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권남주 사장, 文정부 알박기 인사 논란에 리더십 위기
권 사장, 文 전 대통령 임기 말 임명
與 “알박기 인사” 지목…감사원 감사 받아
캠코, 구조조정·PF정상화 핵심 역할 맡아
“구조조정 시급한데 수장 입지 흔들려서 되겠나”
송기영 기자
입력 2023.05.02 06:00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캠코 제공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캠코 제공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역할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남주 캠코 사장의 거취에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등에서 캠코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는데, 권 사장이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춰 일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권 사장은 현재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고, 여당으로부터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PF 사업장을 지원하는 PF대주단에 참여했다. 대주단은 부실 및 부실 우려가 있는 부동산 사업장에 대해 신속하게 만기연장 등 채무재조정이나 신규자금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주단에는 총 15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캠코는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부실PF 매입·정리 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 이 펀드는 부실 가능성이 가장 큰 브릿지론을 인수할 계획이다. 부동산 PF는 본PF와 브릿지론으로 나뉜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PF 대출 실행 전 초기 사업비(토지매입비 등) 조달을 목적으로 제2금융권에서 받는 단기·고금리 대출을 말한다.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최악의 경우 연쇄 도산에 내몰릴 수 있다. 그만큼 펀드를 운용하는 캠코의 역할이 막중하다.
캠코는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운용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 펀드는 캠코·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총 50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다. 이를 운용할 캠코는 민간 운용사를 모집해 5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쓰인다.
부산에 위치한 한국자산관리공사 내부 모습./캠코 제공
윤석열 정부에서 캠코 역할이 확대되자 권 사장의 리더십에 우려를 나타내는 금융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 권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 1월에 임명됐다. 권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1월까지로 윤석열 대통령과 3년 가까이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권 사장 임명 당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월 말까지 5년간 캠코에 임명된 친정권·친여당 성향 임원이 9명이다”라며 이들을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낙하산 인사’로 규정했었다.
권 사장 취임 후 캠코의 실적 역시 부진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은 30조원 규모로 시작했지만, 1월 말 기준 1892명만 채무 조정을 받는 데 그쳤다. 시행 전 새출발기금 예상 신청자가 4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이다.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계속 연장해 주면서 역할이 무색해진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고의 연체로 새출발기금을 지원받아 채무를 탕감하는 방법이 공유돼, 제도가 불량 차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사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캠코는 역성장했다. 캠코의 매출은 2021년 6986억원에서 지난해 7262억원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3억원에서 251억원으로 감소했다. 권 사장은 또 올해 초부터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캠코가 업무추진비를 회의비로 전용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감사가 권 사장 교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정상화와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한데, 핵심 역할을 맡은 캠코 사장의 거취가 불안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캠코 측은 다만 권 사장은 내부 출신이고, 정치권과 인연이 없다는 점을 들어 권 사장 교체설을 부인하고 있다.
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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