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걸음아 천전히 가자 / 화산 박을원 시인
세월만큼 걷는 걸음아
지금 "나 어디까지 왔니"
먼길 돌도 돌아서 양지바른 쉼터에
할미꽃 피어지고
화량한 바람만 스치는 풀잎새 사연 실어
한고비 넘고 넘어 가신님 강가에 흩뿌리고
눈물 겹도록 쓰잔한 아픔 가슴을 치며
살아 숨쉬은 감성 휘어잡아
넓 푸른 하늘에 고하니
세월만큼 산만큼 가는 걸음아
너무빠르지도 느리지도 말고
조금만 천천히 가 주렴
나 태어나 여태 다 보지지 듣지 하지 못해서
그냥 가면 서운하다 섭섭해 하지 않겠나
세상에 나 너 라는 동행을 우정어린 벗으로
평생을 애닮도록 미덥던 세월아
고이 담아둔 가슴 속 한켠에 미련 남아가는
걸음이거는 어찌 무량 세계라 하지 않겠는가?
지겹도록 보고 또 보고 싶어서
머리속 생각을 지워 없애려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것을 어찌하랴!
벌써 간다 탓하며 인심좋은 정 남겨 놓은 터울에
너무 많은 사랑을 주어 담았는 가봐?
우리 서로 가는 걸음이 행복하고 사랑했거늘
혼자 가는 걸음아 피빛 통곡을 외쳐도 목 놓아 불러봐도
대답없는 메아리만 징검다리 되어 돌아 온다네
걸음아,우리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가자.
젊었을 때 내딛는 한발 걸음이
한 때는 재촉하고 탓도 많았지만 찰나의 시간이더라
이제는 다리아파 쉬었다 가자. 어디면 어떠하랴
가는 길 험해도 지나고 나면 뒤엉켜진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잘 했어"라고 위안삼아
해지는 태양아래 술이라도 한잔 하며 쉬었다 가자.
이승에서 한풀이 저승갈 때 짊어지고 갈소냐
세상 인심 다 얻어서 어이둥실 어깨춤 들썩이며
향기나는 우정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못쓸 헛된일이 있거든 그저 빨리 지나가자 구나.
아래 숨죽인 뿌리도 인고의 삶을 갈구하며
생을 위해 세상살이 깊은 참뜻을 알고
살아가듯 어제 일은 오늘 생각나고
오늘 일은 내일이며 앞으로 가는 길이
어떠한 즐거움이 여유로움이 있을른지
절망과 실패가 동행할지 난 모르지만
다만 열심히 살고 포기하지 않는 굳은 결심
초심의 걸음으로 가자 한다.
저 푸른빛 바다 햇살 기둥 세워둔 푸른 하늘
타고 오른 뭉게구름 경관 좋은 능선지에
쉬었다 쉼하며 팔자타령 장단맞춰
노래 한곡 불러보고 바람따라 가자한다 걸음아~
가는세월 붙잡을 수 없는 걸음아 네가 간다해도
헤집어 놓은 세윌 내어줄 것 내어주고
욕심부리지 말고 탐하지도 말며 뒤돌아 보고
챙겨주는 배려 않고 긴 우정으로 어깨동무 함께 걷자.
노을진 그림자 동쪽 배 태워서
부질없는 어린마음 다 주고 가는
그대가 어쩜 위대한 스승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번 걸어 보세나
세상인심 얻어 더 좋은 더 많은
곳에서 너그럽게 후세에
반겨 맞이하며 덧없는 인생
잠시나마 즐겁게 놀다 가는 걸음아
속절없는 옛사랑 잊지말고
두손잡아 불러주면 꽃 한송이
한가득 담아 먼길 가는길
그리 고달파 하지 안으련다