면 우리 스스로 알지 못하던 커다랗고 위대한 감각이 우리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국어판 ‘신’의 원제는 ‘우리는 신이다’이다. 우리 안에 신과 같은 놀라운 힘이 내재함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즉 우리 내부에 창의력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로 생각하라. 또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라. 우리가 이전에 몰랐던 것을 깨닫고 창작 욕구를 느낀다면 우리는 세상을 바꾼 것이다. 그는 우리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자신을 스스로 믿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면의 다이아몬드 같은 창의력을 스스로 빛나게 하라. 이런 인식은 좋은 의미에서 ‘전염성’ 있는 현상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유로운 마인드로 창의성을 빛낸다면, 우리에게 영감을 받은 사람들도 변해갈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내 약점은 내 예술의 근원’이다. ‘창의력의 최대 걸림돌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며 ‘두려움을 인정하고 보완할 때 창의력은 살아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면 주변의 문제들을 본능적으로 더 쉽게 해결하고, 세상을 더 풍요로운 곳으로 보며, 삶을 더 즐길 수 있게 된다. 더욱 창의성을 키우는 것은 미래 사회의 요구일 뿐 아니라 행복한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 문제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주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실천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이런 실천적인 요구가 바로 창의적인 글쓰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