彦頤(언이) 門下侍中瓘之子也(문하시중관지자야) 工文章(공문장)
深於易學(심어역학) 作易解(작역해) 傳於世(전어세)
仕仁宗(사인종) 毅宗(의종) 致政堂文學(치정당문학) 諡文康(시문강)
晩年好佛法(만년호불법) 退居坡平(퇴거파평) 自號金剛居士
(자호금강거사) 嘗與僧貫乘(상여승관승) 爲空門友(위공문우)
貫乘作一蒲庵(관승작일포암) 止容一坐(지용일좌) 約先逝者
(약선서자) 坐此而化(좌차이화)
一日(일일) 彦頤造貫乘(언이조관승) 告別徑還(고별경환) 貫乘遣人
蒲庵(관승견인포암) 彦頤笑曰(언이소왈)
"師不負約(사불부약)" 遂取筆書于壁(수취필서우벽) 曰(왈)
"春復秋兮(춘복추혜) 花開葉落(화개엽락) 東復西兮(동복서혜)
善養眞君(선양진군) 今日道中(금일도중) 反觀此身(반관차신)
長空萬里(장공만리) 一片閑雲(일편한운)" 書畢(서필) 坐其庵而逝(좌기암이서)
<어 휘>
* 尹彦頤( ? ~ 1149) : 고려 시대의 문신으로 김부식을 도와 묘청의 난 진압에 참가하였
으며, 벼슬은 정당문학에 이르렀고 시호는 文康이다.
* 尹瓘( ? ~ 1111) : 고려 예종 때의 문신으로, 여진을 공격해 북방에 九城을 개척하고,
벼슬이 문하시중에 이르렀으며, 시호는 文肅이다.
* 門下侍中 : 문하성의 장관
* 工文章 : 문장을 잘 지음
* 嘗 : 과거의 사실을 서술할 때 쓰이는 부사(副詞) / 嘗欲一見 (전부터 한번 보고 싶었다)
未嘗不感嘆(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
* 空 門 : 불교, 불법(佛法)
* 蒲 庵 : 억새로 지붕을 인 초가
* 止容一坐 : 좌석 하나만을 놓게 만듬, 止는 '다만'
* 逝와 化 : 여기서는 '죽는다'는 뜻으로 쓰임
* 徑 還 : 머무르지 않고 바로 돌아 옴, 徑은 바로 혹은 곧장
* 遣 人 : 사람을, 遣은 전치사로 '~을' 에 해당
* 師 : 스님, 승려
* 不負約 : 약속을 저버리지 않다.
* 眞 君 : 마음, 타고 난 본래의 정신
* 反觀此身 : 나의 몸을 돌이켜 본다. 반성하여 참된 자신을 안다.
<번 역>
언이(彦頤)는 문하시중 관(瓘)의 아들이다. 문장을 잘 지으며 주역에 조예가 깊어 '역해(易解)'를
지어서 세상에 전하였다. 인종과 의종 때에 벼슬하여 정당문학에 이르렀고, 시호는 문강이다.
늙어서 불법을 좋아하여 파평에 물러 나 살면서, 스스로 금강거사라 하였다. 중 관승과 더불어
불가의 친구가 되었다. 관승이 초가집 한채를 지었는데, 다만 한 사람의 좌석만 놓을 수 있었다.
먼저 가는 사람이 여기에 앉아서 죽기로 약속하였다.
하루는 언이가 관승을 찾아 가 작별을 고하고 곧장 돌아왔다. 관승이 사람을 초가집에 보내었다.
언이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스님이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면서 붓을 잡고 벽에 쓰기를,
"봄이 다시 가을이 됨이여, 꽃이 피고 잎이 지누나, 동에서 다시 서로 감이여, 마음을 잘 길렀도다,
오는 길 가는 중에, 이 몸을 돌이켜 본다, 만리 긴 하늘에, 한조각 한가로운 구름이네" 라 하였다.
다 쓰기를 마치고는 암자에 앉아서 죽었다. (고려사 열전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