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철회 뒤 순환휴직도 못 받냐?” “8월말까지 해결 안 되면 국정조사” |
[8.18 한진청문회 종합] 여야 의원 ‘해고철회’ 한 목소리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이 국회에서도 입증됐다. 18일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조남호 회장에 대한 질타가 14시간에 걸쳐 쏟아졌다. 국회의원들은 사태해결을 위해 회사와 조 회장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끝내 조남호 회장은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아 공분을 샀다.
▲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청문회에서 국회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명익=노동과세계 |
“현금배당액수만 94명 10년 치 월급”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올 해 초 회사가 2천 5백억 원에 달하는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지적하며 재무 상황에 문제가 없음에도 부도덕하게 정리해고를 진행했다고 몰아붙였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회사가 전망이 없고 재정적으로 위기 상황이라면 회사채 발행이 안 된다. 재무 상황에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조남호 회장은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조남호 회장 자신은 회사를 통해 개인 부를 늘렸으면서 3천 명을 자르고 있다. 기업인의 윤리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를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영업이익률이 13%로 높고 한국기업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현금 유동성자산만 1조원이 넘는 회사다. 이런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가 1년 딱 한번 적자를 봤다고 3천 명 해고하는게 말이 되냐”며 “오히려 더 큰 적자를 본 STX조선도 정리해고 하지 않았다. 한진중공업의 경영 철학은 무조건 사람 자르는 거냐”고 조남호 회장을 질책했다.
▲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부당하고 해고는 살인이라며 조남호 회장에게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명익=노동과세계 |
“더 큰 적자 본 다른 곳도 해고 안하는데”
이날 환경노동위 의원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지적하며 조 회장이 제시한 3년 뒤 복직 등의 방안을 비판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2003년 당시 사망한 김주익, 곽재규 열사 장례식 동영상을 튼 뒤 “해고는 살인이다. 이미 한진중공업에서 3명이 정리해고 때문에 죽었다. 이들은 조 회장이 죽인 것”이라며 “재벌의 아들로 태어난 조 회장은 해고가 무엇인지 모른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 8월18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가 열리던 날,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던 한진중공업 노동자와 가족은 국회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명익=노동과세계 |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지난 10일 조 회장이 발표한 호소문 내용을 지적하며 “희망퇴직자에게 위로금과 학자금 주겠다, 지역발전기금 내겠다고 했는데 그럴 돈 있으면 정리해고 안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조 회장에게 물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도 “3년 내 재고용 하겠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최소한의 의무로 명시돼 있는 것이다. 그것을 대안이라고 발표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부산 지역에서 해고된 사람 중 25%가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라며 “사회기금을 낸다고 했지만 부산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기금이 아닌 고용안정”이라고 정리해고 철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환경노동위 의원들은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며 회사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현재 노사간 신뢰 문제를 만든 것은 조남호 회장을 대표로 한 사측”이라며 “회사가 한 발 양보할 때만 사태를 풀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정 의원은 “노조가 94명 해고자에 대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우선 복직시킨 뒤 순환휴직 등 운영방안을 논의하자고 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냐”고 조 회장에게 묻는 등 해결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해고철회 뒤 순환휴직 등”도 거부
이어진 심문에서 정동영 의원은 “94명을 복직시켜도 회사의 부담은 37억이다. 이 중 고용노동부의 고용지원금까지 받으면 절반도 안 되는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면서 “이정도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대기업의 총수로서 결단할 수 없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조 회장은 “현재 회사가 처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위해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인력도 일감이 없는 상태”라며 3년 뒤 복직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조 회장은 “다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팔 하나를 떼내는 고통으로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지금은 현재 남아있는 1천4백 명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며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일체의 진전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노조와 소통을 더 하겠다. 논의하겠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하면서도 노사 협의에 직접 책임있게 나서라는 홍영표 의원의 제의에는 “지금은 수주가 급하다. 수주를 위해 출장가야 한다”고 답했다.
▲ 청문회를 지켜보던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명익=노동과세계 |
특히 조 회장은 “지금 영도조선소가 비어있기 때문에 빠르게 배 인도를 원하는 선주들은 영도조선소를 원할 것”이라며 “수주의향서를 작성한 2곳도 파업이 끝난 줄 알았다가 그렇기 않자 지금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홍영표 의원이 “그렇다면 무엇보다 노가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니냐. 노사 협의에 더 책임있게 나서고 94명 복직이 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입장은 여전했다.
조남호 “수주위해 또 출장가야 한다”
이런 조 회장의 입장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분노를 표했다. 정진섭 의원은 “청문회까지 나오면서 진전된 안도 없이 똑같은 얘기만 할거면 뭐하러 왔냐”고 호통을 쳤다. 홍희덕 의원도 “한결같이 전원 정리해고라는 4개월 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아무런 진전된 안도 없이 청문회에 나왔다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홍 의원은 “회사가 정말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영도조선소에도 수빅처럼 하청으로 채우겠다는 의도로 생각된다”고 의문을 표했다.
홍영표 의원도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이며 복직되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데 회사는 어떠한 양보를 했냐”며 “정리해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철시키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보다 못한 장제원 의원은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사측이 더 강경한 입장이라고 알 것”이라며 “회사 경영 상태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현금 자산이 1조나 있으면서 94명 복직도 왜 들어주지 못하냐. 청문회 내내 고려해보겠다는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회장이 결단 내릴 수 없냐. 왜 노동자들의 가슴 절절한 호소를 듣지 않냐. 객관적으로 봐도 한진중공업 회사 측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조남호 회장은 입을 다문 채 대답을 회피하다가 “노력하겠다. 다음주 부터라도 진심을 갖고 노조와 소통을 해보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미경 의원은 “조남호 회장이 주장하는 3년 후 복귀는 오늘 국회에서도 동의를 받지 못한 내용”이라며 “오늘 청문회의 결론이 94명 노동자 복직과 이후 노사가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맺어지지 않는다면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 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후 국정감사와 세무조사, 2차 청문회 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도 “8월 말까지 정리해고 문제와 김진숙 위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야5당이 반드시 한진중공업 탈세 등 각종 의혹 해결을 위한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최대 현안으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