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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그리운 날에는 막걸리가 있는 대폿집이 어떨까. 처음 본 옆자리 손님과 어울려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기울이자. 신산스러운 봄날, 대폿집에서 마신 막걸리 한 잔이 우리 나른한 몸과 마음에 단비를 뿌려줄지니.
<막걸리 기행> 저자 정은숙씨가 자신의 책에 소개한 대폿집 중 몇 군데를 추려 소개한다.
▶정화집
전북 김제시 교동 71번지, 063-547-7833
단층 슬레이트 지붕을 한 대폿집. 테이블 중앙에 연탄 화덕이 있는 풍경이 정겹다. 주인 아주머니가 그날그날 준비한 안주를 내놓는다. 운이 좋으면 '말고기' 같은 별미를 맛볼 수도 있다. 매달 15일은 쉰다.
▶남원집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147-29번지(제일은행 뒤), 02-737-2838
테이블이 3개밖에 없는 비좁은 가게 안은 늘 만원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어렵다. 남원 출신 주인 아주머니가 얼큰하게 조리한 대구찜이 이곳의 대표 안주. 휴일은 쉰다.
▶할매집
서울시 강동구 천호4동 361-21번지, 02-473-3753
이름은 할매집이지만, 할머니는 없다. 대신 미모의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빚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도토리묵, 두부김치가 맛있고, 공짜 안주로 나오는 비지찌개도 맛이 그만이다. 일요일은 쉰다.
▶번지없는 주막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634-58번지, 033-637-4441
비닐 천막으로 지은 대폿집. 그야말로 '번지수'가 있을까 싶은 곳이다. 양조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주인 아저씨가 100% 국산 쌀로 직접 막걸리를 빚는다. 전통 누룩에, 설악산에서 떠온 물로 담근다니 두말해서 무엇하랴. 일요일은 쉰다.
▶남산동 도루묵집
대구시 중구 남산1동 725-7번지, 053-422-0747
특이하게도 한 잔에 1000원 받는 잔술만 판다. 담백하고 고소한 도루묵구이(8000원)가 인기 안주다. 잔술을 더 주문할 때는 '아줌마' 하고 부르는 대신 술잔을 젓가락으로 두 번 두들기는 게 이 집의 주도다. 첫째, 셋째 일요일은 쉰다.
▶서창집
충남 논산시 강경읍 중앙동 16번지, 041-745-4614
1960년대까지 젓갈시장으로 크게 번성했던 강경 포구 대폿집촌의 명맥을 이어가는 곳.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출사 장소로도 이름 높다. 성격이 호탕한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빚은 동동주(한 주전자 1만원)는 마치 과일 향 같은 단맛이 난다.
▶홍집
전북 군산시 신영동 13-4번지(군산 옛 시장 내), 063-446-9912
한 주전자에 1만원 받는 막걸리만 시켜도 홍어회무침, 생선조림, 은행구이 등 푸진 안주가 상을 가득 채운다. 전주 막걸리촌과 비슷한데 항구도시답게 어패류가 많다. 주인 아주머니 혼자 안주 장만이며 서빙을 도맡아 하는 게 싼 술값의 비결이다.
▶동삼집
전북 남원시 금동 206-1번지 고샘 골목, 063-625-0246
대폿집 몇 군데가 모여 있는 금동 고샘 골목 안에서 40년째 영업 중이다. 막걸리 한 주전자(4000원)를 시키면 10여 가지 안주가 따라 나온다. 연탄불에 굽는 돼지갈비(6000원) 맛이 기가 막히다.
▶말집해장국
전남 여수시 공화동 샹보르호텔 옆 골목, 061-666-1306
여수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막걸리를 시키면 연탄불에 구운 돼지껍데기를 공짜로 내준다. 친엄마처럼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정이 더 기억에 남는 집이다.
▶할매집
충북 충주시 충의동 151번지(공설시장 내), 043-843-7848
구순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이쁜이 할머니'가 직접 빚은 술과 안주를 내놓는다.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들이 이 집 단골이다. 안주는 철판에 부쳐낸 파전이 전부. 한 잔에 1000원씩 잔술도 판다.
▶전원일기(옛 할매집)
경남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813-13번지, 055-352-0016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부터 문을 연 대폿집. 전통 누룩과 엿기름으로 만드는 동동주 맛이 범상치 않다. 첫맛은 은은하게 달면서도, 뒷맛이 깔끔해서 웬만큼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창업주인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지금은 며느리가 그 솜씨를 물려받아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