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필통 하나를, 그리고 그 안에 이것저것 챙겨 넣으면서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한 주제는 '은하철도의 밤'입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을 접한 것은 어릴 때 '은하철도 999' 만화였지마는, 그 심도 깊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만화에 모티브를 주었다는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제목의 책도 도서관에서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대로된 내용을 접한 것은 나중에 읽은 '반쪽 달'이라는 소설에서였습니다. 두 주인공이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대사를 읇는 것으로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거든요~
'반쪽 달'을 상당히 좋아하기에 그것에서 인용한 '은하철도의 밤'도 제대로 찾아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아마도 5년 전 즈음, 세로쓰기로 출간한 판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서점으로 향했고 드디어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은하철도의 밤'이 한국에서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보니 이번 글에서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삼가겠습니다.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후술하겠지만 데스크에 책을 비치해둘 예정이니 오셔서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은하철도의 밤'은 이후 여러 작품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나 린 타로의 '은하철도 999'가 대표적이고, 아니면 위에서 언급한 하시모토 츠무구의 '반쪽 달'도 어느 정도는 그런 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서일지 그 내용에 대해서도 사람마다의 각자의 생각들이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본 '은하철도 밤'에서의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씁씁한 관계를 좋아하는 분도 계실것 같고, 아니면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메텔, 혹은 '반쪽 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도 계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취향은 서로 다르겠지만, 다만 세 작품 모두 미야자와 겐지가 제시한 몽환적인 그 분위기를 공유하며 매력을 담아낸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로 세트를 구성해보았습니다.
필통은 작품 집필 시절(1930년대)에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던 형식의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슬라이드 방식 원목 재질의 필통에 나전을 붙이고 카슈로 마감하여서 켄타우로스 축제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다녔을 법한 모습을 의도했습니다. 나전칠기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서도, 그래도 여러 나전 디자인들 중에서 마음에 드시는걸 가져가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연필은 동아 연필의 클래식 블랙입니다. 연필향나무를 검게 염색해서 하얀색 기호로 장식한 모습이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심 경도는 B입니다. 연필을 깎으실 수 있도록 도루코 새마을 칼도 동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이누르의 지우개가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이 랜덤으로 들어있는데 공통적으로 잘 지워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일주일 정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써보았습니다. 목적지가 정해진 승객이자 소시민이기 때문일지 이것저것 기록할 일이 많아서 연필은 점점 짧아지고, 지우개는 줄어들고, 필통의 여닫는 느낌도 점점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햇볕에 비친 나전과 분을 마주치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가령 소설 속 캄파넬라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같은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열차 티켓,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내일로 철도 패스를 구해서 필통을 들고 기차에 타보고 싶습니다. 여정이 정해진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서 휴대폰 속 전자 티켓을 손에 쥐고 필통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그 소설에 대해 새로운 감상이나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읽어보실 수 있도록 소설이 수록된 책도 준비해두었습니다. 구경 오셔서 읽어보셔도 유익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판매품
품목 | 구성 | 가격 (원) | 비고 |
필통 세트 | 필통, 연필 5EA, 문구도, 지우개 | 15,000 | 연필은 파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래의 별개 포장 그대로 제공해드립니다. |
전시품
은하철도의 밤(김동근 역, 소와다리)
미야자와 겐지 전집. 1(박정임 역, 너머)
계속 드림.
첫댓글 데스크 confirm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항상 감사드립니다 ^^
오! 계속님의 새로운 시도군요! 멋져요!
지금도 틈틈히 작업하고 있는데 펜쇼 전까지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자개라니 멋진 도전 응원합니다!!
실물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만들고 있는 저도 완성된 모습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너무(이제는 긍정의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죠?) 멋진 데스크입니다. 계속님의 계속되는 도전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곧 인사드리겠습니다 :))
오~ 계속님~~
반가운 분의 반가운 소식 중 더 반가운 작업이 보이네요~~ㅎㅎ
계속님은 계속 발전 중이시군요~~^^
하나하나 할 때마다 박물관의 칠기들이나 마키에 펜들이 다시 보이고,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