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상에 빠지다
- 영산정사(靈山精舍) 성보박물관
영산정사는 한국의 진귀한 불교문화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사찰이다. 성보박물관과 2020년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와불(길이 약 120m, 불상 길이 약 82m, 불상 높이 약 21m)이 조성되어 있어 불교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은주가 영상 35도를 넘어선 지난 8월 7일, 신자들도 보이지 않았고 성보박물관 관람객 중 단 한 명의 신자나 박물관 관리원조차도 만나지 못했다. 사찰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농로로 들어서다 길이 막혀 양옆으로 벼가 자라고 있는 좁디좁은 논길을 후진해서 나와야 했다.
영산정사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와 군사들의 훈련장이 위치하였던 옛 삼적사 터에 고불당(古佛堂) 경우(鏡牛) 스님이 어머니의 공덕을 기리기 위하여 1997년 지은 사찰이다. 부산에 소재한 불교 교화와 건전한 민족정신 선양을 위한 단체인 화쟁교원(和爭敎院)에 소속되어 있다.
◇ 놀라운 경력의 창건주
고불당 경우 스님은 경력이 매우 독특하다. 표충사, 불국사, 조계사 등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사찰의 주지와 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 및 대한불교신문, 불교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미국, 인도, 중국, 소련 등의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고 속세명은 김용오이며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성보박물관에는 창건주 경우 스님이 40여 년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성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되어 있는 100만 진신사리와 팔만대장경의 원본인 ‘10만 패엽경(貝葉經)’은 세계 기네스북에 등록되었다. 성보박물관에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인 밀양 영산정사 고불서(密陽靈山精舍 古佛書)와 밀양 영산정사 석조여래좌상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불상과 보살상, 그리고 사명대사의 최초 영정 등이 모셔져 있다.
◇ 매력만점의 보살상
석가모니는 한 분인데 그를 묘사한 상(象)이 너무나 다양하다. 전시된 엄청난 수의 불상을 더 넓은 곳을 마련하여 나라별, 시기별로 잘 전시해 놓으면 불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1층부터 4층까지 주제별로 전시된 물품을 보다가 아주 으스대지만 교만하지 않고 당당하지만 친근함이 묻어 있는 보살상과 마주했다. 보살상이 주는 오묘한 매력에 한참을 서 있었다.
무엇을 알고 있기에 저런 자세가 가능할까? 보살과 마주 앉아 그가 알고 있는 지식과 나의 식을 견줘보고 또 자세도 배우고 싶었다. 진한 여운을 남기고 나서는데 입구에 자율관람비 2,000원이 안내되어 있었다. 관리원이 없어도 저절로 납부하게 만든 성보박물관이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