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친절과 호의
(홍성남 신부)
막노동을 하면서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열심히 기도했던 자매가
죽어서 천당을 가게 되었습니다.
천당에 들어선 자매는 말만 번지르르했던 본당 신부와
발가락으로 일을 시키던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온종일 찾아다녀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매는 하는 수 없이 천당 민원실을 방문하여
본당 신부와 시어머니를 뵙게 해달라고 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민원실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자매님. 오랜만이요.
아가야. 반갑구나.
반가운 마음에 자매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디 계신 거지?
그때 발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길 봐라.
발밑을 내려다보니 웬 혓바닥과 발가락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입으로만 좋은 말을 했던 본당 신부는 그의 혓바닥만.
또 발가락만 움직여 며느리에게 일을 시키던 시어머니는
그의 발가락만 구원을 받은 것이지요.
주변에 보면 입만 살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친절한 말로 마치 간이라도 빼줄 듯합니다.
그런데 혼란스러워집니다.
내게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것 같은데 웬지 마음은 불편하고
그렇다고 내가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에게 상처를 줄 것 같고.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방어기제 가운데 `반동 형성`이 있습니다.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과는 정반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인데 이는 내심으로는 욕을 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자기감정을 숨기려고 정반대의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지나친 칭찬이나 과한 친절은 `반동 형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간신배들이 이 반동 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해서 자기 군주를 속인 대표적인 사람들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랫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젠가 자기 자리가 지금보다 좋아졌을 때 본심을 드러내고
나를 모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잘 모시고 싶어서 하는 행위를 지나치게 의심하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한편 상대방이 자신의 이상형인 사람으로 생각할 때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사춘기 아이들이 연예일을 동경하듯이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심리 현상이 나타납니다.
한데 이런 심리 현상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령 존경을 표하는 대상으로서도 그렇지만
가끔 동성애적 감정을 표할 때도 나타나니까요.
적당한 거리가 유지 될 때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과도한 친절과 호의를 베풀거나 지나치게 밀착하려 한다면.
의존적인 성격이거나 미성숙한 심리의 발로일 가능성이 크니
부담스럽기 전에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만약 부담감도 느끼지 않고 거리도 두지 않는다면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십상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내게 베푸는 친절이 모두 좋고 진실한 것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